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0 22:01
길게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사실은 제대로 본 게 딱 한 회 뿐(...)이거든요.
원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만 보고 살아서 현재 진행중인 인기 드라마들은 거의 모르고 살아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 부모님 댁에 놀러갔다가 누나가 꼭 봐야한다며 붙들고 있는 이 드라마 한 회를 재방송으로 강제 시청했죠.
그리고 호기심에
이 영상을 스킵스킵스킵해가며 대략 훑어봤네요.
제목 그대로 야구 드라마입니다.
현실적인 거랑은 거리가 멀죠. 오히려 전형적인 일본 야구 만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만년 꼴찌 프로구단을 맡게된 괴이한 경력의 젊은 단장이 천재적인 운영으로 돌풍을 일으키는데, 정작 그 구단은 해체될 운명의 구단이었고...
그러면서 팀 내의 반대 세력들과 험악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또 뒤에서 진행되는 음침한 음모와 맞서는 가운데 소수의 의인들과 뜻을 모으고 뭐 그런 겁니다.
(맡은 직책에 비해 지나치게 젊고 발랄하며 예쁘고 열정 넘치는 여직원 한 명은 당연히 있어야겠죠?)
사실 제가 싫어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 아주 듬뿍 들어가 있어요.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제가 본 에피소드의 전력 분석원 채용 이야기 같은 거... 과장에 신파에 스몰빌스러움이 와장창.
등장 인물들도 뭐... 남궁민의 캐릭터는 그동안 자주 봐 온 '카리스마 넘치는 얼음 천재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남자' 14번쯤 되는 느낌이고 여주인공 캐릭터도 제가 딱 싫어하는 류의 캐릭터에요. 그리고 그 분과 콤비로 다니는 '착한 금수저' 캐릭터도 뭐... 등등 싫은 구석 투성이인데,
재밌습니다. =ㅅ=
일단 야구 드라마인데 정말로 야구를 중심 소재로 쓰는 게 좋더라구요. '야구 단장이 연애하는 이야기'는 분명히 아닙니다. ㅋㅋ 연애할 것 같긴 하지만
야구 관련 개념들이 자주 나오는데, 한국 드라마답게 '저 일 하는 사람들이면 다들 아는 거 아님?' 이라는 생각이 드는 개념을 주인공 혼자만 알고서 천재처럼 짜자잔~ 하고 이야기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오오오! 하고 놀라고 뭐 이런 연출 때문에 좀 부담스럽긴 해도 어쨌든 그걸 스토리와 연결지어서 어쨌든 앞뒤가 맞게 잘 이어나가는 성의가 좋구요.
또 야구팬들이 종종 겪으면서 뒷목 잡게 되는 야구계의 이런저런 고질적 문제, 병폐 이런 것들을 다양하게 가져다가 주인공이 극복할 역경으로 잘 써먹습니다. 야구 팬이라면 '에이 저건 너무 오바지ㅋㅋㅋㅋ' 라면서도 결국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또 위에서 '한국드라마스러움'이라고 까긴 했지만 그 '한국드라마스러운' 캐릭터들과 인물 관계들이 '한국드라마스럽게' 퀄리티가 좋습니다. 네. 바로 방금 욕해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궁민, 박은빈, 조병규 모두 보다보니 조금씩 매력적이고 정들고 그러더라구요.
마지막으로... 결국엔 다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마무리될 이야기인데, 어쨌거나 중심 소재인 야구 이야기를 나름 성실하고 진지하게 다뤄주니 그런 터치도 그냥 보기 좋더라구요. 네. 한국 드라마이고 16부작 중 7회까지 밖에 방영이 안 된 상태이니 앞으로 언제 어떻게 어떤 망조가 들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모양새는 그러합니다.
...물론 전 안 볼 겁니다만. ㅋㅋㅋ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게 드라마 본방 사수라서요.
그리고 전 따뜻한 휴머니즘보단 어두컴컴 잔혹 우울 좌절 이런 게 더 취향이라... (쿨럭;;)
그냥 생각나서 한 번 글 적어봤습니다.
요즘 인기와 화제성을 보면 아마 듀게에도 보시는 분 많을 것 같은데 한국 드라마 보시는 분들은 아무도 글을 안 쓰시나봐요. ㅋㅋㅋ
마무리는
쌩뚱맞지만. ㅋㅋㅋ 보니까 이 드라마에 걸스데이 소진이 나오더라구요.
쟤 걸스데이라고 하니까 누나가 깜짝 놀라며 그냥 배우인 줄 알았다고. ㅋㅋㅋ
그래서 그냥 제가 아는 중에 걸스데이가 가장 예쁘게 보였던 무대 영상을 올려봅니다.
멤버들 모두 다 그냥 반짝반짝해요. 그리고 특히 소진이 참 예쁘게 잡혔습니다.
사족 : 아아 조한선... 그래도 어쨌든 뭐 이렇게라도(?) 얼굴 보니 반갑고 좋네요.
2020.01.10 22:14
2020.01.10 22:23
제목이 스토브리그인 건 결과보단 그 결과를 내기 위해 무대 뒤에서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겠다... 뭐 그런 의미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주인공도 선수가 아니라 단장이고 주역들 중에 선수는 없구요.
결국엔 구단 해체를 막고 의인들의 찬사과 감사를 받으며 간지나게 떠나는 남궁민의 모습 같은 걸로 끝나지 않을까요. ㅋㅋ
2020.01.11 09:42
결말은 "간지나게 떠나는" 백승수 팀장이 되겠죠. 남궁민 연기며 배역이 거의 비슷비슷해서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왜 이 역할에 캐스팅되었는지 알겠더라구요.
2020.01.11 00:11
2020.01.11 09:39
네 사실 제가 야구 잘 모르지만 그 분은 워낙 유명하고 드라마틱해서 대략은 알고 있어요. ㅋㅋ 이 드라마의 남궁민 캐릭터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단장으로 처음 부임하자마자 하는 일이 스탯은 좋은데 데이터 파 보면 영양가가 부실하고, 연봉은 엄청 처묵처묵하면서 팀워크 해치는 원탑 스타를 트레이드 해버리는 거였거든요.
2020.01.11 21:46
바마가 입질 했으나 단칼에 거절
2020.01.11 09:39
한국드라마스러운 단점들을 봐줄만큼 완성도는 꽤 좋아요. 야구업계를 이런 식으로 다룬 드라마 자체도 없었고 각본 탄탄하고 몰입도가 높아요.
오래간만에 실시간으로 우리나라 드라마보는거네요. 1년에 한 편씩 보는거 같네요. 2018년에 "미스터 선샤인" 2019년에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서요. "머니볼"에서 착안했다는걸 알 수 있지만 두 시간짜리 드라마가 아니라 미니시리즈이기도 하고 한국 상황이니까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어요. "머니볼"도 다시 봤네요. "머니볼"이 실제로 그렇게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고 알고 있지만 신선한 소재잖아요.
구단측인 재벌의 짜증나는 묘사만 좀 빼줘도 좋을거 같지만요. 재벌 집안 안에서의 충성 경쟁, 그놈의 지긋지긋한 혈통 어쩌구
열폭하는 오정세 캐릭터 마음에 안들어요. 팀장인 남궁민 캐릭터 살리자고 저렇게 선악구도로 짜는거 말이에요. 오정세 캐릭터도 좀 유능하고 입체적인 인물이면 더 작품성 살았을거 같은데요.
이세영은 처음에는 백승수 팀장 띄워주는 소모성 캐릭으로만 봤는데 8회까지 보면서 자기 역할은 야무지게 잘하고 있는거 같아요. 백승수에 비해서 밋밋하긴 하지만요.
무엇보다 망해가는 팀을 살린다라는게 상투적이지만 매력적인 요소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소재 좋아해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처럼 버려진 동물원을 살린다던가 애니메이션 "Sing"처럼 망해가는 극장을 살린다던가. 그리고 수많은 스포츠 드라마에서 꼴찌팀을 회생시키는 스토리들은 질리지도 않고 계속 매력이 있네요.
2020.01.11 09:45
구단측인 재벌의 짜증나는 묘사 <- 네. 이게 제일 맘에 안 들더라구요. 매우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빌런인데 이런 캐릭터들 보면 늘 찝찝하고 불쾌하기만 해서 이런 악당들 나오는 한국 드라마는 예전부터 잘 안 봤어요. ㅋㅋ
이세영이라고 하시길래 배우 이세영 생각하고 '읭? 그 분이 뭘로 나왔지?'하고 당황했네요. ㅋㅋㅋ 말씀대로 자기 역할은 참 잘 하고 있지만 또 캐릭터가 되게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여자 주인공이여서 확 끌리진 않더라구요.
스포츠 드라마에서 망한 팀 살리기는 전통적인 인기 설정... 이긴 하지만 또 일본 야구 만화에서 거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죠.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일본 야구 만화에다가 '머니볼' & 테오 엡스타인 같은 사례에서 현대 야구단 경영 성공 사례들을 가져와서 끼얹고 그걸 한국 드라마식으로 번역해서 내놓은 물건 같은 느낌입니다.
2020.01.11 11:51
구단주와 단장과의 갈등서사를 입힌건데, 일일드라마가 아니니 구단주에게 주는 캐릭터에 디테일을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디테일이 있으면 오히려 더 지겹죠. 스토브리그의 대부분이 일일드라마의 갈등처럼 구단주와의 갈등으로 채울수는 없으니까요.
단순하게 구단주는 투자대비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마인드고, 여기에 뭔가를 더 얹은거죠.
일반적인 구단주보다 더 투자를 안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망해서 해체하려는 목적이고, 배경은 아빠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가 있다...뭐 이런거죠.
이런 갈등을 각 출연자와 에피소드의 1/n 의 분량만을 주며 보여주는 거니까요.
이것도 주인공 백승수 영웅의 모험서사의 일부가 되는거죠.
이세영이 있어서 드라마가 무겁지 않고 재밌어요.
남성 고객층에 어필하는 또 다른 요소죠.
(여성 고객층을 위해 연하 부하직원 한재희가 있구요.)
2020.01.12 20:40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제목이 스토브리그라 우승이 결말인 드라마는 아닌건가,,,싶어요...벌써 반쯤 왔는데 연봉 협상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