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8 19:16
얼마전 엄마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처음 타보는 비행기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일본은 배타고 다녀왔어요.)
싼것으로 고르다보니 비행기는 늦은 저녁시간에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는 시외버스를 타고 한시간 이상을 달렸습니다.
창밖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버스는 그야말로 어둠 속을 헤쳐 달리더군요.
한가닥의 빛도 새어들어오지 않는 장면을 참으로 오랜만에 봤습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는 미리 점찍어둔 민박집 주인아저씨의 차가 비스듬히 서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요.
이번에는 큰 도로에서 벗어나 꼬불꼬불 깊이, 마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도착!!!
예상과 달리 일반 가정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예약을 하고 왔건만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에게 방을 내주어 저희에게 안방을 내주시겠답니다.
엄마는 어찌 안방을 차지하겠냐며 부담스러워하셨지만 저는 피곤한 탓에 황송스럽다는 제스쳐 몇번만 하고 바로 방을 차지했습니다.
방에는 이불이 깔려있었는데, 비가 올려는지 이불은 습기를 가득 머금어서 눅눅했지만 누군가가 곱게 깔아준 이불을 오랜만에 받았더니 이불위에서 아니 잘 수 없더군요.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덥다고 창문을 다 열어놓았더니 잠든 제 얼굴을 자꾸만 커텐이 덮칩니다. 그 느낌이 꽤 소름끼쳐서 잠을 설쳤어요.
게다가 나중엔 비까지 보태더군요.
억지로 눈을 감고 반 수면상태에 있는 그 와중에, 드디어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언가 제 왼손 약지를 물었습니다. 어둠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니 것보단 제 상상이 아픈 곳을 쳐다볼 용기를 빼앗더군요.
물리는 순간, '아 이건 네 발 달린 짐승이구나...아...이미 손가락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야...이 무슨 날벼락인가...'
일단 엄마를 깨워야겠기에 "엄마!!엄마!!!!!!!!!!!!!!!!!!!불켜!!!!!!!!!!!"라 외쳤습니다.
놀란 엄마는 반사적으로 불을 켜고 저에게서 엄마도, 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를 떼어내기 위해 이불로 저를 내리치더군요.
한참을 맞고나서야 '내가 아픈 곳은 거기가 아닌데'싶어 "엄마 거기 말고 손가락! 손가락!"이라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런데 덩달아 고조된 엄마의 목소리는 아무 것도 없다고 대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재차 되묻고는 그제서야 제 손가락을 봤습니다.
...정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더군요. 엄마는 쥐가 났던 것 아니냐 묻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쥐나는 정도로 그렇게 손가락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느낄 리 없잖아요.
분명히 무언가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그로인해 고통을 겪었는데 그 존재를 알 수 없게 되자 더욱 공포스럽더군요...
그때였습니다. 저를 내리치던 이불속에 휩쓸려간 그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건...
지네더군요..............
엄마가 그 놈을 내려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짓눌러도 죽지 않기에 휴지에 싸서 내버렸습니다.
지네 한마리에 저는 <사색이 되다.>라는 말을 지독하게 깨쳤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되자 긴장이 풀렸는지, 머리끝에서부터 갑자기 쏴~~~~~~하고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더니 서서히 발끝까지 퍼지더군요.
그러고는 정말로 <사색>이 되어버렸어요. 얼굴이 창백해진건 물론이고 입술까지 새하얗게, 핏기 하나 없더군요.
그리고 배가 꿀렁꿀렁해져서 새벽에 화장실까지 다녀왔어요.ㅋ
결국 그 찜찜한 이불속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요.
아침이 되자 앓는 소리 내는 육계의 울음소리 때문에 또 한번 놀랐다는...
ps:지네에 물려도 괜찮나요? 물어보려던게 왜 이리 길어졌지........
어젯밤엔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만 온몸이 근지러워서 잠결에 약 두시간이상을 손톱으로 온몸을 긁어댔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근질다간 상처나겠다 싶어 방에 불을 켰는데...
온몸이 두드러기로 덮여있더군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아침이 되니 원상회복.
꿈같아요...토템을 만들던가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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