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평민 남성의 결혼 Tip

2013.06.10 20:04

Isolde 조회 수:5746



시골의 투박한 억양으로 놀림을 받던 평범한 남성이 있었어요.
그는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다가 거기서 만난 왕위계승 스웨덴 공주와 결혼을 했습니다. 
스웨덴 왕실이 부마에게 과도한 결혼비용을 요구했다는 뉴스는 들리지 않는데 이것은 불공정거래일까요?

6월의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어느 날 한 연인이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더 높은 직업을 가진 자식을 둔 부모가 과도한 결혼비용을 상대방에게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다음의 사항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

1
부모와 인연을 끊고 사랑의 도피를 한다. 

2
부모의 의견에 따라 헤어진다. 

3
부모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척 가짜 연기를 하면서 결혼을 진행한다. 


-------------

옛날에 재벌왕국이 있었습니다. 
왕과 왕비는 밤낮으로 자식들이 왕국의 지배자가 되기를 바랐어요. 
이웃의 재벌왕국에서 정략결혼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느 날 재벌왕국의 첫째 공주는 사회에 나가서 봉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평범한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재벌왕국은 분노합니다. 
첫째 공주는 가문의 반대에도 이 청년과 결혼합니다. 
그리고 먼 나라로 유학을 떠납니다. 

국내 최고의 재벌 그룹 장녀의 실화입니다. 

여기서 이 청년은 무슨 역할을 했을까요?
무슨 노력을 했을까요?

공주를 신뢰하고 도망치지 않는 것이죠.

사회 신분의 차이가 크게 나는 상대방 부모에게서 자존심에 금이 가는 말을 듣거나 모욕을 당하면 일반적으로 그 상황을 못 견디고 도망가죠. 
한국에서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혼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개인적인 주장이나 의견은 뒤로 밀려나거나 묻힙니다.
연애의 온갖 시련도 넘겼지만, 혼수준비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입히다가 파탄으로 끝납니다. 
극단적으로 자신을 무시한 상대방 부모에 악감정을 품다가 찾아가서 칼로 찌르는 사건도 실제로 일어났어요. 

부모세대와 달리 더 높은 교육을 받았고 더 많은 혜택을 받았던 지금 세대가 기존 결혼문화에 대해서 구세대에 온건히 저항할 수도 있잖아요.
부모 도움이 아니라 결혼비용은 개인의 능력에 맞게 하고 싶고 허례 의식에 피곤하다는 분들 많이 있었어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올인한 노년의 부부가 자식에게 버림받고 생을 버리는 비극은 그만 보고 싶군요. 

왜 우리는 전략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죠?
부모와 사랑하는 이를 상처입히지 않고 연기하는 법같은 것 말이죠. 

3번
부모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척 가짜 연기를 하면서 결혼을 진행한다. 

높은 계급의 엘리트 여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급의 사랑하는 남성을 위해서 부모와 맞서는 것.
부모가 제시한 결혼비용이 상대방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자 뒤에서 도와주는 것.
(물론 빚이 대부분이고 나중에 둘이서 갚아 나가면 되겠지요) 
속물적인 부모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는 척하는 가짜 연기를 하는 것.

오직 같은 계급의 사람이 같은 결혼비용을 주고받으며 같은 나이의 사람이 하는 결혼만이 순수하고 순결한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계급이 다르고 결혼비용이 다르고 나이가 다른 오염된 세계에서도 현실의 삶은 진행되지요. 

개인적으로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급과 신분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자들에게 돌을 던지는 역할은 흥미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이 신념과 사랑을 위해서 자신들의 이해를 기꺼이 뒤로 돌리고 목숨까지 바쳤어요. 
과도한 결혼비용의 원흉이 자신의 부모라면 사랑해서 선택한 사람을 위해서 뒤에서 도움을 준 것이 그토록 불공정한 거래인지 모르겠습니다. 

<Pygmalion>은 두 남성이 한정된 시간 내에 빈민가 여성을 상류 귀족 여성으로 변신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를 내기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음성학 교수는 자신의 집으로 이 빈민가 여성을 데려와서 교육하고 어느 날 파티에서 교육의 효과를 증명합니다. 
그런데 이 빈민가 여성은 자신이 그들의 실험 체였고 내기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교수의 집을 떠나죠. 

자아를 찾아 떠난 이 아가씨에게 그 시대에 사회는 자립의 문을 열어주지 않고 얼빠진 남성과 결혼하게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얼빠진 남성과의 결혼이 계급에 맞는 공정한 거래라고 말하는 이가 있겠지만 이러한 결말이 사회에 던진 냉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사랑하는 작가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오늘날 억양과 상관없이 여성도 꽃가게를 차릴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꽃을 사러 온 남성의 신분에 상관없이 이제 꽃가게 주인으로 마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왕자의 신분이라도.


P.S
남녀 역할을 바꾸어 읽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며느리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시부모여도 순조롭게 결혼준비하는 Tip>을 읽고 뒤늦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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