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때문에, 혹은 우울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인생이 비참해서 고생하시는 분들의 하소연을 볼 때 마다, 뭐라 토닥이고 위안을 주는 말을 쓰고 싶은데, 막상 쓰려니 그저 그냥 착하고 좋은 말 말고는 딱히 할 말도 없고 해서(;;) 제가 읽으며 도움이 되었던 우울증 관련 서적들에서 제 딴에는 흥미있다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써봅니다.

 

발췌하다보니 지나치게 길어서 (ㅠㅠ) 글을 두 개로 나눕니다. 책이 두 권이니 당연할지도;;

 

우선 '우울증은 두뇌에 해부학적 이상을 일으킨다 - 전전두엽 피질과 해마가 파괴되고 쪼그라든다- 는 끔찍한 내용을 묘사하고 있는 <우울증에 반대한다> 부터 보시죠. 2005년에 이 책을 쓴 피터 D. 크레이머는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를 한 후, 현재 브라운 의대 정신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 분은 1993년 <프로작에게 듣는다 Listening Prozac>는 책, 즉 프로작의 마법과 같은 힘에 대한 책을 써서 초대박을 내신 후, 졸지에 우울증 최고 전문가로 급부상, 몰려드는 강연 저술 우울증회고록서문 의뢰와, 정신의학계 내 파벌싸움에 휩싸이기, 그리고 최악의 난치성의 우울증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 오기 등등의 일거리를 처리하다 하다 못해, 결국 본인이 우울증에 걸려-_- 고생을 한 후, 이 책 <우울증에 반대한다..>을 썼다고 책 내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길다면 긴 이 글의 핵심은, 우울증은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뿐 아니라 '전전두엽피질의 특이한 형태로 파괴됨, 해마 부피의 감소 등 눈에 띄는 뇌의 해부학적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저 뇌 파괴 과정은 우울감을 느끼는 와중 계속 진행되는 현상이며...그렇기에 정신분석치료와 같은 '내면의 탐구' 식 심리치료를 (보통 정말 제대로 받으면 3~5년 걸림..) 받으면서 고통의 가장 밑바닥에서 자기 자신을 철저히 성찰하고 자기를 알아가면서 마침내 새 인간으로 조금씩 변신해가는 식의 심리치료 따위는 제발 때려치고 우선 증세부터 멈춰라!!! (그러니까 닥치고 약 부터 먹어라!!)하고 강권하는 내용 되겠습니다. 성찰하고 자기를 하나 둘 알아 가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우울과 고통을 겪고 있는 있는 와중에도 뇌는 계속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죠.

 

(다음 책은 <운동화 신은 뇌>에서 발췌하겠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운동하면 파괴되고 쪼그라들었던 뇌가 다시 회복된다니까!!!'가 되겠다능..;;;;)

 

 

=======================================================================================================================================

 

(...)

 

우울증의 생물학적 표지는 정신 의학자들의 최악의 예상에 들어맞았다. 우울증은 두뇌에 해부학적 이상을 이르키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 손상은 차후 더 심한 우울증과 더 심한 피해를 일으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 (...)  1999년 5월, 저명 학술지 <생물 정신 의학>...그라지나 라이코프스카 Grazyna Rajkowska....라이코프스카는 우울증의 병리가 두뇌 해부 구조까지 변화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 변화를 발견했다.

 

(.....) 이전까지 연구 경력으로 인해, 라이코프스카는 전전두피질의 전문가였다...전전두피질은  이마 바로 뒤쪽에 자리잡은 두뇌 부위로, 인간의 뇌 성장사에서 늦게 발달하는 부위이며, 도덕적 감각, 계획, 그리고 영러 가지 사회적 기능과 관련이 있다. (-사회적 기능과 관련이 크기에- 개는 하등 포유동물 가운데 전전두피질이 크며, 고양이는 전전두피질이 매우 작다.) 쾌감을 기대하는 심정인 열망은 전전두피질이 손상되지 않아야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울증 삽화 기간 동안 (우울증이 심해져 있는 상태동안..) 환자들의 전전두피질에 혈류가 감소하고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며, 그 정도는 우울증의 강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라이코프스카가 새로 그려낸 우울증에 걸린 뇌의 지도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뇌는..)... 피질 여러 부위에서 세포가 약화되고 끊어져있었다....그것은 두뇌의 손상 - 해부학적 병리로 보였다..- 라이코프스카는 피질 두께와 세포 크기, 그리고 두뇌 조직 내의 세포 밀도가 모두 감소한 사실을 밝혀녔다. ....

 

(....) 기분, 생각, 동작과 몸의 다양한 기능에 관계하는 신경세포 - 뉴런 - 은 고립되어 살지 않는다. 아교 세포가 이들을 지탱한다. 아교 세포는 신경 세포(뉴런)의 외부 구조를 이루고, 찌꺼기와 독소를 흡수하며, 뉴런과 주변을 보호하려는 잘못된 시도에 의해 아교세포가 증식한다...... 우울증은 이 아교세포의 상대적 부재 - 혹은 결핍 - 으로 특정지어졌다 ...... 우울증을 오래 앓았을수록, 전전두피질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

 

이 연구에서 우울증은 보호 기제의 실패, 즉 아교 세포의 부재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연구에서 우울증은 '무력함의 질병'처럼 보였다. 보호받지 못한 신경 세포들이 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스트레스의 공격을 당하면, 뉴런들은 이런 손상에 저항할 능력이나 복구 능력을 결핍하게 된다...... 라이코프스카의 논문에 실린 혼란된 세포의 모습들은 전투의 패배 과정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어떤 아교 세포들은 위축되었다. 어떤 것들은 그에 대한 보상의 노력을 기울이다 실패한 것처럼 크고 일그러져 있었다. 이 뒤틀린 세포들은 핵이 비대했는데, 정상 상태에서는 여러 세포가 만드는 단백질을 하나의 세포가 만들려고 시도한다는 징표로 읽힌다. 하지만 왜 아교세포들은 헌팅턴병에서처럼 증식하지 않았을까? 우울증 환자의 두뇌는 문제가 두 가지 방향으로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공격에 저항하는 능력과, 파괴를 복구하는 능력이 모두 손상되어 있을 수 있다....

 

우울증은 엄밀히 말하면 신경 퇴행성 장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신경보호의 장애, 또는 어색한 조어를 하나 만들어보면 '신경 탄성의 장애'인 것처럼 보였다. 우울증은 가혹한 세상에서 갑옷을 잃은 상태처럼 보였다. 일단 손상이 일어난 뒤에는 회복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지는 2차 결핍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세포토닌은 보호 역할을 한다....세로토닌은 말하자면 경찰과 같다. ... 경찰의 부재가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폭동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없으면, 폭동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단이 없다....아교 세포 역시 경찰이다. 이들의 부재는 손상을 허용한다... 아마도 아교 세포와 세로토닌 경로의 손상은 서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 결핍은 한 가지 문제 - 보호의 불충분, 경찰의 부재 - 의 서로 다른 측면이다. ....

 

라이코프스카의 발견은 지나칠 만큼 명쾌했다...사회적 환경에서 심리적 자아상, 두뇌의 화학, 세포 해부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은 보호를 결핍하고 있다. 우울증의 핵심적 결손은 두뇌 속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동일하다. 손상을 막을 힘도 없고, 회복을 시도할 탄성이 없는 것이다.

 

 

라이코프스카의 연구가 나온 직후인 1999년 6월...이셋 셸린 (Yvette Sheline)...그동안 다양한 연구는...우울증 병력이 있는 환자들 중 일부는 해마 (강렬한 감정을 동밯나는 기억을 다루는 뇌의 부위)의 크기가 작다고 지적했었다......셸린의 연구는..세심하게 설계...23~68세 성인 여성 48명..과거 우울병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는 24명의 여성그룹과 나머지 24명의 여성 그룹..... 우울증에 걸린 여자들은 해마의 크기가 작고, 감정을 처리하는 또 다른 두뇌 부위인 편도 역시 크기가 작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울증 삽화 기간이 길수록 해마와 편도의 크기가 작았다. 그리고 해마의 크기가 작을수록 -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도 다른 지적 기능 시험에서는 정상적 결과를 보였지만 - 언어 기억력이 나빴다. ... 해마 손상은 일시적으로 지나가지 않고 우울증이 완화된 뒤에도 유지되었다.. 그 감퇴의 분량은 상당한 수준으로 전체 해마 크기의 8퍼센트에서 10퍼센트에 이르렀다. (후속 연구들에서는 손실 분량이 이보다도 커서 최대 20퍼센트까지 되었다..)  그것은 지적 기능에 영향을 미쳤고...

 

이 결과는 의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울증이 환자의 두뇌를 잠식한다는 함의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우울증 삽화를 예방하고 단축시키는 일이 아주 긴급한 일임을 환기시켰다. 하루하루가 중요했다. 날마다 해마 크기와 언어 기억력에 영구적 손상이 일어난다면, 우울증을 정상적 변이 또는 인생의 한 단계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셸린의 연구는 두뇌의 온전성과 정신 기능에 벌어진 손상이 얼마나 가혹하고 또 단순한 성격을 띠는지를 강력하게 보여주었다......(우울증으로 인해 심하게 파괴되는 부위가 해마, 그리고 전전두엽..)

 

....

 

성인의 두뇌에서 새로운 세포가 형성되는.. 해마와 전전두엽... 1998년 솔크 연구소의 Fred Gage와 그의 스웨덴 동료들은... "우리 연구는 인간의 두뇌에서는 세포 재생이 일어나며, 인간 두뇌는 평생 동안 재생 능력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뒤이어 영장류 연구자들..다른 두뇌 영역에서도 신경 발생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전전두피질...새로 생겨난 세포들은 뉴런이 되기도 하고 아교 세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라이코프스카가 관찰한 우울증 환자의 두뇌 조직이 재생 반응 실패 - 신경 발생의 부족 - 의 결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스트레스가 해마 내의 새로운 세포 생성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안전하고 흥미로운 사회 환경은 성장을 촉진한다.) 다시말해 우울증 샇화를 유발하거나 막아주는 요소들이 '세포 재생'과 관련된 문제를 유발하거나 막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우울증 환자들에게는 게이지가 보고한 재생이 결려된 것 처럼 보였다..우울증이 세포와 세포 환경의 수준에서 탄성 부족을 수반할 가능성도 있었다. 라이코프스카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셸린의 연구도 우울증의 두 가지 문제를 시사한다. 손상을 막을 힘이 없고, 치유력(세포 재생능력, 탄성)이 결핍된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연구 결과들은 임상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 이런 차이들이 시적, 비유적 울림과 서사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의사들이 진료실에게 날마다 겪는 일을 환기시킨다는 뜻이다. 두뇌 속 우울증은 사람 속의 우울증과 섬뜩할 만큼 닮았다. 그 부서질 듯한 연약함, 탄성(회복력)의 결핍, 치유의 실패. 우울증은 만성적이고 진행성이며, 삽화 시기마다 - 아마도 날마다!!! - 파괴의 자취를 남긴다. ....우울증에 대한 해부학적 설명은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선을 변화시켰다. 우울증 환자가 우리 앞에 앉아 있다. 그리고 자신을 지옥으로 던져 얺는 사소한 좌절에 대해 참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무력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뉴런 차원의 무력함을 상상한다. 우울증은 얼굴이나 행동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바로 그 순간, 아교 세포가 사라지고 뉴런이 시드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위축된 해마, 헝클어진 전전두엽 피질...

 

....회복이 시급하다. 지금 당장 질환을 멈추게 해야 한다.....

 

 

<우울증에 반대한다 Against Dpression> by 피터 D. 크레이머. 72~88pp 중 부분 발췌. 

 

 

 

다음 발췌문은 <운동화 신은 뇌> by 존 레이티... 책 중 우울증 관련 챕터 부분입니다. 좀 기네요;; 관심 있으신 분만 클릭하시는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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