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8 21:27
- 198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아니 뭐 결말이 뻔한 이야기니까요.
(포스터 이미지부터 폰트까지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나서 좋네요.)
- 뉴욕입니다. 자유의 여신상 얼굴을 대빵 크게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고, 그대로 바다를 향해서 페리를 타고 출근하는 '테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죠. 대략 주식&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고 이제 곧 30살. 일개 비서직에 명문대는 못 나왔지만 나름 빡세게 혼자 돈 벌며 야간 대학 다니고 해서 지식도 많이 쌓았고, 또 언젠가 높은 자리로 갈 날을 꿈꾸며 정말 쉬지 않고 정보 수집하고 공부하며 사는 불타는 '워킹걸'이에요. 하지만 그딴 거 필요 없고 현실에서 돌아오는 건 커피 심부름에 남자들의 성희롱, 그리고 '얼른 괜찮은 남자 잡아서 결혼이라 하라'는 식의 주변 시선들이죠.
(본인들이 월도인 주제에 여자라고 주인공을 무시하는 나아쁜 직장 사람들 나와야죠. 우측 분은 '유혹의 선'에서 유일하게 안 유명한 애 역을 맡았던 분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가 스카웃한 인재로 자신과 동갑의 보스 '캐서린'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느 보스들과 마찬가지로 오만가지 잡다한 일로 부려 먹으며 귀찮게 하지만 제법 그럴싸한 말들을 꽤 합니다? 기회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잡는 거라느니, 여자들끼리 뭉쳐야 한다느니, 뭐든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놓아 보라고, 함께 이루어 보자느니... 뭐 어찌 보면 다 그럴사한 개소리로 들리지만 그 말을 하는 게 간지 쩌는 시고니 위버라서 테스는 홀딱 반해 버리고 자신의 필살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해요. 하지만 알아 보겠다던 캐서린은 그 아이디어는 망했다는 답변을 전해주고,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부상을 당해 회사에서 잠시 사라집니다. 이때 캐서린의 집 관리까지 맡아 버린 테스는 거기에서 캐서린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몰래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게 뭐꼬!!! 하고 열 받아서 캐서린이 돌아 오기 전에 자기가 스스로 그 프로젝트를 완성해 버리기로 결심하는데...
(많이들 혐오하시는 그 분이 나옵니다만. 극초반에 잠깐 나와서 추잡하게 굴다가 봉변 당하고 사라지는 단역이니 오히려 즐기실 수 있을지도?)
- 여성의 사회 진출을 다룬 인간 승리 스토리죠. 근데 별로 진지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한참 쓰이다 사라진 용어로 '트렌디 드라마'라고 있잖습니까. 딱 그 스타일에 그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주인공은 평범하면서 좀 안 좋은 환경에서 스스로 힘으로 일어나려 노력하는 씩씩한 여성이구요. 곁에는 방방 튀는 성격의 절친 하나가 머물며 서포트 해주구요. 직장에서 화려한 비주얼의 빌런을 만나 일과 연애질 양면에서 배틀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다정다감한 흑기사를 만나 신분 상승 연애(...)를 하며 알콩달콩하겠죠. 결국 마지막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게 주인공이겠고. 이 모든 과정에서 오만가지 상황과 핑계를 만들어서 화려하고 예쁘고 비싼 걸 입고 먹고 들고 다니며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배경은 또 뉴욕 도심이잖아요? ㅋㅋㅋ
(온 몸으로 80년대를 뿜어내고 계신 두 분입니다. 보시다시피 또 쿠삭 집안 사람들이 암암리에... ㅋㅋㅋㅋ)
(마무리 장면에서 상황을 전해 듣고 쌩뚱맞게 "xx이가 해냈대!!!"라고 환호하는 친구의 클리셰... 는 이 장르의 전통인가봐요.)
- 보는 내내 한국의 세기말, 세기초를 장식했던 그 '직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들이 떠올랐습니다. 정말로 비슷해요. 그런 드라마들의 스토리 기본 공식이 거의 몽땅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지더군요. 미국에선 이 영화 전에 이런 스토리, 이런 스타일이 더 많이 있었을까요. 별로 없었다면 이게 그 한국산 트렌디 드라마들의 원조이자 조상격이 아닐까 싶어서요.
근데 그렇다는 것은, 그 트렌디 드라마들의 한계나 단점도 다 그대로 담겨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별로 진지하지 않고 깊이도 없어요.
사회에서 홀로 서려고 몸부림치는 여성의 애환 이야기는 전반부에 적당히 보여준 후 조용히 물러나고 런닝타임의 남은 2/3를 채우는 건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캐서린과 테스의 피 튀기는 싸움 & 해리슨 포드 왕자님과의 로맨스거든요. 덧붙여서 테스의 노력과 능력이 증명되는 부분은 현실성은 고이 접어 날려 버린 환타지로 채워지구요. 기업 인수 합병이 장난이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ㅋㅋㅋ 뭐 21세기에 다시 봐서 그런 게 크기도 하겠지만 애초에 진심으로 진지하게 만든 이야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 까이 거 대충 자신 넘치고 전문적인 표정(?)으로 전문 용어 좀 읊어주면 그것이 리얼리티!!)
- 하지만 또 21세기에 이걸 다시 보니 오히려 이런 단점들에 관대해지는 게 있더라구요.
어쨌든 이게 그 시절 미국 여성들을 격려하는 이야기라는 건 분명하잖아요. 또 그 시절엔 이 정도로도 충분히 위안 받고 힘내는 사람들도 많았을 거고. 또 보면 어쨌거나 시작부터 끝까지 요 환타지 성공담에서 중요한 역할은 테스가 다 합니다. 포드 할배는 서포트 정도에요.
그리고 딱 80년대스럽게 과장되고 호화로운 차림새와 뉴욕 풍경들을 지금 보니 참 재밌어요. 어떤 건 웃기고, 어떤 건 '아 그래 저런 느낌이었지'라는 식으로 반갑고, 또 어떤 건 지금 봐도 그냥 보기 좋구요. 거기에다가 음악도 적절하게 잘 쓰니 대체로 보기 좋고 듣기 좋고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아요. 조연 자리로 물러나 앉아서 자기 매력 포인트를 적절히 발산하는 해리슨 포드 영감님도 좋고, 과장되게 화려한 악역을 맡아서 맘껏 오버액션 연기를 펼치는 시고니 위버도 아주 좋습니다. 그에 비해 멜라니 그리피스는 좀 약하긴 한데, 특유의 살짝 아기 고양이 같은 얼굴이 귀엽고 똑똑한 테스 캐릭터와 적당히 어울려서 나쁘지 않았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이 분이어서요. 이 분 역할이 재밌어서 좋았습니다.)
(비서 따위가 어딜 감히!!!!! 라는 장면인데 두 정장남의 영혼 없는 표정이 시선을 빼앗네요.)
-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마이크 니콜스 영감님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그냥 작품성으로 칭찬 받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름 시대상을 반영한 소재에 적절한 메시지를 담고서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그 시절 오락물... 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어차피 이딴(?) 이야기, 21세기에 누가 만들어주길 바라긴 어려우니 말입니다. ㅋㅋ
결론적으로, 80년대식으로 아주 나이브한 이야기에 거부감이 없거나 오히려 그걸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 큰 기대 없이 가볍게 즐길만한 괜찮은 오락물이었어요. 저는 즐겁게 잘 봤습니다.
(참으로 좋은 세월이었던 것이었습니다.)
+ 이 시절 영화들이 그랬던 건지, 그냥 그 시절의 제가 그랬던 건진 몰라도 80~90년대엔 제게는 'OST 한 곡으로 다 끝난 영화'들이 있고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들어도 들어도 좋고 영화 속에서 울려 퍼질 땐 두 배로 좋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덧붙여서
제가 이 노랠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까먹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친구의 약혼 파티 장면에서 잠깐만 나와요.
암튼 이 곡도 한참 좋아했던 기억이.
++ 아 까먹을 뻔 했네요.
이 분도 나오십니다. ㅋㅋ 테스의 찌질한 구남친 역이구요.
+++ 이 분도 나오십니다.
'이 분'이 누구신지는... 알아 보시겠죠? ㅋㅋ '테스의 친구 4' 쯤 되는 역할로 대사 하나 없이 도합 3초쯤 얼굴만 비치세요.
2023.03.28 22:18
2023.03.29 21:51
저도 이번에 보다가 얼핏 발견하고 확인해보니 맞더라구요. ㅋㅋ '엑스파일' 시작이 1993년이니 이후로 5년간 더 힘내셨던 걸로!
네 저도 다시 보는 게 더 즐거웠습니다. 말씀하신 도입부 정말 분위기 좋아서 영화 다 본 다음에 두어번 더 돌려서 봤네요. 요즘 영화들에선 나오기 힘든 나이브한 희망참과 그 시절풍 '뉴욕' 간지가 철철 넘치는 장면이었어요. 쌍둥이 빌딩도 나오구요(...)
웃기는 건 말씀하신 그 장면이 맥락상 해리슨 포드 캐릭터의 '신사적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는 거죠. 실제로 정말로 편하게 자라고 옷만 벗겨줬을 뿐이고. 그것도 손으로 눈 가리고 힐끔(...) 봤을 수도 안 봤을 수도 있을 뿐이고... ㅋㅋ 청소기 돌리는 장면은 좀 과한 서비스(?) 장면이었죠. 상의는 아예 탈의해서 보일 건 다 보이더라구요. 굳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장면이었는데. 이것도 일종의 80년대스러움이겠죠.
2023.03.28 22:42
소소한 장면들, 해리슨 포드,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위트니스와 더불어서...마이클 더글라스가 아닌 포드는 영원히 오스카를 타지 못하겠군...생각했지요. 마지막 도시락 챙겨주는 장면, 좋아합니다. 그리고 술취한 테스 장면인데, 제 기억이 잘못된건가 잠시 유튜브를 돌려본 결과 포드는 거짓말 안하는 걸로.
2023.03.29 21:53
거짓말 안 한 게 맥락상 맞긴 한데 그 자체로도 요즘 같으면 충분히 찜찜하단 소리 들을만한 상황이니까요. 그 드레스 그대로 입고 자면 불편하긴 했겠지만, 거기까지 데려가 눕힌 것도 참 훌륭한 일이지만, 굳이 옷을 벗긴 후에 본인도 옷을 벗고 바로 옆에 누워 함께 잘 것 까지야... ㅋㅋ 아니 물론 그 시대 그 정서로는 문제 없는 것 맞습니다만. 어디까지나 21세기 기준으로요.
2023.03.28 23:29
2023.03.29 21:54
더티 댄싱, 플래시 댄스, 사관과 신사... 또 뭐 많겠죠. 그 시절엔 그렇게 노래 몇 곡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폭풍 속으로는 뭐랄까... 분명히 요즘 기준으로 볼 때 좀 불편한 것도 많고 빈틈도 많이 보이는 영화지만 그냥 두 주인공 배우들의 비주얼 폭발 시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는 충분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꽤 잘 연출된 장면도 많았구요.
2023.03.29 08:25
그 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레이스는 춘추전국 수준으로 혼란스러웠지요. 후보들 모두 다 작품상 후보 출연으로 올랐으니 다 각자만의 빽(?)이 있었고 핸디캡이 있었습니다.
골든 글로브를 받았고 덤으로 같은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른 시고니 위버가 1순위로 보였지만, 같은 영화에서 열연해서 보스턴 영화평론가협회상 받은 조앤 쿠잭과 나란히 후보 지명되어서 서로 표 깎아먹을 확률 컸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 해의 신인배우였던 [위험한 관계]의 미셸 파이퍼는 나중에 BAFTA 받았고, 남편 분 관련 영화들 나오다가 [미시시피 버닝]으로 첫 외출(?)하셔서 바로 오스카와 첫 인연을 맺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도 주목할 만한 후보였지요.
하지만 상은 이들 중에서 가장 콩라인같았던 [우연한 방문객]의 지나 데이비스에게 돌아갔습니다.
위버는 [안개 속의 고릴라]로 여우주연상에 올라왔지만, 깐느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 ([어둠 속의 외침])과 5번째 후보 지명 받은 글렌 클로즈 ([위험한 관계])뿐만 아니라, 골든 글로브 코메디 여우주연상을 받은 멜라니 그리피스 그리고 같이 골든 글로브 드라마 여우주연상 공동수상한 가장 강력한 후보인 조디 포스터 ([피고인])과 맞붙어야 했지요. 수상자는 예상대로 조디 포스터.
2023.03.29 21:56
시고니 위버는 타고난 신체적 특성과 개성 강한 외모 때문인지 역할도 그렇게 다양하게 못 받았던 것 같고. 연기를 괜찮게 해도 크게 주목받진 못 했던 것 같고. 또 그렇게 많은 수작, 화제작들에 출연하지도 못 했던 것 같고... 뭐 그래도 '에일리언'처럼 일생 캐릭터와 프랜차이즈를 던져 준 영화를 만난 것만 해도 큰 행운이긴 합니다만. 소싯적 팬으로서 좀 아쉽고 그렇습니다. ㅋㅋ
2023.03.29 08:39
곁얘기로 그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도 혼란과 이변의 하이라이트였지요.
여우조연상과 정반대로 여기선 한 명도 작품상 후보로 오른 경우가 없는 가운데, 그 누구도 막 앞서거나 경쟁하는 티가 별로 없었습니다.
[리틀 도릿]의 알렉 기네스는 이미 주연상 받았고 공로상까지 이미 받았으니 상주자는 분위기는 별로 없었고, [허공으로의 질주]의 리버 피닉스도 신인배우로서 그냥 후보에 만족해야 할 듯 했습니다.
[갱스터의 아내]의 딘 스톡웰은 평론가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별다른 상승효과가 없었고, [터커]로 골든 글로브 수상한 마틴 랜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양쪽 다 출연영화가 딱히 인기가 없었지요.
그러기 때문이었는지, 지나 데이비스처럼 진짜 콩라인같았던 케빈 클라인이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로 깜짝수상.
2023.03.29 21:57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 참 오랜만에 제목 듣네요. ㅋㅋ 근데 사실은 아직도 이 영화를 못봤다는 게 함정...;
그리고 이런 걸 다 기억하시는 조성용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하하.
2023.03.29 09:43
저는 이 영화랑 9 to 5 가 그렇게 헷갈렸더랬습니다. 왜그랬나 몰라요.
멜라니 그리피스가 씩씩하게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데 9 to 5 가 들립니다. 유투브는 어떻게 붙이는지 몰라서 포기.
2023.03.29 21:58
비슷한 시절(사실은 8년이나 차이나지만!)에 나온 비슷한 소재 영화라서 그랬을까요? ㅋㅋ
사실 당시엔 '나인 투 파이브'가 훨씬 유명했던 것 같아요. 주제가가 워낙 히트하기도 했고.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걸 봤고 재밌었단 기억도 있지만 하도 옛날이라 장면이나 내용들은 정말 하나도 기억 나지 않네요.
2023.03.29 10:22
트렌디물로서 충분히 재미있게 잘 뽑혔고 그만큼 흥행도 했지만 막 시상식 주요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이럴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당시로서 이렇게 여주가 '거의' 본인 능력으로 사랑과 성공을 쟁취하는 서사가 드물었다는 면에서 엑스트라로 더 점수를 받은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맨 위에 dora님이 언급해주신 그런 씬들은 특히나 요즘 여성 서사로 만들어지는 영화에서 나왔다면 확실히 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당시 남성관객들도 노려야했고 기껏 섹시 여배우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멜라니 그리피스를 캐스팅 했는데 그런 서비스(?)샷은 필수였겠죠.
멜라니 그리피스의 매력과 연기력을 거의 100% 끌어낸 커리어 베스트 작품인데 이후로도 한동안 나름 스타배우 전선에 있었지만 이만한 대표작은 다시 없었던 것 같죠? 지금은 그냥 안토니오 반데라스와의 연애와 다코타 존슨 어머니로 더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은데 커리어야 그렇다쳐도 이 때랑 비교해서 많이 다르게 변한 얼굴을 보면 안타까워요. 칼 좀 적당히 대시지...
시고니 위버 여사님은 평소에 맡던 것과 전혀 다른 매력이 있는 역할에 도전해서 본인도 너무 즐겁게 연기하는 느낌이 잘 전해졌어요. 해리슨 포드도 액션 히어로 타입캐스팅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기 출연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당대의 스타가 에고를 많이 꺾고 정말 이렇게 적절히 뒤에서 여주를 받쳐주기만 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괜히 호감이더군요. ㅋ 조앤 쿠삭은 좀 전형적인 유쾌하게 주인공을 응원해주는 사이드킥 절친 캐릭터 정도로 기억하는데 이걸로 오스카 노미네이션까지 됐던 걸 보면 정말 맛깔나게 잘 연기했나봐요. 점점 남동생 그늘에서 벗어나서 실력있는 배우로 인정받아가는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2023.03.29 22:09
맞아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특히 무슨 시상식 노미니 될 성격의 영화는 절대 아닌데요. ㅋㅋ 아무리 80년대라지만 이 정도가 미국에서 진취적 여성!을 다룬 의미 있는 영화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니 세상 참 빨리도 변했구나 싶구요.
당시에 이 영화를 보고 멜라니 그리피스에게도 호감이 좀 생겼는데. 이후로 뭐 전혀 받쳐주는 작품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기억을 박박 긁어 봐도 '퍼시픽 하이츠'나 '사랑의 용기' 정도? 를 끝으로 거의 조용히 잊혀졌다는 기억입니다.
조앤 쿠삭 연기가 좋긴 했는데, 역시 뭔가 영화와 함께 가산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정말 말씀하신 그 전형적인 캐릭터일 뿐이거든요. 그래도 저런 정신 나간 80년대 스타일링을 나오는 장면마다 계속 갈아치우고 나오니 이 배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종종 다시 돌려볼만한 귀한 영상 자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2023.03.29 20:55
개봉 30주년 기사도 찾아보고 하다가 알랙 볼드원을 보니 기억나는 일화가 있네요. 처음 <워킹걸>을 기획할 때 제작사가 포드에게 줄 돈이 없다고 처음에는 볼드윈이 포드가 했던 "잭 트레이너"역을 하기로 했답니다. 그러다가 제작사가 포드랑 위버 둘다 캐스팅할 예산을 마련했고 볼드윈은 딱히 싫은 표정 없이 바뀐 배역을 받아들였다는데..... 그런데 볼드윈이 <붉은 10월>에서 잭 라이언 역을 하지 않습니까? 이게 결과가 좋아서 <패트리어트 게임> 기획에 들어갔는데 볼드윈에 좀 출연료를 쎄게 불렀나봐요. 그러니까 웅....돈 더주고 안전빵으로 포드를 쓰자..이러면서 포드가 들어오고 감독도 포드가 원하는 감독으로 바뀌고...헐리우드에서야 비일비재한 일이겠지만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는 늘 이런 이야기가 흥미롭지요
2023.03.29 22:10
제겐 알렉 볼드윈이 멀쩡한 배역으로 폼나면서도 매력적으로 나온 유일한 영화가 '붉은 10월'이라 참 선택 크게 잘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네요. ㅋㅋ
저도 이릴때 티비에서 보고 작년에 시리즈온에서 1200원 결재하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봤었네요. 데이빗듀코브니 나오는줄은 오늘 첨 알았어요.ㅎ
전 역시 명작 취향은 아닌가 봅니다. 언급하신 단점들 다 공감하고요 그래도 다시봐도 어릴때 본것 이상으로 참 좋더라구요. 칼리사이먼 노래 나오는 오프닝씬도 좋고 멜라니그리피스가 페리타고 맨하튼으로 출퇴근 하는 풍경과 애잔힌 분위기도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근데 해리슨포드가 술취해서 정신잃은 테스 데리고 가서 벌어진 일은...후에 만나서 아무일 없었고 옷만 벗겼다고 둘러대는 장면은 참 볼때마다... 지금 저런 장면 나오면 난리 나겠죠. 테스가 속옷 바람으로 청소기 돌리는 장면도 타겟이 참 분명해 보였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