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2 12:16
항상 취향은 넓고 얕음을 추구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재작년까지는 그중에서도 취미는 맥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맥주 좀 마신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에도 뒤처지고 애정도도 엄청 떨어졌습니다.
일상에 함몰된 시간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 것들이 맥주를 포함한 저의 모든 취미 생활에 파고든 요즘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10분 정도 걸어서 있는 동네 시장 한 편에 있는 작은 동네슈퍼에 요상한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게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요리조리 살펴보니 실제 물건들이 맞더군요.
이태원, 녹사평 등지에 있는 마켓이나 강남 신세계가 아닌 강북 그것도 서울 끄트머리 어딘가에 위치한 이곳에 요즘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맥주라고 평가받고 있는
올드 라스푸틴 (Old Rasputin), 스컬핀 IPA (Ballast point Sculpin IPA)이 있을 줄이야! 동네 수퍼 냉장고에 필스너 우르켈만 있더라도 황송할 지경이었는데!
러시아 인물인 라스푸틴을 당당히 맥주 이름으로 쓰는 미국인! 우리나라로 치면 둑중개 또는 쏨뱅이. 물고기맛 나는 맥주는 아닙니다.
특히 스컬핀은 전 세계 맥주 평가 사이트 등에서 시에라 네바다 IPA를 제치고 IPA계의 일인자로 등극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어 궁금만 하던 차에 동네 슈퍼의 진열장에 있다니 순간 여기가 한국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였습니다.
참고로 스컬핀을 만든 발라스트 포인트 회사 사장은 미국 샌디에이고 앞 바다에서 낚시를 취미 이상으로 즐기는 분이라 대부분의 맥주에 청새치 등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http://www.ballastpoint.com/beers/year-round/
아무튼 올드 라스푸틴은 임페리얼 스타우트라는 자신들의 설명 그대로 리얼 스타우트라는 게 이런 것일까 하는 맛을 보여 주었고 (기네스는 이제 필요없어)
스컬핀은 또 다른 샌디에이고 맥주인 그린플래쉬사의 홉 헤드 레드(Hop Head Red)맥주, (이것도 위 슈퍼에 같이 있었습니다)와 비교 해보려고 대기 중입니다.
이 외에도 이 마트에 맥주라기보다 와인에 가까운 올드 스톡 에일, 듀체스 드 부르고뉴도 있어 오랜만에 취미 생활에 몰두하려고 합니다. 대신 지갑은 매우 가벼워지겠지만요.
그래도 잠시나마 살 맛나네요.
2014.02.12 12:55
2014.02.12 13:30
정말 이 정도면 맥덕이 운영하는 동네 수퍼라고 해도 되겠네요. 라인업 훌륭. 올드스톡에일도 있다니.
홉헤드레드도 무척 훌륭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 중 하나. 그린플래시 PALATE WRECKER를 최근 마셔봤는데 그건 솔직히 그닥... 너무 독하기만 한 느낌이었어요.
2014.02.12 13:34
전 며칠 전에 안암동 바에서 올드 라스프틴 병맥주하고, 스컬핀 IPA '드래프트'로 마셨어요! ESB나 Honeydew도 흡입!
2014.02.12 13:35
아우 스컬핀 드래프트라니... 한 번 마시려면 손모가지가 부들부들 (비싸서요. ㅠㅠ)
2014.02.12 13:42
그렇죠. 한 잔에 12000원 (...) 그래도 목요일은 할인해서 10500원일 겁니당.
2014.02.12 13:45
얼마전에 발라스트 포인트사의 사장이 한국 방문했다 하더니 이제 드래프트로 수입하나 보네요. 가격은 역시 자비가 없네요. 동네슈퍼는 7천원 초반대이던데 그냥 두 병 마셔야겠습니다.
2014.02.12 13:48
요즘 속속 오고 있어요. 브루독 사장도 왔었고요. (잘 아시겠지만) 현재까지는 펑크, 세인트5에이엠, 데드포니클럽 3종이 출시되어 있는데, 곧 3종이 추가로 국내 출시된다고 합니다.
2014.02.12 13:41
2014.02.12 13:46
만약에/ 아 그러고보니, 예전에 원주 크라켄을 소개해주셨던 분 아니시던가요? 그 덕에 저도 원주부터 시작해 맥덕이 되었나이다. (책임지세요 얇아지는 지갑)
2014.02.12 13:49
죄송합니다, 저 맞습니다. 맥덕은 좋은 겁니다. ^^;
2014.02.12 15:02
듀게 맥덕 소환 글인가요?
20일 전에 앰버 만들어서 이제 발효 다 끝났고, 내일 탄산 + 병에 담기 합니다. 2주 후면 탄산 과정이 끝나는데 꽤 기대하고 있어요.
IPA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쏨뱅이는 통과, 그렇지만 올드 라스푸틴은 꼭 한번 접해보고 싶네요.
2014.02.12 18:02
상계동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나요? 상계+라스푸틴+스컬핀 으로 구글링해봐도 전혀 안 나오네요. 당장 오늘 퇴근 후에 달려가고 싶습니다
2014.02.12 18:07
http://www.beerforum.co.kr/board_news/247855
여기가 아닐까 합니다. ㅎㅎ
2014.02.12 20:08
감사합니다. 방금 사가지고 와서 빈 사무실에서 kula shaker의 hush 볼륨 만땅 배경으로 어깨춤을 추면서(?) 먹고 있습니다. IPA보다 스타우트를 더 좋아하는데, 스컬핀 맛있네요. 맥덕 아닌 사람에게도, 맥덕인 사람에게도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사실 이게 굉장히 성취하기 어려운 덕목이거든요, 거의 대부분 둘 중 하나만 만족시킬 뿐이었고 둘 다 만족시키는 맥주는 여태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네스 덕후인 제게 새로운 만남이 열렸네요. 당분간 올드 라스푸틴만 파야겠습니다. 은혜로운 게시물 감사드려요 흑흑
지방이라 스컬핀을 자주는 못 마시지만 그나마 홈플러스에서 구할 수 있는 IPA 중 으뜸인 그린플래시 웨스트코스트IPA로 연명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