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는 묘한 스릴러-호러의 분위기도 있습니다. 영화의 주제가 되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도 그렇고 마리안느가 실제로 보기 전에 전조를 보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의 환영이 대표적인 예이죠. 근데 저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유령인 마리안느의 환영이었다는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첫 장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만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거에 불타는 여인의 초상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브르타뉴에 가서 엘로이즈를 만나 영화 속의 대부분의 사건을 겪을 운명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익사했다는 가설입니다.

 

사실 캔버스를 담은 나무 상자가 물에 빠진 과정부터가 매우 수상쩍어요. 이 상자는 엘로이즈 발치인 보트 바닥에 얌전하게 놓여있었는데, 이게 어느 순간 물에 둥둥 떠 있어서 엘로이즈가 물에 뛰어든 것으로 나오거든요. 근데 보트 바닥면과 평행으로 놓은 납작한 나무상자가 물에 빠지려면 (누가 들어서 던지지 않는 한) 보트가 뒤집히는 것 말고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보트가 뒤집혔다면 어깨가 조이는 긴 코트 안에 코르셋을 입고 바닥까지 닿는 치마를 입은 엘로이즈가 (수영을 할 줄 알았더라도) 살아 남았을까요? 이 옛날 드레스는 여밈이 다 뒤에 있어서 누가 도와주기 전에는 혼자 입고 벗기도 어려운 디자인인데 물에 빠졌다면….(이와 별개로 소금물에 빠졌던 캔버스를 그냥 말려서 유화를 그렸다고요? ()년도 안되서 물감이 들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_)

 

그 이후에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연은 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이지만 실제 일어나지는 않았고, 죽은 마리안느는 (다른 초상화가를 섭외해서) 결혼하게 된 엘로이즈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얼핏 보게 된 거라고요. 이렇다면 후일담에서 오페라 극장 안 엘로이즈가 마리안느를 보지 못한 것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 시점에서 마리안느는 이미 유령이 되었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7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40
111300 연대의 숙명 [8] Sonny 2020.02.09 1105
111299 [넷플릭스바낭] '보잭 홀스맨'이 끝났어요. [2] 로이배티 2020.02.09 1073
111298 일본의 크루즈선 한국인들을.. [4] 고인돌 2020.02.09 1028
111297 아카데미 시상식 방송 내일 아침 10시네요 [10] 산호초2010 2020.02.09 874
111296 오늘은 마음이 다 닳고 [8] 어디로갈까 2020.02.09 835
111295 숙대에서 뭔일이 있었군요 [1] 메피스토 2020.02.09 842
111294 일상. [5] 잔인한오후 2020.02.09 477
111293 2020 Film Independent Spirit Award Winners [1] 조성용 2020.02.09 266
111292 이규형 감독님이 별세하셨군요. [5] 동글이배 2020.02.09 762
111291 중동의 풍경들에 대한 매혹 [3] 산호초2010 2020.02.09 562
111290 교회가 아닌 동호회 모임같은건 어떻게 찾아야 할지 [7] 산호초2010 2020.02.09 626
111289 봉준호의 시대에서 봉준호의 시대로... [3] 사팍 2020.02.09 932
111288 이 게시판에 적어도 한개의 아이디는 팔렸다는 심증이 가네요 [17] 도야지 2020.02.08 1622
111287 역시 결국은 애초에 다 그놈이 그놈이었어요. [4] 귀장 2020.02.08 947
111286 마스크 대란, 네이버와 다음 [1] hotdog 2020.02.08 571
111285 치과, 소비자로서 기능하는 자아 [4] 예정수 2020.02.08 415
111284 한국 사회가 젊은이들을 민주 시민으로 길러내는데 실패한 것은 아닐까요 [48] 해삼너구리 2020.02.08 1730
111283 소피아 로렌의 맨 오브 라만차(1972)를 봤습니다. (스포) [4] 얃옹이 2020.02.08 534
111282 숙명적 연대 [44] Sonny 2020.02.07 2389
111281 회사바낭일까.... [3] 가라 2020.02.07 5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