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상권)

2023.04.07 14:52

여은성 조회 수:241


 #.'상권'이라는 것은 뭘까요?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곳, 그리고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드는 곳. 이 두 가지를 목표로 하는 공간이죠. 물론 물리적인 터일 수도 있고 개념적인 터전일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오프라인 상권에 대해 써볼께요.



 1.산책을 하거나 상권들을 둘러보러 갈 때는 당연히 '잘 나가는'상권을 찾게 돼요. 잘 지어진 신식 몰이나 영화관, 백화점, 쇼핑 모든걸 아예 한 곳에 때려박은 그런 곳들, 또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길거리 상권 말이죠.


 그런 곳을 가는 이유는 두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죠. 일단 상권을 구경하러 갈 때는 그곳에서 뭔가를 먹고 마시고 오는 법인데, 당연히 잘 나가는 상권에 새로운 가게나 희귀한 가게가 입점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새로운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즐기고 하면 좋으니까.


 물론 돈까스나 짜장면 등 평범한 메뉴를 먹고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경우에도, 장사가 안 되는 곳의 상권 식당가는 '과연 재료가 제대로 회전되는 걸까'라는 걱정이 들거든요. 잘 나가는 곳이라면 그날 들어온 재료를 그날 소진하는 식으로 신선한 재료가 계속 회전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좀더 위생적이겠죠.



 2.위에 썼듯이 상권이란 것은 사람들이 일단 오게 만드는 게 첫번째 목표, 거기서 나아가 돈을 쓰도록 만드는 게 최종목표예요. 하나 덧붙이자면 '다음에도 올 마음이 들게 만드는 곳'이라는 목적도 완수해야 하죠. 옛날 전자상가들처럼 '만만한놈 하나 잡아서 덤태기 씌우고 오늘 장사 끝내자'라는 마인드로 장사할 수 있는 세상은 끝났으니까요.


 옛날에야 그렇게 장사해도 나쁜 소문들만 좀 돌고 끝났겠지만, 이제는 그런 장사를 하는 곳이 있으면 소문으로 끝나지 않거든요. 아주 디테일한 제보, 증언, 타임라인이 인터넷에 즉시 올라오고 정의감에 불타는 인터넷 친구들이 그걸 퍼나르니까요. 예전에야 나쁜 소문들을 듣고도 어영부영 사람들이 가곤 했겠지만, 요즘 세상엔 그런 디테일한 제보를 본 사람들은 절대로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되죠.



 3.어쨌든 그래요. 상권이라는 곳은 사람들의 소비를 흡수하며 생존하고 성장하는 생물체와도 같아요. 문제는 한 도시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소비의 한도, 그리고 소비의 욕구는 총량이 정해져 있단 말이죠. 무언가 큰 이벤트가 있거나 신상품이 나온다면 총량이 잠깐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총량이 일정하게 유지돼요.


 그렇기 때문에 각 상권들은 서로서로 생존경쟁을 하는 관계예요. 의, 식, 주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말이죠. 



 4.휴.



 5.'옷을 사고 먹을 걸 먹는 것까지는 상권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주는 왜 상권이냐?'라고 누군가 물어볼 수도 있겠죠. '주'또한 누군가가 자가가 아니라 임대로 살고 있고, 그 주거 물량을 공급해주는 건물주가 있다면 당연히 상권이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서 선릉역 오피스에 출근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당연히 이수역과 사당역을 비교하라면 사당역을 좋아하겠죠. 2호선을 타고 한방에 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당역과 신림역을 비교하라면 역시 사당역일 거고요. 한번에 올 수 있더라도 거리를 감안하면 사당역이 낫죠. 그리고 똑같은 사당역 안에서도 역세권 1분 거리에 있는 주택과 5분 거리에 있는 주택을 고르라면 당연히 1분이죠. 출근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더 여유가 있으니까요.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고.



 6.뭐 어쨌든. 요즘 여러 상권이 몰락중인데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예요. 업종 자체가 트렌드에 안 맞게 되었거나, 물리적으로 그 공간 자체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되었거나죠.


 의류와 전자기기를 파는 오프라인 상점들은 이제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이 굳이 찾아갈 이유가 너무 없잖아요. 그냥 인터넷으로 가격 비교해서 깔끔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나마 먹고 마시고 뭔가를 구경하고 거닐고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어야 찾아가게 돼요.


 

 7.어쨌든 그래요. 이제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에 지갑을 열게 만들려면 '물건'만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하죠. 소비가 기분좋은 경험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냉정한 소비만 하게 되니까요. 


 문제는 위에 썼듯이 모든 상권이 이 도시에 존재하는 '소비의 총량'을 두고 경쟁중이니까요. 어떤 상권이 흥한다면 반드시 어떤 다른곳은 그만큼 세가 줄어들게 되어 있죠. 그리고 한번 소비자들에게 외면된 곳은 다시 부활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래서 부동산을 살 때는 적어도 탈출은 가능한 곳을 골라야 하죠.


 뭔가 써보려 했는데 그냥 잡담이 됐네요. 상권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또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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