마쓰모토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작년에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특집 드라마가 여러 편 방송된 모양입니다. 그중에 두어편을 보았는데요. 야쿠쇼 쇼지와 후카츠 에리가 출연한 "역로"라는 작품이 아주 좋네요. 기타노 다케시가 나오는 2007년판 "점과선"도 좋았지만 역로는 한단계 윗길인듯.

역로를 각색한 시나리오 작가 무코우다 구니코가 1981년에 유명을 달리 했다 하니 원작은 70년대이거나 그 이전에 쓰여진 것일 터이지만 드라마는 극중 배경을 1988년말로 바꾸어 히로히토 텐노가 죽기 직전의 뉴스를 삽입하고 텐노의 사망소식을 듣는 것으로 드라마의 끝을 맺는 등, 스토리 상의  '정년퇴직한 샐러리맨의 미처 못이룬 꿈'이라는 개인적 비극을 '쇼와 시대의 종말'이라는 시대적인 것으로 치환시키려 시도합니다.

 
머.. 한국인 입장에서 히로히토의 사망이 슬픔으로 다가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한 시대의 종말'에 느끼는 애상과 우수에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야쿠쇼 쇼지가 위스키에 취해, 죽은 샐러리맨의 인생과 자신을 비교하며 울분을 토해내는 마지막 장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가 왜 일본 제일의 배우인지 한 순간에 이해되는 연기.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며 펼쳐지는 배경화면은 전쟁 직후의 참상으로부터 경제개발로 나라가 일어서는 와중의 몇몇 역사적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우리로서도 낯설지 않은 서사입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그 음악. 풍부한 성량의 여성 가수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어두운 인생, 그래도 희망을 가져.' 류의 가사중 최강에 속하는 것이더군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노래가 주는 구원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사례의 모범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이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같지는 않고, 아마 쇼와 후반기에 일본에서 유행하던 노래가 아닐까 싶은데요. 제목과 가수를 아시는 분은 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역된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네가 슬픔으로
 마음을 닫았을 때
 떠올려줬으면 하는
 노래가 있어

 

 사람을 믿을 수 없어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꼭 잊지 않아줬으면 해

 

 살아가면 되는 거야
 살아가면 되는 거야
 그래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기쁨도 슬픔도
 멈춰 서진 않아
 돌고 도는 거야

 

 너에게 감사를
 너무나 감사해
 이젠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에게
 감사를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
 감사를
 오늘까지 나를
 지탱해준 정열에
 감사를

 

 살아가면 되는 거야
 살아가면 되는 거야
 그래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슬픔도 기쁨도
 멈춰 서진 않아
 돌고 도는 거야

 

 손과 손을 맞잡으렴
 그럼 따스한 온기가
 너의 가슴에
 전해질 거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5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4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86
125645 바르셀로나 감독 엔리케? daviddain 2024.03.05 92
125644 힙지로에 다녀왔습니다. [10] 칼리토 2024.03.05 426
125643 유튜브 재생목록 1000곡 만들기 catgotmy 2024.03.05 121
125642 [왓챠바낭] 아주 스페인스럽게 재밌습니다. '줄리아의 눈' 잡담 [4] 로이배티 2024.03.05 296
125641 "김어준 여론조사서도 민주당 패배" "진짜냐"…깜짝 놀란 野 지도부 [5] 분홍돼지 2024.03.05 741
125640 에피소드 #79 [2] Lunagazer 2024.03.04 104
125639 프레임드 #724 [4] Lunagazer 2024.03.04 64
125638 [OTT 바낭] 1. KT 티빙 광고형으로 교체... 2. 영화 던전앤드래곤.. [6] 폴라포 2024.03.04 283
125637 3.1절 연설의 뒷배경,,자위대, 하얼빈에서 시작된 3.1운동 왜냐하면 2024.03.04 252
125636 [핵바낭] 정말로 그냥 핵바낭입니다. [17] 로이배티 2024.03.04 672
125635 프레임드 #723 [3] Lunagazer 2024.03.03 82
125634 한국 출산률이 이런 이유 catgotmy 2024.03.03 449
125633 손흥민 손 부러뜨린 영상? '이강인 가짜뉴스'로 2주새 7억 챙긴 그들 daviddain 2024.03.03 278
125632 요즘 인공지능 작곡 근황입니다. [1] 표정연습 2024.03.03 312
125631 [왓챠바낭] 유통 기한 다 한 상상력을 구경하는 재미, '13층'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3.03 373
125630 재벌×형사 존잼 라인하르트012 2024.03.02 257
125629 [웨이브바낭] 잘 만들었고 재밌기도 한데... '보이 비하인드 도어'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3.02 256
125628 아이돌, 오타쿠 애니, 스포츠 catgotmy 2024.03.02 154
125627 프레임드 #722 [4] Lunagazer 2024.03.02 80
125626 Paolo Taviani 1931-2024 R.I.P. [2] 조성용 2024.03.02 12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