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연애 바낭이 아닙니다. "외로운 연애" 바낭입니다. (부제: 위로받고 싶어요 징징.)
그러니 신고 미리 반사.


연애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분도 내게 관심이 있나 없나 궁금한 설레임의 시기와

연애 덕분에 온세상이 아름다워하는 장미빛 시절이 지나니 (그 시절이 저흰 짧았어요; 흑)

알겠네요. 연애를 지속하는 것이 시작하는 것 보다 몇만배는 더 어렵다는 걸.


지속 가능한 연애는 혼자서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다이어트 작심삼일은 나를 탓하지만)

쌍방의 노력과 합의, 상대의 의중과 심리 파악,

소통의 어려움 (말이 통한다, 상대가 날 이해해준다, 이건 착각일뿐 실제는 각자 자기 방식으로 착각의 세계에 살고있는게 아닐까)

게임이론 같은 경우의 수 따지기 (신뢰가 아직 들어차지 않았을 경우에는 특히)  

.. 뭐 아무튼 힘드네요.


그런데 왜 주위에는 (적어도 온라인 연애 상담소에는)

연애 "시작"에 대한 상담이 대부분이고 (ex. 이 남자가 저한테 관심 있는건가요 없는건가요)

"지속가능한 연애" 에 대한 조언과 수다는 찾기 힘든 걸까요. (이에 대한 좋은 칼럼 아시는 분, 나눠주시면 감사)


그러다가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라는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는데

굉장히 위안이 되었고

지금 내가 하는 "외로운 연애"의 원인이 상대방이 아닌 저 자신에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연애에 있어서

이 남자가 나를 계속 좋아하긴하는 걸까,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는 관점이 아닌,

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나를 존중하고 나를 사랑하는, 즉 나를 위한 선택일까,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니 상대에게도 더 거리를 둘 수 있게 되고, 연락이 오냐 안오냐에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되었고,

연애하는 동안 상대에게 어느새 의존형이 되버린 내가,

정말 거의 하루아침에 다시 원래의 나,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나,

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또 정확히 그것을 해나가는 나,

그 분을 만나기 전의 내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즉, 솔로일 때의 일상.  


예전에는 낮엔 하하호호 지내다가도

밤에 샤워하다 우울함이 울컥 밀려와서 눈물이 샤워물에 섞여 쏟아지는 경험을 했는데

그런 감당못할 우울함과 외로움은 사라졌구요.

 

정말 신기하리만큼 그 무겁던 것과 그 사람에 대한 건강하지않은 정도의 관심이 사라지니,

가볍게 느껴지고 날아갈 것 같이 기뻐요.

그 사람이 나를 계속 좋아한다면 기쁠테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찾아 다시 journey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와 충만함.

그 사람은 나를 구속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가 상대에게 나를 구속시켜놓았다는 걸 깨닫고,

거기서 이제 스스로를 해방시킨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고요.

예전보다는 상태가 좋아졌지만,

딱히 관계를 정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솔로도 아니라 애매하네요.


서로 연락하지 않은지 n일이 지났지만,

시간에 대한 개념이 일반인과 매우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그 사람에게는 하루 같을 수 도 있다는 생각도 해요.

뭐 예전엔 연락이 없으면 제가 하루에 한번은 안부를 묻곤 했지만,

해방감을 느끼는 지금은 제 인생과 주위사람들에게 집중하는게 나를 위하는 일인것 같아서 저도 연락은 안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이러다가 연락이 오면 삐져있어야지, 화를 내고 어떻게 하면 풀어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연락이 와도 웃으면서 오랜만이네, 그동안 무슨 일있었어,라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 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리고 대화를 해볼 생각이에요. 서로가 연애에서 인생의 (무엇)을 얻고 싶은 건지, 서로가 생각하는 연애는 (무엇) 인지.

대화의 기회가 생긴다면 말이죠.

연락이 안온다면 이 사람과는 끝이라고 생각해야죠.

  

참. 공공상담소를 듣고 나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조건을 기본으로 하는 연애담론이 얼마나 시작부터 틀렸는가..

이를테면, 나는 조건은 괜찮아요 혹은 보통이에요.

키도 평균 외모도 평균 집안 보통 연봉 평균.. 근데 왜 안생기나요, 이런 식의 고민이

얼마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껴나가있는 것인지 깨달았어요.


사실 연애는 "조건"이 맞아야하는 것의 문제로 따진다면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계속 실패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상대를 만날 때도 그 사람의 "조건"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인지,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인지,

연애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연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런걸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지금 연애가 이렇게 끝나버려도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고 덜 슬플 것 같아요.

뭔가 깨달음을 얻고 다음 연애를 위한 교훈을 얻었으니까. 


적어놓고보니 사실 외로운 연애에 대한 징징대기 라기 보다

공공상담소에 대한 감사의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ㅎ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2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7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188
122120 [왓챠바낭] 장윤현 몰락의 시작, '썸'을 이제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3.01.16 825
122119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지 않고 [5] 예상수 2023.01.16 354
122118 혼자만 나름 생각하며 살기 [4] 가끔영화 2023.01.16 262
122117 팬들마저 등 돌렸다…무려 '80%'가 SON 제외 찬성 [40] daviddain 2023.01.16 1175
122116 "대행사"는 혹시 보시는 분 있나요? [7] 산호초2010 2023.01.16 596
122115 프레임드 #311 [2] Lunagazer 2023.01.16 132
122114 2023 Critics’ Choice Award Winners [1] 조성용 2023.01.16 189
122113 [넷플릭스바낭] 장르와 주제를 완전히 착각하고 본 '스웻'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1.16 355
122112 '슈룹' 다 봤습니다 (내용 누설 줄줄) [8] 2023.01.15 510
122111 책을 보다가 맞닥뜨린 영화/strait jacket daviddain 2023.01.15 276
122110 프레임드 #310 [2] Lunagazer 2023.01.15 114
122109 돈을 안 쓰고 살기? [26] thoma 2023.01.15 960
122108 [왓챠바낭] 사방에 마구 강력 추천할 뻔한 드라마, '웨인'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1.15 546
122107 코미디의 왕을 보고(스포있음) [2] 예상수 2023.01.14 288
122106 2023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 예측 - 버라이어티지 [6] theforce 2023.01.14 615
122105 프레임드 #309 [2] Lunagazer 2023.01.14 119
122104 Happy Vally, James Norton, A little life [10] Kaffesaurus 2023.01.14 355
122103 충격의 복도 [6] daviddain 2023.01.14 570
122102 수도권 주요 권역별 평균 지출 식비 [4] 왜냐하면 2023.01.14 564
122101 헤어질결심을 보고 난후에 사랑 영화가 더 보고 싶네요. [9] 말러 2023.01.14 5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