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1 12:17
- 199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9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었어요. 그런 게 있을 수가 있는 영화입니까? 전 이번에 처음 봤는데도 모르는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ㅋㅋ
(전설의 포스터이지만 사실 줄리아 로버츠는 얼굴만 오려 붙였다는 걸로 유명했죠. 근데 기어 아저씨 머린 왜 검은 색...)
- LA 어딘가의 부자들 파티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잘 나가는 사업가 리처드 기어씨는 전화로 애인에게 차이고 있구요. 너무 미친 듯이 일만 해서 그렇다네요. 상심한 이 양반이 친구처럼 가까운 고용 변호사의 차를 막무가내로 빼앗아 타고서 숙소로 가겠다는데... 원래 이 동네 사람이 아니고 운전도 서툴어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성매매 여성 줄리아 로버츠에게 길을 묻고요. 잠시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사이에 이 여성의 의외의(?) 면모들에 살짝 호기심을 느낀 우주 갑부 리처드 기어님께선 한 시간에 100달러, 하룻 밤에 300달러 제안을 거쳐 결국 일주일에 3000달러 딜을 성사 시키고요. 이 둘은 그렇게 끝이 빤히 보이는 일주일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좀 덜 귀여운 여인으로 시작해서)
- 자주 했던 얘기지만 전 젊을 때도, 어릴 때도 로맨스물을 딱히 좋아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그냥 안 봤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수천 수만 번을 들었고 영화 속 '명장면'들은 스틸로든 편집 영상으로든 제 의지와 관계 없이 수백 번 이상은 접했을 거고. 또 그 장면들을 패러디한 광고나 드라마 장면들... 아니 뭐 더 말할 게 있겠습니까. 근데 그래서 이제사 찾아 본 영화 정보에서 확인한 한국 흥행 기록이 어이가 없네요. 서울 10만명에 그 해의 흥행 30위라고요? 어째서?? 왜요??? 근데 그렇게 호들갑이었던 거야?
(몹시 귀여워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워킹걸'을 볼 때와 비슷한 생각을 좀 했어요.
그러니까 이게 세기말 신데렐라 로맨스 유행의 시발점이 된 영화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요. 이제사 직접 그 실체를 확인하니 좀 놀랍습니다. 정말로 그 '신데렐라 로맨스'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고 그 자체가 장르 공식인 영화였네요. 이후 한국 드라마들에서 십여년간 지겹게 보게 되는 그 스토리들의 거의 모든 클리셰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ㅋㅋ 마음 속에 3천원을 간직한 채 삭막한 인간 행세를 하는 불운한 성장 배경의 갑부 아저씨. 인생 험하게 살지만 이상한 정도로 순수하고 순진하며 씩씩한 여주인공. 당연히 그 곁엔 절친 하나. 둘이 만나서 밀당 비슷한 걸 하며 보내는 초반 전개에 들어가 있는 에피소드들도 다 이미 아류들로 수십번을 본 이야기들이고요. 그 외에도 뭐 하나하나 말하자면 끝이 없네요. 그래서 그만 말하겠습니다만. 암튼 포인트는 정말 장르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영화였구나... 라는 겁니다.
네 뭐 헐리웃 고전 영화들이 이미 하아안참 전에 다 세워 놓은 공식들이죠. 그건 맞는데, 그래도 세기말 한국 신분 상승 로맨스물들의 직계 조상이자 원본이 이 영화라는 건 분명하니까요. 그게 너무나도 명백한데 정작 그 본체를 이제사 보니 본체에 대한 감상이 이상해질 지경이었어요. ㅋㅋ
(이별하는 척 한 후에 로맨틱 프로포즈로 마무리!! 에다가 남자는 무슨 트라우마나 컴플렉스 극뽀~옥!! 모두 다 국룰이라 하겠습니다.)
- 이야기의 서두는 예상보다 좀 어두웠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살해 당한 성매매 여성의 시신을 보는 장면이라든가 (물론 영화가 시신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이어지는 친구의 시궁창스런 상태 같은 것도 그랬구요. 어차피 작정한 로맨틱 코미디인데 뭘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이런 다크함이 남자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후에도 쉽게 물러가질 않습니다. 일단 이 양반 직업부터가 적대적 M&A 전문가이고 '극 중 자체 설명에 따르면' 걍 오로지 돈을 만들기 위해 아무 주저 없이 수많은 남들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양반이 여자에게 아낌 없이 퍼주는 돈의 출처가 그러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보는 내내 좀 찜찜한 기분이 들죠.
그리고 어쨌거나 주인공의 직업은 성매매 여성이고 이 둘은 돈으로 얽힌 계약 관계잖아요. 그리고 둘은 첫 날부터 그 계약대로 할 일을 다 합니다. 다시 한 번, 어차피 작정한 로맨틱 코미디인데 뭘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실제로 피아노를 잘 쳤다던. 그래서 출연 영화마다 피아노씬 넣어 달라 졸랐다던 우리 피아노 집착남 기어옹...)
- 그러다 대략 중반쯤 가면서부터 이제 영화가 본격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할 일을 시작하는데요.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곳이더군요.
일단 도입부의 그 어색한 가발과 화장을 벗어 던진 줄리아 로버츠가 본인의 미모와 호쾌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기 시작하구요. 리처드 기어도 다크한 기업가에서 '알고 보면 좋은 놈이었어'로 변화하면서 심야에 식당에서 피아노 연주도 좀 해주고요. 그러면서 정말 노골적인 신분 상승 환타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데, 거기에 담긴 함의가 어찌되었든 간에 그게 참 경쾌하고 신나고 즐겁습니다. 일부러 줄리아 로버츠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당하는 장면들을 깔아준 후에 복수하고, 인정 받는 식의 전개를 통해 후련함을 안겨주는 장면들도 영리했구요.
암튼 이후 후배들에게 마르고 닳도록 카피되는 그 전설의 '신데렐라 스토리' 장면들이 여기에 우루루 몰려 나오는데, 원조의 클라스를 충분히 입증할 정도로 매력적인 장면들이 많았고. 또 헐리웃이 역시 좋은 건지 포스가 달라요. 그러니까 이게 결국 돈x랄(...)로 전개되는 장면들이잖아요. 근데 정말 돈을 팡팡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만큼 호사스럽습니다. ㅋㅋㅋ 이쯤 되면 신데렐라를 꿈꾸는 게 뭐 그리 큰 잘못인가 싶어질 정도. 제가 다 부럽더라구요(...)
(일단 쫓겨나구요.)
(변신 후 돌아가서 복수!!! 사이다!!!!!!?)
- 그런데 마무리 즈음에 가면 또 이게 좀 거시기해지는데... 여기가 많이 난감하더군요.
두 사람의 로맨스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먼저 리처드 기어가 정신을 차리겠죠. 인수 합병해서 쪼개 팔려던 기업 사장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결국 그 기업을 살려주게 되고, 그걸 반대하는 나아쁜 부하 변호사를 혼쭐 내준다는 식인데.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보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가능한 설명은 '원래 착한 애였는데 여자 잘 만나서 정신 차렸어요'인데. 대체 줄리아 로버츠가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예쁘고 귀여웠을 뿐인데 말입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개연성 멸망.
그리고 진짜 크리티컬은 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이십니다.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운데, 문제는 그냥 귀엽기만 해요. 이런 스토리라면 당연히 주어져야 할 '그동안 그렇게 살았어야 할 핑계'가 전혀 없습니다. 본인 설명에 따르면 시골 살다 돈 좀 벌어보려고 도시로 왔다가 생계가 곤란해져서 성매매를 시작했다... 는데. 거칠게 말하면 돈 쉽게 벌고 싶어서 성매매를 했다는 거랑 별 다를 바가 없어서 일단 당황.
(이 장르의 공식 중 또 하나인 귀부인 수업 장면. 여기엔 과묵하고 프로페셔널한 수트빨 집사 아저씨가 함께하는 것이 또...)
게다가 영화 내내 이 양반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내용이 전혀 없어요. 뭐 다른 일을 잘 하는 게 있냐 하고 뚫어지게 째려봐도 그런 거 안 나오구요. 되게 정의로워서 리처드 기어를 혼쭐을 내며 인성 개조를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내내 리처드 기어의 그 찜찜한 돈세례를 귀엽게 즐기다가 나중에 정색하고 하는 얘기가 뭔지 기억하십니까. 자긴 어려서부터 백마 탄 기사님에게 구출되는 공주님이 되고 싶었대요(...)
그나마 막판에 리처드 기어의 '좋은 아파트 마련해 줄게'라는 제안을 거절하는 게 유일하게 영화 주인공다운 행동인데, 그건 죽어도 싫다고 거절한 양반이 그 남자가 집으로 찾아오니 좋다고 달려 나가는 건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로맨틱한 이벤트가 없어서 그랬던 걸까요? 허허. 마주 보고 미소 짓는 두 주인공이 참 훈훈하고 보기 좋긴 한데, 여주인공 캐릭터가 이 모양이니 그렇게 상쾌한 기분이 안 들더라구요. 결국 리처드 기어는 보기보다 쉬운 남자였을 뿐이고. 그동안 자기 처지에 뭐 억울할 것 하나 없는 처지였던 줄리아 로버츠는 평생 꿈대로 '백마탄 왕자님' 얻어 걸려서 신분 상승하게 된 운빨 캐릭터였을 뿐이고. 그게 전부더라구요.
(극한의 인내력으로 오페라 안 졸고 끝까지 보기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왕자 득템!!! 이예이!!!!!!!)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오해하실까봐 강조하지만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두 주인공 참 매력적이고. 이후에 지겹도록 되풀이 되는 신데렐라 로맨스지만 원조의 품격이랄까, 어지간한 후배들보다 훨씬 그 '신데렐라'스러움을 잘 풀어내서 구경하는 재미가 좋아요. 음악들도 그 시절 영화답게 중요한 장면들마다 한 방이 있는 곡들을 잘 골라 넣어서 흥을 한껏 끌어올려 주고요. 분명 재밌게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만.
제 예상보다도 훨씬 더 옛날 옛적 이야기더라구요. 이렇게 한심하고 얄팍한 신데렐라라니, 아무리 리즈 시절 줄리아 로버츠의 비주얼로 강력 무장한 신데렐라라고 해도 21세기 가치관으로는 참 용납이 안 되는 괴상한 캐릭터였습니다. 늘 하는 얘기로 전 아무리 옛날 감성과 사상으로 무장해서 시대에 뒤쳐진 영화라고 해도 그냥 재밌기만 하면 다 덮어두고 즐기는 편인데. 이 캐릭터는 선을 좀 많이 넘었어요. 유치하고 뻔한 핑계라도 만들어 주지 좀...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재밌게 잘 봤습니다만. ㅋㅋㅋ '고전' 대우를 받으며 오래 남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았네요. 뭐 그랬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어이 없게 웃겼던 장면. 중간에 줄리아 로버츠가 리처드 기어의 3000달러를 반사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근데 그러는 동안 이 양반은 내내 리처드 기어가 사 준 옷가지들을 부둥켜 안고 있습니다. 호텔을 나가려 할 때도 들고 나가요. 최소 서너벌은 되어 보이던데, 당연히 최고급 명품 브랜드 옷 들이니 그것만 해도 3000달러는 되고도 남았을 겁니... (쿨럭;)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전반부의 그 다크한 전개에 대한 정보가 있더군요. 뭐 저만 몰랐겠습니다만, 원래 각본가님께선 이걸 원래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아주 진지하고 다크한 이야기로 쓰셨다구요? 마지막에 계약대로 3천 달러 받고 내쫓기면서 끝이고. 리처드 기어는 끝까지 그냥 돈에만 미친 놈으로 끝이면서 진짜 연애 같은 것도 없구요. ㅋㅋㅋ 해피 엔딩 로맨스로 방향을 튼 후에도 영화 촬영 중에 계속해서 각본을 고쳐대서 배우들도 이야기가 어떻게 가는 건지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답니다. 암튼 그렇게 의구심 해결... 이긴 한데. 어쨌든 그래서 이야기가 좀 어색합니다. 심지어 초반부엔 음악도 안 깔고 화면도 칙칙하게 가서 중반 이후랑 다른 영화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어색하게 섞인 모습이 이 영화의 원조격인 '마이 페어 레이디' 영화판이랑 닮은 게 재밌기도 하네요.
+++ 추억의 배우님 한 분이 또 보이더라구요.
로라 산 지아코모. 1989년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에서 섹시한 역을 맡아 주목 받고 바로 다음 해에 이 메가 히트작에도 소소하게 괜찮은 역으로 얼굴을 들이미셨습니다만. 이후로는 딱히 존재감을 드러내신 적이 없으셨던 걸로.
...그래도 역시 지금까지 왕성하게 잘만 활동 중이시구요. ㅋㅋㅋ 이제 보니 '배리'에도 나오셨네요? 뭘로 나오셨지;
2023.04.01 13:37
2023.04.01 17:48
틀린 말이 하나도 없네요 ㅋㅋㅋㅋ 정말 조금만 깊게 함의된 메시지를 파고 들어가면 얕은 게 아니라 저질 수준인데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수십년간 회자되는 세기의 러브 스토리로 관객들의 머리속에 세뇌를 시켜놓은 건지...
이런 게 바로 'Movie Magic'인가 봅니다.
2023.04.02 00:02
글 올려 놓고 저만 괜히 까칠하게 봤나... 하는 생각 중이었는데 달아주신 댓글 덕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ㅋㅋㅋ
근데 진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돈으로만 해결하니 '정말 그 시절엔 여기에 사람들이 아무 불만 없었던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요즘 농담으로 '금융 치료'가 세상 모든 것의 답인 것처럼 나오니까요. ㅋㅋ
2023.04.01 14:30
2023.04.02 00:05
dora님 댓글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검색을 해보았으나 계속 체호프 단편 소설 얘기만... ㅋㅋㅋ 그 소설도 어릴 때 참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암튼 적어주신 설정은 뭐랄까, 나름 사려깊긴 하나 그대로 가면 그건 또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절절한 멜로가 되어야 할 듯한(...)
근데 정말 간청 때문에 허락한 거라면 그것도 좀 신기해요. 당시 줄리아 로버츠면 신인급 배우였을 텐데 간청의 약발이 얼마나 들었을지!? ㅋㅋ
2023.04.01 17:55
이걸 이제야 처음 보셨군요. 하긴 저도 오랫동안 채널 돌리다가 TV에서 방영중이면 항상 중간부터 보곤 하다가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감상한 건 2007~8년이었나 그랬었네요. 초반 내용이 쓰신 것처럼 생각보다 어두운 부분도 있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오프닝에 이런 삽입곡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죠. 이 영화하면 역시 주제곡인 '프리티 우먼'밖에 몰랐었는데요.
진짜 아주 잠깐만 두 주인공의 비주얼과 판타지를 머리에서 지우고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는 스토리인데 그걸 도저히 지울 수가 없게 만든 관객들을 제대로 홀리는 그런 마력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저도 dora님 댓글에서 언급해주신 넷플릭스 그 에피소드에서 원래 각본, 엔딩에 대해서 처음 알았어요. 진짜 그렇게 만들었다면 나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 됐겠지만 대신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오래 회자되진 않았겠죠?
2023.04.02 00:10
제임스 뉴튼 하워드 영화답게 곡들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그 시절 스타일로 참 기가 막히게 잘 골라 썼죠.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도 안 본 주제에) 가장 좋아했던 곡은 이겁니다만.
락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도 좋아해서 락시트 앨범도 사고 그랬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보컬님께서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신 게 생각나네요. 명복을.
네, 그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되더라구요. ㅋㅋㅋㅋ 시궁창 각본을 로맨틱 코미디의 끝판왕 자리에 올려 놓은 연출력!!! 당시엔 리즈 시절 리처드 기어와 신성 줄리아 로버츠의 스타 파워도 한 몫 했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역시 연출빨이 커 보이구요.
2023.04.01 18:11
몇년마다 한번씩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싶을 때마다 보는 작품이에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정말 이때의 줄리아 로버츠의 신선함과 사랑스러움, 이 영화에서 "헐리우드는 꿈을 파는 곳"이라고 나오잖아요.
저한테는 길티 플레져이지만 사랑스러운 영화에요.
2023.04.02 00:12
저는 줄리아 로버츠를 딱히 좋아했던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인데, 이번에 이걸 보면서 '아, 내가 그 시절에 이걸 안 봐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ㅋ
자주 보셔서 그런지 정확하게 기억하시네요! 맞아요. 마지막에 쌩뚱맞게 지나가던 엑스트라 하나가 그런 대사를 던지고 가는데, 그걸 보고 이거 만든 사람들도 자기들이 만든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다 알고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2023.04.01 19:52
다들 알다시피 이영화 이후 줄리아로버츠가 슈퍼스타가 되면서 10여년동안 나오는 영화마다 그해 탑10안에 드는 영화 주연배우가 되었죠 과연 이런 기록을 앞으로 누가 만들지 궁금하네요 아마 다시는 나오기 힘든 기록일거 같은 느낌이
2023.04.02 00:14
그 시절 배우나 가수들 기록들 중 상당수가 (체감으론 대부분이) 요즘 시절에는 아무리 잘 나가는 누가 나와도 깨기 힘들더라구요. 이젠 배우들의 '스타 파워'라는 게 그 시절만큼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래서 우리 탑골 회원들의 자부심이 더욱 상승!!! 하하.
2023.04.01 20:02
포스터 몸이 줄리아 로버츠 것이 아니군요. 저 몸보다 못하지 않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저는 tv에서 봤는데 지금은 다 잊어먹고 욕조에서 프린스 노래하는 장면만 생각납니다. 이것도 틀어서 보시고... 그 경계하지 않고 거침없는 감상자의 수용폭이 다시금 놀라웁습니다 ㅎㅎ
2023.04.02 00:17
근데 영화 속에서 저 차림새를 한 줄리아 로버츠가 참 어색해 보이긴 하더라구요. 몸매를 떠나서 그냥 안 어울리는 옷을 억지로 입혀 놓은 느낌이라 그 구간을 보는 내내 좀 민망했어요. ㅋㅋ 물론 덕택에 나중에 변신! 했을 때 느끼는 미모 업글 효과는 3배 이상...
저야 뭐 진지하고 잔잔한 휴먼 드라마 or 본격 사극 전쟁물 아니면 아무 거나 다 봅니다!! 이미 이거 후로 로맨스물을 몇 개 더 본 상태에요. 하하;
2023.04.02 01:20
2023.04.02 01:33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정보를 찾아본 거라 보는 내내 비슷한 생각을 하며 낚였습니다. ㅋㅋ 진짜 좀 진지한 디테일을 심어 놓은 로맨스인 줄 알았죠. 중반 이후에 그 다크함이 단순 호쾌하게 삭제되어 버린 후에도 한참을 그런 생각을 했으나... 그것 참. ㅋㅋㅋ
맞아요. 비록 시종일관 금융 치료로 일관하는 자본주의 찬양(...)스런 뉘앙스는 좀 그래도 말씀하신 그 부분이 영화의 핵심이자 정수였던 듯. 돈자랑으로 해결해버리는 그 많은 상황들 중에 일부라도 좀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다면 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좀 더 상큼했을 것 같은데요. 결과적으론 참 희한한 구경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남네요.
'프리티 우먼' 너무 설득력 있어서 웃었습니다. 제발 번역 좀 하지. 번역해도 괜찮을 제목들까지 다 그냥 음차 해버리는 것 같아서 제목 자체도 아쉽고 포스터 이미지까지 구려 보이고 그렇습니다.
2023.04.02 09:05
줄리아 로버츠는 전해에 [철목련]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프리티 우먼]으로 급상승하면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요.
[브리지스 부부]의 조앤 우드워드와 [헐리웃 스토리]의 메릴 스트립은 후보 지명이 상인 가운데 [그리프터스]의 안젤리카 휴스턴은 비평가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이미 5년 전에 여우조연상 한 번 탔으니 로버츠가 유리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가 수상.
"이 영화의 감독은 손 기술이 어마어마합니다. 추잡하고 보잘것 없는 각본을 수백만 명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동화로 바꿔 놨거든요."
"모든 마술 공연에는 아름다운 조수가 등장하죠. 이 영화의 조수는 할리우드 대로의 가장 추잡한 구역에서 일하는 성 노동자예요. 이 여자는 20만 달러짜리 차를 모는 냉혈한 악덕 부동산 업자에게 제안을 받는데, 이 남자는 여자보다 스무 살은 더 많아요. 두 사람은 베벌리 힐스에 있는 남자의 호텔로 가고, 남자가 여자에게 오랄 섹스를 받으며 밤을 보내요. 남자는 여자의 재능에 깊은 감명을 받고, 다음 날 아침부터 여자를 일주일 내내 돈으로 사요. 왜냐면 남자는 수십 억 달러짜리 부동산 거래를 앞두고 있어서 자기를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해 줄 백만 달러짜리 미소를 지닌 여자가 필요하거든요."
"자, 우리의 사랑스러운 성 노동자는 베벌리 힐스의 온갖 속물들에게 경멸 당하다가, 부자 남자친구, 그러니까 악덕 부동산 업자가 욕 나오게 많은 돈으로 그 속물들을 혼쭐내 줘요. 이 모든 걸 우리의 마술사 게리 마셜이 바꿔 놓습니다. 성 노동자는 퀸 줄리아가 되고, 냉혈한 악덕 부동산 업자에게는 따뜻한 마음씨가 생기더니 킹 리처드가 되죠.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 마술 공연 덕분에 4억 7천 5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터치스톤 픽처스만큼 행복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이 영화에서는 온 세상이 돈을 미친듯이 사랑해요. 그게 모든 장면의 서브텍스트예요. 탐욕은 좋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그렇게 싫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