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1 02:47
이재명이 3차 선거인단 결과에서 놀라울 정도로 참패를 했습니다.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가 나왔죠. 28% 대 62%. 이재명과 이낙연이 바뀌었다고 봐도 될 만한 득표입니다. 결국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화천대유가 이재명을 낙마시킬 수도 있는 실질적 리스크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겠죠. 동시에 화천대유를 대하는 이재명 측 대응방식이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대로 가면 상황이 계속 악화되겠죠. 수사결과가 하루이틀 만에 나올 것도 아니고, 이재명에게 유리하게 나온들, 이 정부 하의 검찰을 어떻게 믿냐, 역시 특검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또 나올테니까요.
이낙연 측의 몽니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와서 경선 결과를 엎을 수 없다는 건 이낙연 측도 알겁니다. 명분이 없으니까요. 애초에 자기가 당대표 시절에 정해놓은 당헌인데, 경선 전도 아니고 경선 도중에 문제제기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현실성도 없습니다. 이거 선관위에서 자의적으로 엎으면 이재명 측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럴리도 없겠지만, 엎었다가 결선에서 결과 바뀌면, 그야말로 당 쪼개지는 거죠. 그럼에도 이렇게 몽니를 부리는 건, 사실상 경선을 불복한 채로 이재명이 화천대유로 자빠지는 걸 기다리겠다는 의미겠죠. 민주당의 역사를 고려할 때, 경선불복이 얼마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다주는지 알고 있을 이낙연 측이 그럼에도 버티는 건, 이재명이 무너질 것이라는 쪽에 배팅을 할만한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것이겠죠.
이재명 측에게는 기본적으로 악재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민주당에게는 노무현의 기억이 있죠. 이재명이 압승하고 쭉 가는 밋밋한 시나리오보다는, 이렇게 안팍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후단협에게 시달리던 그때 그 시절 노무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노무현 시즌2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느냐는 캠프의 능력일터이고요. 그리고 그 능력을 보여주려면, 이제 뭔가 승부수를 걸어야 합니다.
"화천대유는 국민의힘 게이트다" 이 구호는 힘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이걸로는 더 이상 안 되요. 민주당 지지자들 조차도 일단 저 구호를 내뱉기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러다가 X 되는거 아닌가 싶은 염려가 스멸스멸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28:62가 이걸 보여줍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뒤집고, 정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큰 승부수가 필요합니다. 어설픈 조치들이 이어지는 축차투입은 언제나 최악의 전략이죠.
결국 이재명 캠프는 뭔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노무현이 불리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몽준과의 단일화를 받아 드렸던 것처럼요. 현재 쉽게 생각해볼만한 조치로는 1) 도지사 사퇴, 2) 특검 수용 정도가 있네요. 그런데 이 둘로는 부족하죠. 도지사 사퇴야 어차피 해야할 일인데다가, 이미 나온지 한 참 된 이야기라서 의미가 없죠. 특검 수용은 그래도 좀 나은데, 이것 역시 결과가 대선 전에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큰 의미가 없죠. 특검 수용을 의미있게 만드려면 특검해서 기소되면 사퇴하겠다 정도는 걸어야 하는데, 이재명 캠프가 특검의 중립성을 믿을리 없겠죠. 결국 이미 나와있던 선택지 중에 고르는 건 울림이 없어요.
그렇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조치로는 결선투표 전면 수용 정도가 있는데, 쉽지는 않겠죠. 다만 성사된다면 적어도 민주당 지지/호감층에는 효과가 클겁니다. 일단 자신이 거둔 성과를 과감히 던진다는 점에서 희생의 이미지도 생기고, 적어도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는 화천대유에 대한 평가를 결론 지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낙연 측 주요 정치인들이 버틸만한 여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계기로는 확실하죠. 이거 성공하면 이낙연이 선대위원장 맡지 않을 명분도 없고, 설훈도 백기 들어야죠. 나아가 민주당 내 골수 반이재명 분파들도 더 이상 입털기가 쉽지 않죠. 물론, 이 분들은 그래도 입을 털기는 할겁니다만.
어쨌거나 무엇이 되었든 임팩트 있는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 왔습니다. 정치적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이재명에게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네요.
2021.10.11 04:43
2021.10.11 12:09
2021.10.11 12:47
튄다고 하는 건 샘플사이즈가 1000 정도 되는 여론조사에서 가능한 일이지, 25만 짜리 경선을 가지고 튄다고 말하는 건 어이가 없는 일 입니다. 여론조사에서 25만이면, 95%수준에서 표본오차가 +- 0.2%수준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선거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시민 직접적 의사표현 입니다. 여기에는 튄다는 표현을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드려야죠.
화천대유 이야기가 어제 오늘 나온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래 된 것도 아닙니다. 이제 겨우 3주죠. 사안의 복잡성, 곽상도 사태, 유동규 구속 등을 고려하면 지금 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그리고 박스떼기 같은 황교안이 주장할 법한 음모론보다는 이게 더 설득력 있고요.
2021.10.11 13:34
2021.10.11 13:56
1. 화천대유 사건은 3주 전에 결론이 나온게 아닙니다. 3주 전에 처음 알려진 후, 거듭해서 발전해오고 있죠. 그리고 이번에 유동규가 구속되면서 이재명 측에서 처음에 전선을 친 투기꾼 vs 성남시 구도가 무너졌죠. 이제 성남시 내에서 어느 선까지가 책임이 있는지로 바뀐만큼, 여론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2. 여론조사랑 경선은 애초에 대상이 다릅니다. 여론조사는 선거에 참여할지 안할지 모르는 일반 대중이 대상이고, 경선은 굳이 참여할 정도로 민주당에 관심과 애정이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죠. 관심과 애정이 큰 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하겠죠.
3. 이낙연 캠프에서 그 정도 조직표를 동원할 능력이 있다면, 그걸 왜 경선 마지막 투표에 와서야 활용합니까? 진작에 활용하지 않고?
2021.10.11 14:33
2021.10.11 12:22
근데 이재명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더라도 지금 이낙연의 반응은 문제로 보입니다. 화천대유는 화천대유고 경선은 경선이니 원래 있던 룰 그대로 아무 문제 없이 치른 경선 결과에 대해 저렇게 나오는 건 본인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데요. 오히려 그걸로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쪽 방면으론 입 꾹 다물고 경선 결과에는 쏘쿨하게 승복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낙연이 대선 국면 들어와서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보였던 걸 생각하면 (솔직히 화천대유랑 무효표에 목숨 거는 거 말곤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반응 같기도 하구요.
암튼 여러모로 상황은 홍준표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게될 것 같네요. 뭐 윤석열보단 나으려니... 합니다. ㅋㅋㅋ
2021.10.11 12:32
2021.10.11 12:56
경선 결과에 쏘쿨하게 반응하려면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아야 하는데, 이거 맡으면 이재명과 한배를 탔다는 이미지를 주겠죠. 그러면 민주당 내 반이재명파들이 떠나갈터이고요. 이 사람들은 이낙연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싫어서 이낙연에게 붙어있는 거니까요. 이런 결집은 한 번 무너지면 복구하기가 쉽지않죠.
그리고 홍준표가 대선 나오면 정말 웬만해서는 이재명이 이긴다고 봅니다. 이유야 여러가지지만, 일단 독고다이 홍준표가 나오면 국힘 내에서 정말 이건 내 선거다, 하고 열심히 뛰어줄 사람이 없어요.
2021.10.11 13:48
아 그런 문제가 또 있었군요. 선대위원장이라... 역시 저는 정알못이라. ㅋㅋㅋ
근데 국민 여론이란 게 있어서 그래도 홍준표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여론 조사들 보면 '너 누구 찍을래?'라는 설문에는 이재명이 여전히 높게 나오지만, '정권 교체 원하니?'라는 설문에는 또 압도적으로 '원한다'가 높은 걸 보면 이재명이 이기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2021.10.11 14:10
5년 단임제에서는 모든 선거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유지된 경우는 여당 후보와 정권교체의 이미지가 겹친 경우였죠. 워낙 혁신적이었던 노무현, 이명박과 가장 각을 세웠던 박근혜 같이요. 그런데 이번 선거가 참 복잡한게, 1) 정권교체 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임기말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가장 높다. 2)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 대통령 지지자들 눈치를 봐야하는 여당 후보가 정권교체 이미지를 가져오기가 힘들다.
결국 여당 후보는 대통령과 척지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를 해야하고, 야당 후보는 정권 교체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하는게 과제가 되는 셈이죠. 윤석열의 경우 청와대와 가장 오랫동안 각을 세워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권 교체 바람을 일으키기에 적합하죠. 그렇지만 홍준표는 이번 대통령 임기 동안 청와대하고 전면적으로 각 세운 역사가 없어서 정권 교체의 상징이 되기에는 좀 애매하죠.
2021.10.11 15:48
맞아요. 이번 선거는 참 여러모로 괴상한 형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서 이재명은 문재인 지지층과의 아주 안 좋은 역사가 있어 놔서 민주당 지지층의 푸시를 어느 정도까지 받을 수 있을지 애매하기도 하구요. 또 동시에 그 안 좋은 역사 때문에 여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과 국힘당을 모두 싫어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뭐 결국 당선되려면 양측을 다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해낼지는 그냥 지켜 봐야겠죠.
홍준표가 애매하다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만. 제 주변에 민주당 지지자들마저도 부동산 크리와 각종 구설수들 때문에 많이들 흔들리는 걸 보면 '걍 누가 됐든 이번엔 국힘당' 이런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서 홍준표가 유리하지 않을까... 뭐 이런 나이브한 생각이었습니다. ㅋㅋ
2021.10.11 14:22
본인 말처럼 정말 정알못이시네요.
홍준표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천진난만하게 하시는 걸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2021.10.11 14:28
시비털려는게 아니라 의사소통이 목적이시라면, 뭔가 근거를 대셔야죠.
2021.10.11 15:53
의사소통이 목적이시면 애초에 댓글을 저렇게 안 적으셨겠죠. ㅋㅋ 정치 얘기는 언제나 참 무섭습니다!
2021.10.11 14:47
선대위원장은 아마도 이재명 때문이 아니라 이낙연의 무효표 처리 딴지 때문에 못하게 될 것 같은데요
선대위원장 자리에 이낙연이 올라가더라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지난 보궐선거 꼴이 날것 같아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 불안한 선택인 것 같고요
정권교체에 대해서 님이 해석하신대로라면 사이 홍준표가 있다는 소리인데... 그건 해석의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대통령이 바뀌었을 때마다 정권교체의 여론이 높았습니다
민주당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선 후보가 어떤 캐릭터인가에 따라서 같은 당이더라도 정권교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이것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시대정신이라고도 하죠
그 당시 시대정신에 따라서 대선 판도가 판가름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시대정신을 가지고 갈까요?
2021.10.11 15:50
이재명이 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물갈이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부분에는 공감합니다.
사실 전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태생이 국힘당 안티라 이미 선출된 김에 이재명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쪽이에요. ㅋㅋ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기왕 후보 된 김에 이재명이 좀 잘 했음 좋겠습니다.
2021.10.11 12:38
이재명 본인이 3차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나갈지와는 별개로,
민주당 지지 커뮤니티 가면 보이는 이재명 지지자들의 글들은..
조작투표..내지는 이낙연캠프의 장난질..역선택 등등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런 글이 추천도 많이 받네요ㅎ
민경욱의 총선 부정선거 황교안의 경선 조작설 등등등에 대해 조롱하면서
정작 본인들 객관화는 안되는 사람들...
2021.10.11 15:00
이 모든 이야기는 앞으로 여론 조사를 보면 맞는지 틀린지 알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보기로는 대장동 이슈만으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이상한 수치로 보입니다
왜냐면 서울의 표심과 다르기 때문이지요
매우 동의하는 분석이고요. 결국 이재명캠프가 이 상황을 그나마 긍정적 분위기로 바꾸려면 결선투표 수용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모두가 생각하는 해결책과 달리 그게 당사자들에게는 별로 고려되지 않는 선택지라는것도 앞으로 우울해질 미래를 보여주죠. 민주당지지자들 커뮤에서는 역선택 역선택 노래를 부르는데 계속 그런관점으로 대선투표날까지 자기들 우물안 생각에서 놀다가는 2022년 봄에는 부정선거 외치는 사람들이 누가될지 뻔합니다.
여담인데 이재명이 화천대유 늪에서 빨리 빠져나와 살려면 청와대든 검찰이든간에 딜을 해서 남욱과 김만배일당을 사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줘야 본인에게 그나마 유리한 상황으로 분위기전환을 도모할수 있을겁니다. 그게 아니면 정말 본인 정치생명이 끝장나는걸 기다리던가요 ㅋ
아울러 천관율기자가 몇시간전 올린 글도 꽤 인상깊습니다. https://alook.so/posts/54tk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