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일 축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이번에는 관례를 깨고(보통 수석 졸업자가 대표로서 연설) 청각장애인인 졸업생이 대표가 되어 연설을 했다고 합니다.

소박하지만 힘이 있는 글과 말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 합니다. 분명히 새로울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말이지만, 실제로 이 친구가 이 주제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마침내  깨달은 것을 전달했다는 것이 오롯이 전해집니다. 그 나이대 친구들의 고민이 그대로 실려 있는데다가 본인이 짊어진 것때문에 오래도록 고민한 것이 연설문이 알알이 배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처음 읽을 때 저도 모르게 울었어요.

 

듀게인 분들께도 이 글을 읽으며 저처럼 위로받고 도움 받을 분이 있을 것 같아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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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 졸업생 대표 연설문


제 67회 전기 학위수여식을 맞이하여 2,800 여명의 졸업생 대표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무 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평범할 뿐더러 특별하게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저에겐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제 발음을 들으시면서 약간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같이 기쁜 날에 이 자리에 서서 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말할 수 있는 인 생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다.” 라고요.

 

저는 한때 학교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좌절 끝에 죽음을 생각해 본 적도 있었습니 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 다. 참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혼자 깊이 생각해 보려 고 제주도에 홀로 가서 자전거로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내면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지금의 고 통에 눌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인생에서 뜻한 바를 이뤄보지도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이 아닌가?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지금 짊어지고 있는 장애와 그로 인한 고통은 결국 제가 평생 가 지고 가야 한다는 것을.

 

26년을 살아오면서 제게 가장 빛났던 순간은 서울대 입학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그 이후에는 별로 빛났던 일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그러한 빛을 다시는 보지 못하고 계속 내리막길로 가다 추 락하는 것은 아닌가? 종국에는 잊혀져서 무의미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최소한의 과업인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조차 미완성이 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계속해서 도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장애는 제가 평생 함께 해야 할 숙명이었습니다. 결국은 수 용하고, 같이 나아가는 것만이 제게 남은 인생을 올바르고 보람되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 았습니다. 무엇이 제게 이런 계기를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불가에서 말하는 업보가 영원히 함 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가 받아들임으로써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여러분이나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 다른 사 람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고민을 듣고 그 나이에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면, 생각을 바꿔봅시다. 이러한 고민과 절망, 좌절은 나에게 새로운 동기를 안겨줄 것이고, 나를 변화시켜 한 발짝 앞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부터가 변화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이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게 됩니다. 못난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 가 짊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요. 기쁨 뿐 아니라 슬픔, 괴로움까지도 말입니다.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인생에서 하나의 과업을 완수하신 여러분들, 그리고 저 자신에 게 고합니다. 한 발을 내딛었음에 고생했고, 또한 감사하고, 앞으로도 발을 딛는 걸음마다 희망 과 축복이 가득하길.

 

다시 한 번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2월 26일 졸업생 대표 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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