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7 20:30
영화를 보는 동안 보다는 극장을 나와서 반추할수록 더 나아지는 영화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다른 영화가 그렇듯이 품고 있는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영화의 장면들은 예사롭고 부드러웠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Sonny 님이 언급한 '성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격, 인품'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타고난 것처럼 보여서 '성격'이 제일 그럴 듯합니다.
저는 스필버그 영화의 팬은 아닙니다. 못 본 영화도 꽤 있지만 본 영화들만 두고 쓰면 이 감독님의 영화를 재미있게는 봤으나 다 아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전에 게시판에 쓴 적이 있는데 '뮌헨'이나 '스파이 브릿지' 같은 제 개인 취향의 영화는 좋아하지만 전반적으로 가족 중심과 휴머니즘이 너무 전면에 두드러지면서 목표지점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말 영화를 잘 만드는 분이지만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사람의 훌륭함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뭐 옳고 그르고의 문제는 아닌데 제가 아주 좋아하게는 안 되더란 말씀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생각들이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단순한 생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아픔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스필버그 감독은 참 품위있게 다루시네요.
2023.03.27 20:50
2023.03.27 21:22
로건과 일은 영화에 대한 스필버그의 생각을 드러내 주고 자기 생각에 관객을 초대하는 느낌이었어요.
2023.03.27 21:31
영화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에 대한 자신의 아픔을 종합해서 다루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필요 이상'을 넘지 않게 잘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아주 심혈을 기울여 다듬고 다듬어낸 각본 같았습니다.
'반추할 수록 더 나아지는 영화'라는 말씀에도 공감해요. 100% 솔직히 말하자면 극장에서 엔드 크레딧이 뜨는 순간에 '음??' 했어요. 좋긴 했는데 이게 정말 끝이라고? 이런 느낌이었는데, 집에 와서 글 적으면서 이 장면 저 장면 그 대사 요 대사 생각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더군요. ㅋㅋ
2023.03.27 22:42
전 그래서 그 결말이 좋았습니다. 가볍게 할 말 다하고 휙 떠나는 결말을 좋아해요. 스필버그는 이렇게 가벼운 결말을 만든 적이 없죠. 적어도 자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2023.03.28 01:49
아. 듣고 보니 그 마무리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군요. 사실 영화를 막 마쳤을 땐 위에 적었 듯이 이건 좀 아쉽네... 라는 생각이었는데, 보고 와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그 엔딩에도 호감이 생기는 중입니다. ㅋㅋ 언젠가 vod로라도 한 번은 꼭 다시 보려구요.
2023.03.28 12:04
저도 다른 결말은 생각하기 어렵고 좋은 마무리였어요.
2023.03.28 12:03
그렇죠. 각본이 참 좋았어요. 어디서 읽은 거 같은데 '뮌헨'도 함께한 작가라고.
과하지 않음과 원만함이 이번엔 아주 좋게 다가왔고 어떤 경지 같은 것, 깊이를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 언급하시지 않은 부자의 아파트 장면도 마음 아프면서 좋았고...저도 나중에 다시 보고 싶네요.
2023.03.29 11:14
요즘들어 영화를 볼 때마다 셰익스피어의 캐릭터가 곧 운명이다 라는 말이 떠올라요. 좋은 영화, 솔직한 영화들은 감독이 자신의 이런 캐릭터를 명확히 인식하고 끌고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건 훌륭한 영화랑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2023.03.29 14:37
일단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자기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만드는 이도 답보든 심화든 극복이든 어디로든 나아갈 거 같습니다. 넘 뻔한 말이지만요.
주인공이 가족사로 상처입긴 했지만 슬기롭게 돌파해 나가는 게 좀 부럽더군요. 특히 로건한테 당하고도 그를 멋지게 찍어 편집한 것, 졸업파티에서 로건한테 한마디 해주는 게 좋았습니다. 5분이라도 너한테 인정받고 싶었다.... 이 빌어먹을 인종차별...XX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