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6 23:37
- 어제 영화와 똑같이 1999년작입니다. 1시간 37분. 스포일러랄 게 없다는 판단 하에 걍 신경 안 쓰고 막 적겠습니다.
(그 시절 느낌 가득은 좋습니다만, 빈말로라도 괜찮은 포스터라는 말은 못 해주겠군요. ㅋㅋ)
- 라랄랄라 즐거운 음악과 함께 등교하는 학생들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정말 그 시대 하이틴 로맨스의 '바이브'랄까. 그런 게 느껴지는 스타트에요. 당연히 '와 저런 분위기에서 난 선생 못 할 거야' 라는 느낌이 드는 자유롭고 거친 학생들 모습이 한참 보이구요. 그 시절 첨단 아이템 애플 파워북으로 야한 소설을 쓰며 완전 건성으로 학생들 상담하는 불량 상담 교사도 보이구요. 뭐... 그런데 암튼.
이 학교에 조셉 고든 래빗 학생이 전학을 옵니다. 아직 키가 덜 큰 건지 참 앳되고 작아 보이네요. 하지만 이름처럼 귀여... 운데. 원 소속 그룹에서 방출되어 친구가 없어진 너드 학생 한 명이 접근해서 학교 투어를 돌구요. '비앙카'라는 어여쁜 학생을 마주쳐요. 어떻게든 이 학생과 잘 해보고픈 토끼씨입니다만 엄격하기 그지 없는 비앙카 아빠가 딸래미 연애 못하게 하려고 '니 언니가 연애하기 전엔 너도 절대 데이트 못해!'라는 괴상한 약정을 걸어 놓았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알아 보니 그 언니라는 인간은 교내 평판상 성격 파탄에 애인은 커녕 친구 하나 없는 전투적 페미니스트라서 연애 성사 가능성이 넘나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건 셰익스피어 원작이니까요. 그 언니 '캣'을 연애 시키기 위해 캣과 만만찮게 평판이 살벌한 고독한 터프 가이 '패트릭'을 끌어 들인다는 참으로 문학적인 계획을 세운 토끼와 친구. 근데 본인들은 끌어 들일 배짱도 자본도 없으니 자기처럼 비앙카에게 꽂힌 갑부 양아치 청년 '조이'를 꼬드겨서 패트릭에게 돈을 지불하고 캣에게 접근 시킵니다. 과연 이 미션은 어찌될 것인지... 는 뻔하죠 뭐. 문제는 그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일 뿐.
(사실 플롯상 주인공은 조토끼군에 가깝습니다만. 어찌저찌 하다 보니 그게...)
- 아무도 안 궁금해하실 얘길 매번 하려니 민망하지만 전 정말로 로맨스물 안 좋아해요. 셰익스피어 팬도 아니구요. 그래서 이 영화의 명성을 20여년째 들으면서도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이상한 바람이 불어서 (라기보단 사실은 디즈니 플러스에 보고픈 맘이 드는 게 없어서 목록을 싹 다 훑다가;) 대뜸 재생을 눌러 버렸죠.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봤는데, 결론부터 말 하자면 아 이거 참 재밌게 잘 만들었네요. 오랜 세월 헐리웃 하이틴 로맨스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었던 이유를 납득하며 잘 봤습니다.
(영화는 안 봤어도 이런 장면들 같은 건 여기저기서 많이 봤고 그래서 이미 본 영화 다시 보는 기분도 들고 그랬죠.)
- 이야기를 각 잡고 궁서체로 진지하게 뜯어 보자면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어제 얘기한 '25살의 키스' 만큼은 아니어도 구멍이 숭숭에다가 편의적인 전개가 가득해요. 캣과 패트릭, 조토끼씨(캐릭터 이름을 까먹...;) 같은 주연들부터 이런저런 조연들까지 누구 하나 현실적인 디테일을 갖춘 인물이 없죠. 그런 게 있는 척 하는 녀석들은 있어도 결국 다 훼이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교류 같은 것도 그냥 로맨스의 공식대로 쉽게 쉽게 흘러가구요. 철옹성이어야할 것 같던 캣은 겁나게 빨리 패트릭에게 마음을 열구요. 뭔가 대단할 것 같던 캣의 과거 사연도 나중에 보면 싱겁기 그지 없고. 패트릭은 알고 보니 어쩌다 오해 받았던 선량한 훈남이었을 뿐이고... 암튼 이야기의 대부분이 '나는 하이틴 로맨스니까!!!' 라고 외치며 참으로 편리하게, 쉽게 흘러가며 그 안에 무슨 진지함 같은 건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긴 한데요.
(이 선생 참... ㅋㅋㅋㅋㅋㅋ)
- 대체 이걸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게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냥 재밌어요. ㅋㅋㅋ
일단 영화가 애시당초 진지해질 맘이 전혀 없다는 걸 당당히 선언하고 시작한다는 게 중요하겠죠. 사실 연애 한 번 해 보겠다고 이런 음모까지 꾸미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구요. 오프닝에서 그 상담 선생이 하는 짓도 그렇고 엔딩의 옥상 밴드도 그렇고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일관되게 '이건 비현실적인 코미디라고!!!' 라고 외치는 영화에요. 그리고 이게 맞는 접근법이겠죠.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판으로 만들면서 정색하고 진지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현실에서 이런 짓을 하는 남자가 있다면 감동하기 전에 일단 민망함에 짜증부터 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캐릭터들이 좋습니다. 앞서 말 했듯이 참 비현실적인 '하이틴 로맨스 생명체'들인데 그걸 참 잘 다듬어 놨어요. 다들 뻔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죠. 귀여워야 할 놈은 귀엽고 멋져야 할 놈은 멋지고 재수 없어야 할 놈은 관람자들 기분 더러워지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재수 없구요. 각자 역할에 맞게 기가 막히게 잘 된 캐스팅이야 말 할 것도 없겠죠.
마지막으로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이런 장르가 갖춰야 할 전통적인 요소들을 참으로 성실하게, 그리고 보기 좋게 탁 탁 짚어줍니다. 순진하고 얼빵한 남자애가 용기를 내어 사랑을 얻고, 고독한 아웃사이더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서 행복을 찾고, 비현실적으로 과장은 되었으되 어쨌든 보기 좋고 멋진 프로포즈 장면들이라든가... 여기에다가 적절한 타이밍마다 튀어나오는 개그들까지 타율 좋게 뒤받침 해주니 딱히 진지하게 지적질을 할 의욕이 안 생겨요.
(저 아빠 캐릭터도 참 웃겼구요. 그 와중에 산부인과 의사로 설정을 해서 아빠의 격한 오지랖에 나름 설득력을 부여해주는 센스도 좋았구요.)
- 이미 한 얘기지만 캐스팅이 차암 좋습니다.
일단 주인공 역의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즈가 너무 좋군요. 각잡고 따져 보면 정말로 얄팍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들인데, 배우들이 그걸 그럴싸한 질감으로 잘 살려내며 관객들에게 납득을 시켜줘요. 연기력을 떠나 그냥 봐도 둘 다 많이많이 매력적이기도 하구요. 그 시절에 봤더라면 아마 '둘 다 앞으로 크게 되겠군!' 이라고 생각했을 텐데요. ㅠㅜ
그리고 우리 조토끼씨가 이렇게 귀염뽀짝하던 시절이 있었군요? ㅋㅋ 확인차 검색해보니 제가 이 배우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한 영화가 2005년에 나온 '브릭'이에요. 이로부터 6년 후의 작품이니 이 시절 비주얼을 신선하게 느끼는 게 당연했던 걸로.
(세기말 조토끼씨의 귀여운 모습!!)
- 그래서 결론을 내자면...
대단할 건 없지만 성실하게 할 일은 다 하는 스토리를 적절한 센스와 배우들 능력으로 기가 막히게 살려낸 경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이야기꾼이 누구신가!!? 하고 검색해 봤는데... 음. 감독님도 작가님도 이 영화 이후로 대단한 작품은 없군요. 두 분의 리즈 시절이 이 영화에서 만났던 것일까요. 혹은 세기말 로맨스 정서를 이걸로 불사르고 새로운 시대가 찾아와 버린 건가... 싶기도 하구요. 요즘 하이틴 로맨스물들은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해맑은 건 찾기 힘든 것 같아서요.
어쨌든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로맨스물이지만 로맨스를 빼고 생각해도 그냥 웃기고 재밌는 장면들이 많으니 저처럼 로맨스는 별로... 라는 사람도 재밌게 볼만 하구요. 세기말 청춘물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이라든가, 히스 레저에게 호감은 있었는데 저처럼 이 영화는 안 보고 살아 온 분들이라든가... 등등이 챙겨 보시면 괜찮겠단 생각이 듭니다. 근데 뭐, 이런 부분에 해당하는 분들이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셨을 리가... ㅋㅋㅋ
(20세기도 그리워지고 이 배우들의 그 시절도 그리워지는 짤입니다.)
+ 그 유명한 Can't take my eyes off you 장면은 이제사 다시 보니 조커 생각이 나서 웃기더라구요. 연기 톤이 되게 비슷합니다(...)
++ 이게 2009년에 티비 시리즈로 만들어졌었군요. 제작진이 싹 다 물갈이 된 가운데 캣의 아빠 배우만 원작과 같은 캐릭터로 다시 출연했나봐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님께선 2019년에 '영광을 다시 한 번!' 같은 느낌의 제목을 단 '10 Things I hate about life'라는 영화를 만드셨지만...
+++ imdb 영화 정보의 '작가' 란에 셰익스피어 이름이 박혀 있는 게 왜 웃길까요 전. ㅋ
++++ 어쨌든 그래서
세상을 떠난지 15년이 되었군요. 명복을 빕니다...
2023.04.07 00:58
2023.04.07 22:10
요즘 갑자기 확 늙었는지(?) 이 시절 영화들이 땡겨서 작정하고 이것저것 달려보고 있어요. 방금 다 본 영화도 비슷한 시기입니다. ㅋㅋ
말씀대로 '클루리스'는 각색 자체가 참 센스 있게 잘 됐다는 느낌에 배우 캐스팅도 대박이었고 여러모로 레전드 대접을 받을 만한 작품이었죠. 요즘 10대들도 헐리웃 하이틴 로맨스 좋아하는 애들은 넷플릭스로 다 챙겨보고 알더라구요.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다다음 정도. 사이에 끼어 있는 건 '퀸카로 살아 남는 법'인 것 같구요. 근데 전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로맨스가 아니라 그냥 코미디로 치기 때문에 이 영화가 2위인 셈 치겠습니다. 하하.
저도 엔드 크레딧 보면서 그 생각 했어요. 아무리 봐도 이거 cg 안 쓰고 정말 학교 지붕 위에 셋팅해놓고 실제로 찍은 것 같은데 저거 어디 겁나서 제대로 퍼포먼스 하겠나... 라고요. ㅋㅋㅋㅋㅋ
2023.04.07 09:24
까먹으신 조토끼 군의 캐릭터 이름은 '카메론 제임스' 라고 댓글의 뮤비 스냅샷에 나와 있네요.
2023.04.07 22:11
아하 감사합니다. 이제 보니 그것 참 영화 잘 만들 것 같은 이름이었네요(...)
2023.04.07 10:30
요즘 올리시는 영화 중에 모처럼 저도 본 영화네요. 기억에 남는 건 히스 레져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위에 LadyBird 님도 쓰셨는데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특별함이 있었어요. 우수 같은 게 느껴집니다. 리버 피닉스에게도 그런 게 있었는데 요절해서 나중에 씌운 이미지라고만 할 수는 없는 표정에 깃든 쓸쓸함? 같은 게 있어요.
2023.04.07 22:12
뭔가 거칠거칠한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섬세하고, 씨익 웃을 땐 되게 순수해 보여서 갑자기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꼬' 같은 걱정도 하게 만드는 복합적인 매력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대로 후대에 덧붙여진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원래 그런 느낌이었던.
2023.04.07 11:42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줄리아 스타일즈가 크게 될 줄 알았는데 이제 그냥 중견 배우가 되버린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이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오델로를 현대물로 각색한 O라는 영화에서는 데스데모나를, 에단 호크가 햄릿이었던 또 다른 그 무렵 각색물에서는 오필리아를 맡아서 세익스피어 3부작을 찍었을 때만 해도 정말 스타가 될 줄 알았거든요.
2023.04.07 22:14
제게 원래 줄리아 스타일즈의 이미지란 '본 아이덴티티'에서 살짝 동그랗고 귀여워진(?) 비주얼로 나와서 비중 작은 직원님 연기하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귀엽긴 한데 뭐... 그냥 귀엽네' 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안타까워졌어요. 훨씬 크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2023.04.07 22:29
저에게 이 영화 최고 명장면은 히스 레저 세레나데가 아니라 바로 이것입니다. 이 파티 전까지 전혀 이렇게 놀 것 같지 않은 캐릭터였다가 너무 파워풀하고 섹시한 웨이브 동작을 보여주는데 순간 반해버릴 정도였어요 ㅋㅋ
이 장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라는 댄스영화 주연을 맡기도 했었네요. 평은 별로... 연예계라서 어쩔 수 없이 완전 스타배우가 되려면 외모가 특출난 것도 중요한데 줄리아 스타일스는 좀 오묘하게 매력적인? 그런 타입인 것 같아요. 그러면 작품, 배역선정으로 연타를 터뜨려서 '명배우' 루트를 타야하는데 그냥저냥 흘러간 커리어인 것 같아요.
2023.04.07 13:56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영화라 댓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말씀대로 배우들의 통통 튀는 매력으로 살짝 허술한 스토리가 커버되는 영화지요.
줄리아 스타일즈는 90년 후반, 2000년대 초반에 냉소적이고 쿨한 신세대 역할을 자주 맡았었는데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서일까요? 그 후로는 이렇다할 활약이 없네요.
히스 레저의 춤과 노래는... 다른 사람이 했다면 참으로 오그라들었겠지만 히스 레저라서 귀여웠어요. 미소가 싱그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조셉 고든 레빗이랑 얼굴이 좀 닮지 않았나요. 둘 다 묘하게 아시안이나 미국원주민 혼혈 느낌이 있어요.
조셉 고든 레빗은 그냥 귀여웠어요. 비앙카는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에서도 조셉고든 레빗 여자친구였지요.
주인공 친구로 나온 배우 (미드 넘버스 주인공) 얼굴은 고등학생 얼굴이 아니라 좀 웃었네요. 선생님인줄...(..)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에 나오는 불량청소년들은 너무 착해 보여요.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중고생들도 마약이 기본이던데 말이죠.
이 영화는 한마디로 귀여워요. 대사도 웃기고요.
아 그리고 사운드트랙이 무지무지 좋아요.한때 매일 듣고 다녔었죠.
로맨스를 안좋아하시니 안보실 것 같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색한 영화 중에서 위 댓글에 안나온 쉬즈더맨도 추천해요. 넷플릭스에 있더라구요. 이건 그냥 제 사심도 있는데 채닝 테이텀의 매력이... 말씀하신 요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적당히 순수하고 착한 느낌도 있구요. 내가 널... 만큼 재밌진 않지만요.
얼마 전 로이배티님 글에서 채닝테이텀이 인어로 나올 뻔한 영화가 엎어졌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거든요. 세월이 야속하군요. ㅠ 얼마 전 "도그"를 보니 인어 채닝 테이텀은 무리데스.. 그냥 미군이 딱입니다.
어쩌다보니 아무말 댓글이 되어버렸네요... 죄송
로이배티님 글에 다 댓글을 달진 못하지만 옛날 영화 리뷰 재밌게 읽고 있어요. 아래 25살의 키스에 댓글 달고 왔어요.
2023.04.07 22:19
네 각본도 허술하지만 재밌고, 캐릭터들도 좋았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배우들이 되게 많이 살린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면서 계속 이래서 사람들이 히스 레저를 그렇게 좋아했구나, 이래서 줄리아 스타일즈가 그 때 잘 나갔구나, 조토끼는 그냥 귀엽구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ㅋㅋ
조토끼와 히스 레저가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제가 워낙 눈썰미가 없습니다) 듣고 보니 정말 닮았네요? 이미지는 많이 다른데 닮기는 또 꽤 닮은 듯 해요. 하하.
말씀대로 웃기고 귀엽고 즐겁고 로맨틱하고... 굳이 완성도가 어쩌네 각본의 개연성이 어쩌네 이런 거 따지고 싶지 않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수록곡들도 아주아주 잘 골라 넣은 게 하이틴 로맨스 무비의 정석 같았구요.
쉬즈 올 댓에 히즈 올 댓에 쉬즈 더 맨이라니. 제목들 헷갈리지만 기억해두겠어요. ㅋㅋ 채닝 테이텀은 뭔가 되게 잘 생겼는데 다양한 역할 시키기 좀 애매한 비주얼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나이를 먹으니 말씀대로 군인 같은 이미지가 참 강하네요. 하하;
재밌게 읽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하긴 늘 감사하고 있지요. 예전부터 제 뻘글에 댓글 많이 달아주신!!! ㅠㅜ
요즘엔 볼만한 대만 드라마 뭐 없을까요. 하하.
2023.04.07 14:01
히즈레저 팬은 아니었지만 저의 기억에 히즈레저 이미지는 이영화가 강해서 그런지 다크나이트 나올때 동일인물이라고 인식하기 힘들더군요
2023.04.07 22:21
브로크백 마운틴이 또 있지 않습니까. 어찌보면 거기에서의 연기가 조커 연기보다 훨씬 훌륭했던 것 같기도 한데.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그 쪽으로 더 많이 얘기가 되는 것 같아요.
2023.04.07 15:07
2023.04.07 22:22
그랬죠. 특히 브로크백 마운틴, 다크나이트로 완전히 헐리웃 연기파 스타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었던 터라 더 황망한 소식이었어요. 인생 참...
2023.04.07 18:11
2023.04.07 22:24
그냥 가벼운 그 시절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보면서 배우들 매력만 뜯어 먹어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 같았어요. ㅋㅋ
말씀하신 장면을 보면선 그런 생각을 했네요. 얘는 지금 자기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알아서 저렇게 자신 만만해 보이는 걸까, 아님 그냥 시키는대로 열심히 했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걸까. 같은 무의미한 뻘생각이요. 하하.
듣고 보니 정말 캐스팅에 그런 게 좀 있었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드네요. 뭐 그래도 어차피 실제로 영화에 나온 건 조셉 고든 래빗이니 히스 레저 버전은 잘 상상도 안 되고, 그냥 괜찮았던 것 같아요. 나쁜 호기심일 것 까지는 없겠구요.
25살의 키스가 1999년작이었다는 걸 알고나니 장르도 그렇고 저도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생각났는데 배티님도 연달아서 보셨군요 ㅋㅋ 이 당시에 셰익스피어나 여러 고전 문학을 이렇게 현대 하이틴 영화로 각색하는 게 할리우드에서 핫한 트렌드였던 것 같아요. 전설의 '클루리스'부터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쉬즈 올 댓' 등등.. 그 중에서 제가 최애로 꼽는 작품입니다.
이런 각색물들이 애초부터 그렇게 야심찬 기획이라고까진 할 수 없고 적당히 과거에 사랑받던 이야기를 현대화시켜서 풋풋한 청춘배우들을 앞세워 10~20대 관객들 지갑을 열게 만들자는 정도겠죠. 그래도 여러번 감상해보고 나름 그 중에서 상당히 날카로운 각색이라고 느끼는 건 '클루리스'이고 캐릭터들이 가장 좋다고 느껴지는 게 바로 이 작품인 것 같아요. 말씀대로 언뜻 보기엔 딱히 특출날 건 없어보이지만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해내죠. 최근 몇년 전에 재감상했을 때도 시간을 꽤 잘 견뎌냈어요. 지금 시각으로 봐도 딱히 너무 유치하고 오바스럽다거나 불쾌한 캐릭터들이 없었어요. 히스 레저의 캐릭터는 오그라들수도 있는데 그래도 나름 순수(?)하고 로맨틱하다고 넘어가줄 수 있는 그 선을 적절한 각본, 연출, 배우의 매력으로 잘 조절했고 줄리아 스타일스의 그 전투형 페미니스트 캐릭터는 은근 시대를 앞서갔네요.
바로 밑의 '25살의 키스'에서도 얘기했었지만 역시 오늘의 유망주, 내일의 스타들을 구경하는 맛인데 이 작품이 캐스팅에서도 유독 강했네요. 오스카 수상자는 둘이나 배출했고 조토끼 비롯해서 최근까지 꾸준하게 잘 활동하는 얼굴들이 많아요. 조토끼군 캐릭터가 짝사랑하는 비앙카 역의 배우는 처음 봤을 때부터 참 이쁘고 매력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동료 출연진들에 비해서 이후에 별 활약이 없었던 것 같네요. 히스 레저는 잘생겼다, 연기 좋다 단순히 이런 걸 떠나서 얘는 뭔가가(It Factor) 있다 싶을 정도로 튀는 재능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작품과 더불어 참 좋아했던 삽입곡입니다. 그런데 이거 촬영할 당시에 밴드분들은 엄청 무서웠다는 후일담이 있더라구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