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2 21:54
커피숍에서 물건을 주문한다고 해요.
한국 대기업 프랜차이즈인 경우라서 더 그런 것도 있어요. 약간의 복합적인 상황이 모두 겹쳤다는 가정 하구요.
0. "어서오세요. *입니다."
(설거지를 하다말고, 죄송한 표정으로)
1. "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2. "적립하실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3. "카드 받았습니다. 적립도와드리겠습니다."
(손으로 서명 패드를 가리키며)
4. "이쪽에 서명 부탁드릴게요."
5. "적립 되셨구요. 잔은 일회용컵 괜찮으세요? 얼음잔 필요하세요?"
(손으로 물건이 나오는 곳을 가리키며)
6. "음료 저쪽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요청하지도 않은 많은 양의 얼음을 넣어주고, 빨대, 뚜껑, 컵홀더를 모두 껴줌)
(얼음은 조금만 필요하다고 설명, 빨대, 뚜껑, 컵홀더 전부 필요없다고 설명)
7. "이 정도면 괜찮으세요?"
8. "음료 준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9.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이게 단 한 명이 3,500원짜리 음료 하나 주문한 것으로 받는 서비스예요. 한 사람에게 하는 말이 130글자 정도가 돼요.
100명의 손님을 대했다면 13,000글자를 말하는 거죠. 주말인데 애쓰고 가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대부분 필요한 정보이긴 한데, 그 표현이나 방식이 우리나라는 2~3배 뭔가 더 많고 힘들다는 거예요.
이게 미국의 스타벅스 직원들과 느낌이 달라요. 불친절함과는 상관이 없는 그들의 심플 간결함과 효율적인 속도가 일하기에 더 편한 구조는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미국의 그러한 문화가 과해질 경우, 인종차별 소지가 있는 행동이 나오기도 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국의 조심스러운 서비스 문화는 적당히 해도 괜찮은 정도의 문화가 정착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커피숍만의 문제가 아니죠.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 문화가 저러하니까요.
2016.03.12 22:04
2016.03.12 22:13
아, 미국의 경우는, 그게 불친절함과 상관이 없다는 뜻였어요.
한국의 경우는 님 말씀처럼, 사소하게 말이 짧아지면 건방진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고객님심리'가 있죠.
2016.03.12 22:20
2016.03.12 23:17
말나온김에 길게 썰을 풀자면..
멘트가 장황하거나 과도하게 친절을 베풀어야하는 일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는...사실 기술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할때 근육이 뻐근해지듯 말이죠.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어떤 뼈대가 룰 같은 것이 제대로 확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단호함이란게 없어요.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어 트러블이 있을 경우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게 없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현장 관리자가 그걸 재량껏 커버해야하고, 또 그렇게 커버한걸 가지고 '실력'이라고 추켜세워주며 그렇게 커버하는걸 권장하죠. 그렇게 재량이 기준이 되어버리면 일에 혼선이 옵니다. 간단히 말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현장 사람들이 오롯히 책임져야하고, 그에 대한 지원이 되지 않죠. 비용을 전가하는 샘입니다.
2016.03.13 03:45
무슨 근거로 저게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단정 지으시나요. 뭐만 하면 무조건 한국이 최악이다, 다른나라는 다 천국,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것, 근거 없이 그러면 그냥 피해의식에 쩔어 있다는 생각 밖에 안듭니다.
2016.03.13 04:12
일단 중국상해 스벅에선 위에 나열된것중 5~6가지 정도만 들어봤습니다. 뭐 굳이 외국과 비교할 필요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유럽에 비하여 3배정도, 중국에 비하여 2배정도 과잉 친절 혹은 서비스가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저런 대인서비스 측면에선 한국이 좀 유별난건 이미 기정사실 아닌가 싶군요. 가끔 한국 들어갈 적마다 서비스인플레가 부담스러운데... 그게 또 변변찮은 최저시급에서 벌어지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부담스러움을 넘어 화가 납니다.
2016.03.14 21:53
저는 한국 스타벅스에서 저렇게 말하는거 들어본적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안가보셨나요. 일본도 장난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일본에 살다가 한국에 왔을떄 한국 엄청 무뚝뚝하다고 느꼈었고요.
현재 유럽에 살고 있는데, 확실히 '과잉친절'이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포인트카드 등등 적용되어야할 부부넹 대해서는
다 물어봅니다. 여기도 최저시급에서 일어나는 일이고요.
사실 저도 과잉친절 지지하는 것 아닙니다. 단지, 요즘 한국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는, 뭐만 있으면 끝에 꼭, '헬조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하면서 자기비하하거나
한국이 마치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리인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거의 습관화된 모습에 대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뿐입니다.
물론 언제까지나 시리아나 라트비아같은 나라들에 비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심하게 만면에서 그러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016.03.13 17:44
극단적이시네요^^; 제가 한국이 지옥 외국이 천국이라고 언제 그랬는지 글을 다시 읽어봐도 모르겠어요^^;
2016.03.14 21:57
한국의 알바생들이 타국보다 힘들다고 하셨죠? 비록 한국이 지옥 외국이 천국이라는 딱 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타국' 이라고 일반화 시킨것에서 한국이 다른 그 어떠한 나라에 비해도 나쁘다라는 표현을 하신 것을 부인하실 수 있나요?
한국 알바생, 이라고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까페 알바생, 힘들겠어요' 정도였다면 프레데릭님이 갖고 계신 정보에 대해서
더도 덜도 아닌 해석으로서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감정적인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데이터에 없는 내용까지 만들어서 표현하는 것,
심하면 모두에게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2016.03.13 08:26
이러다 또 기승전이민 하실건가요.
2016.03.13 17:43
네 한국은 언젠가 떠나긴 할거예요^^;
2016.03.14 22:01
자기 나라 싫어서 무작정 이민해서는 현지화 한답시고 자기 나라 흉보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외국인들도 무시합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어디서나 열심히 살고요,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어딜가든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서 자국이 강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가보시면 금방 아시게 될겁니다. 특히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외국인 혐오물결 불고 있는 가운데, 외국에서 오히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는거 더 힘들어질수있어요.
2016.03.13 12:11
스타벅스 골드멤버입니다. 한국에 웬만한 스벅 다 가봤습니다만 저 순서대로 응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보통 웬만한 스타벅스는 바쁘죠. 브랜드값에다 한결같이 별다방팬을 유지하고 있고, 입점선정을 매우 철저하게 하는 지라 손님이 낮시간부터 엄청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입니다. 사이렌오더 쓰면 바로 "Egg님, 주문하신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하고 끝이고요.
특히나 스타벅스는 알아서 포인트 쓰고 멤버십으로 결제하고 그런 사람이 많아 저렇게 일일이 늘어놓지 않습니다. 다른 카페도 그렇지만 별도 주문 없으면 일회용컵 주고요. 분명 메뉴얼상으로는 저런 식으로 상세할 수 있는데 이행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새내기나 나이가 좀 있으신 직원분은 간혹 좀 세밀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2016.03.13 12:19
또 하나. 저도 서비스직종 파트타임 해봤습니다만, 저 메뉴얼대로 다 멘트 치고 응대를 하든 생략하고 효율적으로 하든 간에 고된 건 매한가지입니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피고용자들이 제대로 노동제도의 수혜를 받고, 좋은 임금을 받는 게 선행되어야겠죠. 일한 만큼 잘 벌고 잘 대해주는 게 중요하지, 업무의 효율개선 및 과잉친절의 형식을 면하고자 응대에 있어 노동강도의 부담을 줄이자는 글쎄 영 와닿지가 않네요.
2016.03.13 17:42
아뇨 스타벅스 얘기한 거 아녔어요^^; 한국 스타벅스는 비교적 미국스타일이 있어요.
2016.03.13 12:17
말씀하신대로 업무 처리 단계도 많고 그걸 엄청 빨리 처리해요. 외국이었으면 저 단계 다 처리 할려면 한 사람당 5-10분 잡아먹을 듯.
2016.03.13 15:53
제 기억엔 이런 과도한 서비스가 체감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티지아이에프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들어오면서였거든요. 친절+활발+격의없는 미국식 직원메뉴얼이 좀 이상하게 현지화되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아웃백이 들어오면서 이런 불편함이 정점을 찍었었죠. 그 주문받을 때 무릎꿇고 쭈구리고 앉는 거요. 내가 아이도 아니고 귀 어두운 노인도 아닌데 왜 이러나 싶어 화들짝 놀랐던 기억. 무릎꿇기 같은 건 아마도 미국 본사 방침이었겠지만, 한국은 팁 문화도 없고 서비스직을 하대하는 강도가 더 센 환경이라 느낌이 또 다를 수 밖에요. 그리고 그 다음 충격은 뭐니뭐니해도 대형마트 들어서고부터. "고갱님 고갱님" 소리 들은게 아마 그 즈음부터일거에요. 명목은 고객에게 친절인데 사실은 직원들을 감정적 총알받이로 세워놓고 회사 곳간 불리려 호객하는 꼴이라 영 불편하죠. 그리고 이제는 대기업체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과도한 친절이 전방위로 전염되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질 지경에 이른 듯.
2016.03.13 17:33
2016.03.13 22:41
대형 마트를 다니다보면 비슷하게 중년 여성 사원인데 이마트 등과 농협 하나로마트가 굉장히 대비가 돼요. 물론 하나로마트 쪽이 훨씬 더 좋습니다. 과도한 친절은 없지만, 필요한 정보는 확인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과도한 정서적 부담을 감당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근데 그게 아마 단순 계약직과 정직원, 혹은 정직원의 길이 열려 있는 계약직의 차이일 겁니다.
2016.03.13 22:45
그래서 스벅 사이렌 오더 이용을 합니다... 저런 대화 하다보면 저도 피곤한데 알바는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서요. 근데 고용창출의 측면에선 안좋겠죠?
2016.03.14 00:51
네, 전 순전히 '저런게 부담된다' 라기 보다는 '일하는 알바생들이 - 그것도 시급도 기껏해야 7천원도 안 되는 거 같은데 - 외국에 비해 너무 많은 정신적 언어적 소모를 하고 있다' 는 내용이었어요.^^
2016.03.14 09:33
위에 하나로마트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면, 저도 이마트보다 하나로마트 쪽이 더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표정하면서 말로만 서비스 멘트를 하는 게 아니라 친근한 서비스라고 할까요. '내 가게에 온 손님이라 반가워하는' 느낌. 저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는데 거기는 직원 개념이라, 분기별로 매장을 옮긴다고 하더라구요. 새로 오신 분께도 비슷한 친근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해삼너구리님 말씀대로 고용 형태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했어요.
2016.03.15 01:58
2016.03.15 02:06
2016.03.15 02:14
플래카드: "옳소! 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