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이지만 당연히 내용 누설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음, 요즘 제가 유일하게 보는 우리나라 드라마입니다. 예전부터 꼬박꼬박 봐왔습니다. 서울에서도 그 시간에 집에 있으면 이불을 돌돌 만 애벌레 상태로 흥미진진 시청했고요. 엄마님이 그 애벌레를 차면서 너는 뭘 아줌마인 나도 안보는 저런 프로그램을 보니, 하고 박해해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 -_- "국제 변호사"의 망상을 가진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는 아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깐 특이한 점은 아내를 속여서 재물을 갈취하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공상허언증(이게 맞는 명칭인가요, 극중에서 그러던데)에 걸린 남편이란 설정입니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가서 미국의 모 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생모 생부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와서 개업을 했다 (개업 가능한가요 근데)고 하지만 다 뻥인 거죠.


최근엔 강석우씨가 끝부분에 점잖게 등장하셔서 훈계를 하시는데, 남자의 스펙만을 보고 결혼 결심을 한 아내한테도 잘못이 있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볼 땐 그것보다 세상물정을 모른달까, 눈치가 없는 게 문제라고요. 뭐 결국 하나하나 비밀을 밝히기는 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아니 저거 너무 빤히 보이는데, 할 정도거든요. 서재엔 무슨 고시 수험서 같은 게 막 꽂혀있고, 아내의 미행을 눈치채고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하는 척 하는 상황도 나오는데요. 시험 공부 좀 해본 사람은 시험 공부라는 게 정자세로 앉아서 책을 뚫어지게 보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 알지 않습니까. (아, 물론 아주 간혹 그런 식으로 시험공부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저같이 서브노트 만들고 온갖 색깔 형광펜으로 칼라코딩하는 사람이 보면 아니 저게 훼이크가 아닌 걸 보면 몰라! 하고 발구르는 상황이었습니다. ... 하여간 늘 감정이입해서 열심히 보는 프로그램인데 이번회는 감정이입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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