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인셉션 잡담

2010.07.24 00:57

aerts 조회 수:2641

어제 아이맥스로 인셉션을 관람했어요.

요즘 영화들에 비해 화질은 그럭저럭이었으나 보기에 나쁘진 않았어요.


크리스토퍼 놀란을 처음 안 건 메멘토였는데

재미있었지만 어딘지 좀 양아치스럽다고 느껴졌어요.

그래, 기발한 건 인정하겠지만 이건 좀 너무 그렇지 않니? 같은 느낌.

(제 취향 하고 뭔가 안맞았던 거죠)


그런데 왠걸, 다음에 본 인섬니아는 거장의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고요. 

장난치지 않고, 정공법으로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솜씨가 놀라웠죠.

(전 지금도 인섬니아를 가장 좋아해요.)


그 다음에 본 배트맨 비긴즈는 평작.

비긴즈가 다크 나이트를 터트리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면 뭐

어쨌거나 프레스티지는 평작이었죠. (왜 스칼렛 요한슨을 그렇게 소비하는 거지!? 라는 분노가...)


그리고 마침내 인셉션.

엄청 기대하면서도 솔직히 반신반의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아, 내가 영화로 밥을 먹는 사람이었으면 이 영화를 보고 영화를 그만뒀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세상에 천재는 많고 물론 영화계에도 천재는 많지만

천재는 언제나 예외적 존재죠. 놀라운 것을 보여주지만 그들의 논리에는 관객들이 100% 따라갈 수 없는 비약이 있게 마련이고요.

그렇기에 천재는 "아 쟤는 천재지"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천재 타입은 아닌 거 같아요.

그가 대단한 것은


1. (누구나 생각할 법 하지만, 생각해 낸 사람 스스로는 "아 기발하다!"라고 자평할)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2. 몇 단계 정도 심화시켜서

3. 누구나 이해가능한 양질의 드라마로 요리한 뒤

4. 양질의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윤리적 / 인식론적 의문들을 제기하고

5. 드라마와 너무나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나 액션신 등등)으로 버무려서

6. 최상의 영화로 만들어낸다는 것.


천재들이 가끔씩 200%, -50%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놀란은 언제나 90~100% 사이의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 (10 류현진 급이죠 -_-)

밸런스 극강의 그야말로 장인의 극한이라는 생각이 절로?


그런데 나이는 이제 겨우 40이고. 아무쪼록 장수를 하셔야겠지만

어쨌거나 놀라울 따름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4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88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258
123365 [후기] 어젯밤 지친 남자친구 붙잡으러 다녀왔습니다 [16] grè 2013.06.21 5849
123364 MBC 김재철의 相姦女(상간녀) J씨 남편의 통지문 공개.jpg [7] 黑男 2012.07.25 5849
123363 박원순, 정말 나이브하군요. [18] soboo 2012.02.23 5849
123362 20분째 온수 틀면서 샤워하는 룸메, 어떡해야 하는거죠? [15] 프레데릭 2011.11.09 5849
123361 십자가 시신 사건의 전말 [13] 푸른새벽 2011.05.06 5849
123360 2시간 전 종각역 상황 [31] 01410 2011.02.15 5849
123359 배두나 어머니, 알고보니 연극배우 김화영 [9] 가끔영화 2010.08.17 5849
123358 [연애] 친구를 연인으로? [23] Kenny Dalglish 2010.06.13 5849
123357 카라 한승연 숙빈 최씨로 캐스팅 [26] @이선 2013.02.02 5848
123356 타블로까들 총체적 난국 혹은 발광 - MBC PD의 신상이 털렸답니다. [25] soboo 2010.08.26 5848
123355 홍대, '아비꼬' - 개인 랭킹으로는 일본식 카레집의 왕좌 (스크롤 압박) [20] 01410 2010.07.29 5848
123354 이민우의 연산군 VS 안재모의 연산군 [8] 감자쥬스 2013.10.08 5847
123353 사람 훅 가는거 순식간이네요. [8] 유상유념 2013.09.25 5847
123352 김난도 교수가 왜 욕을 먹나 했더니.... [10] 妄言戰士욜라세다 2012.10.04 5847
123351 김연아 선수는 몸도 참 예뻐요. [8] apogee 2013.03.17 5845
123350 때리는 남자친구 관련 [23] 유체이탈 2012.09.21 5845
123349 미식가들에 대한 혐오 [34] 늦달 2011.06.14 5845
123348 하와이 전략회의 - 맥아더 vs 니미츠 [퍼시픽 시즌1] [2] 무비스타 2010.11.30 5844
123347 사생활 얘기를 들을 때 질문 많이 하는 편이세요? [28] 침엽수 2014.04.10 5841
123346 보고 빵 터진 대선 패러디 만화. [10] 자본주의의돼지 2012.09.19 584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