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거리 운전을 하고 바닷가에 있는 호젓한 영화관에 가서 이 귀한 영화를 영접했습니다.


진기할 정도로 영화잡지에서 별점이 높더니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는 정말 드물게 보는 것 같아요.

끝나고도 바로 일어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아마도 여운을 느끼느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미장센도 그냥 지나가게 되지 않았고

영화에 사용된 소리, 목탄이 캔버스에 스치는 소리, 모닥불이 타는 소리까지 귀기울이게 하더군요.


남성의 시선이 철저히 배제된 여성들의 시선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보아왔고 학습해 온 영화 문법에 의문을 던지게 하고


절제하는 아름다움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면서

별 설명없이도 여성들의 공동체와 서로 도움

지적인 대화, 아름다움의 창조가

쉴새없이 스크린에 펼쳐지더군요.


음악은 또 어떻구요. 절제 그 자체입니다.

비발디는 원래 그 시대의 락커라고 생각해왔지만

그토록 격렬한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감독의 뚝심에 경의를 표하게 되고

특별히 만들었다는 영화 중여성들의 합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려요.


청소가 시작되서 할 수 없이 나오는데 바로 저녁무렵의 태평양 바다 풍경이 펼쳐졌거든요.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이 느껴졌어요:)


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틴 스콜세지 옹이 말한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총체적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줄거리는 간단한데도 그 인물이, 풍경이, 대사가 어떤 것을 보여줄 지 계속 기대하게 되는 영화였거든요.

저 이미지와 저 소리와 내가 어떤 교감을 해야 하고 그 교감이 계속 쌓여가서 영화 감상이 완벽해지는...?


머리를 비워버리려는 목적의 오락영화와 

행로가 정해져 있고 아찔한 기분을 맛보고 싶어 보는 롤러코스터 영화와

내가 선호하는 영화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 새삼 선명하게 다가왔어요.


개봉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상영관도 많지 않아 듀게에 이야기가 활발하지 않을게 두려워

오랜만에 글써봐요.

계속 얘기하고 싶게 만든 영화라 수다가 떨고 싶어서요.

영화보신 분들 같이 얘기해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웬만하면 놓치지 말고 극장 방문 하시길...


* 이런 영화 경험이 전에 있긴 있었어요. 거의 30년 전 영화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

미장센이며 음악이며.. 저한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할말이 있는 영화였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3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60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989
111358 웨스 앤더슨 감독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예고편과 포스터 [4] oldies 2020.02.13 915
111357 다른 회사 상사들도 이런 얘기 자주 할까요? [5] 가라 2020.02.13 749
111356 [넷플릭스바낭] 80년대 B급 코미디의 전설(?) '폴리스 아카데미'를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0.02.13 916
111355 [회사바낭] 긴 휴가 [14] 가라 2020.02.13 866
111354 정직한 후보..감상 [3] 라인하르트012 2020.02.13 695
111353 새벽의 기다림 [4] 어디로갈까 2020.02.13 599
111352 리차드 주얼 한국에 릴리즈 된다고 합니다 - 산호초님께 [2] McGuffin 2020.02.12 519
111351 봉준호와 한국적인 어떤 정체성 [26] 어제부터익명 2020.02.12 1904
111350 "패인 앤 글로리" 짧은 감상 [3] 산호초2010 2020.02.12 677
111349 지브리 스트리밍, 과거가 되기 전에 [2] 예정수 2020.02.12 536
111348 작은 아씨들 [4] Kaffesaurus 2020.02.12 954
111347 [넷플릭스바낭] 일본 드라마이자 또 하나의 루프물, '나만이 없는 거리'를 봤습니다 [18] 로이배티 2020.02.12 985
111346 오늘의 미국 엽서(1) [2] 스누피커피 2020.02.12 275
111345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 영화감독입니다... [1] 룽게 2020.02.12 974
111344 Oscar-winning Short Film "The Neighbors' Window" [1] 조성용 2020.02.12 294
111343 Oscar-Winning Short Animation Film "Hair Love" [2] 조성용 2020.02.12 253
111342 Scorsese발음 [3] mindystclaire 2020.02.12 576
111341 진짜 말이 안 되는 얘기. [4] herbart 2020.02.12 975
111340 Paula Kelly 1943-2020 R.I.P. [1] 조성용 2020.02.12 237
111339 서울, 종로, 그냥 풍경 사진 [5] ssoboo 2020.02.12 8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