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1 20:34
Official Competition 2021
다짜고짜 위에 분들 탄생년도부터 적어 볼게요. 감독을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 1974년, 두 배우를 연기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1960년, 오스카 마르티네즈 1949년 생입니다.
영화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고요, 영화 한 편을 죽기 전 기념비로 만들고 싶은 고령의 기업가 제작자에게 천재 감독과 유명 배우 두 사람이 선발되고 이 세 사람의 리허설 과정이 거의 대부분의 상영 시간을 차지해요.
중요한 재미는 줄거리 보다는 이 세 인물의 캐릭터를 구경하는 데서 옵니다.
특히 감독이 예술가 특권 의식에 차서 선을 넘는 괴짜 캐릭터인데 이걸 페넬로페 크루즈가 연기하니 어째 밉지가 않네요. 자의식 과다 민폐형 예술가 캐릭터를 싫어하는데 뭔가 설득이 되고 있어요. 외모가 심하게 멋져서인지 넘 똑똑한 데서 생기는 카리스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양해가 되고 믿어보자는 마음이 생기네요. 이 에너지를 많이 말고 아주 조금만 나누어 받으면 좋겠어요.
제목에서 보다시피 리허설 중 두 명의 배우가 갈등하는 것이 주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둘은 연기관이나 세상을 보는 입장에서 차이가 나고 이로인한 견제와 불화, 염오가 끈질기게 내내 이어지지요. 그런데 사실 이 두 배우는 매우 닮아 있습니다. 그게 이들이 리허설 중인 영화에 형제 이야기의 결말 부분을 봤을 때 맞아들어갑니다. 꽤나 연기관이나 배우 인생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아웅다웅하지만 이 두 사람이 각각 그렇게 고유할까, 대체 불가일까, 하는 독설이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제 생각을 조금 쓰자면, 두 사람이 배우로서의 쓰임새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고 알량한 속물 근성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가치관도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할 일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 같습니다.
내용 면을 좀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역량 부족인지 앞뒤가 맞는 뚜렷한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돈이 풀린 영화판의 부글부글거리는 한바탕 소동극, 자기 풍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딴 건 잘 모르겠고 위 배우들의 연기 구경엔 최고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이런저런 연기를 하는 연기를 보여 주니까요.(하지만 페넬로페 최고!)
과다한 면이 있는 캐릭터들이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건축물 안에서 으르릉대고 활개치는 걸 보여 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나라는 스페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해 보네요.
2023.02.21 23:47
2023.02.22 09:08
페넬로페 크루즈는 얼마 전에 '페러렐 마더스'도 봤는데 참 늙지도 않고 연기도 점점 더 잘 하는 거 같고 신기한 과에 속하는 배우 같습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두 명과 그렇지 못한 국내의 나이 많은 연기자가 출연했다는 점이 스페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재밌게 볼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말씀하신 부분 특히 겉과 속이 다른 점이 오스카 마르티네즈가 확실히 더 짜증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고 그래서인지 이야기 흐름도...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모든 것을 빠개는 기계는 무시무시하던데 감독들도 인상적이었는지 한참 다시 보여줘서 웃겼어요. 거기 던져 넣는 물건도 그렇고.)
맞아요 희한하게 페넬로페 크루즈는 좀 덜 얄밉죠. 심지어 가까이 두지 않고 멀찍이서 구경만 한다면 꽤 재밌고 흥미로운 사람일 거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두 남자가 그냥 스치기도 싫은 사람들인 것에 비해 많이 관대하기도 한데. 어차피 두 남자들의 꼴값 대결이 핵심인 이야기라 당연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전 반데라스보단 저 국민 연기파 배우 할배가 더 꼴 보기 싫더라구요. 둘이 싸우는 장면들을 보면 분명히 할배가 내내 더 공격적이고 더 대놓고 반데라스를 무시해요. 그래도 반데라스는 초반엔 상대를 존중하는 척이라도 잠깐씩은 하는데 할배는 걍 대놓고 무시에다가 덤으로 '일반 대중'까지 싸잡아 까대고 막... ㅋㅋ
그래도 찍는 배우들은 즐거웠겠단 생각이 들었고, 또 그걸 보는 저도 즐거웠으니 만족했구요. 말씀대로 배우들 연기 구경 재미로 보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대충 넘겨(...)도 되지 않나.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