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5 02:14
- 199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스포일러... 를 신경 써야 할까요? ㅋㅋ 대충 막 적겠지만 결말을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을 게요.
(영화 내용도 잘 반영하면서 호기심도 끄는 잘 만든 포스터였어요.)
-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지만 도입부는 대충 이래요. 실제 리얼리티 쇼의 오프닝처럼 시작합니다. 그 쇼는 당연히 '트루먼 쇼'구요. 그러니 뭐 충격적인 반전 이런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할 얘기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암튼 그래서 우리의 트루먼 버뱅크씨는 씨헤이븐이라는 섬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입니다. 아리따운 로라 린니 닮은 와이프도 있구요. 보험 회사에 다니며 대략 평범하게, 특별할 건 없지만 뭐 인생에 큰 위기나 불행 없이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살아요. 아, 딱 하나가 있긴 하군요. 어렸을 때 아빠랑 조각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이 오니 그만 돌아가자는 아빠에게 좀 더 가 보자고 고집 부렸다가 아빠를 잃었습니다. 이때의 트라우마로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더욱 이 섬에서만 살아왔죠.
...근데 어쨌든 이게 다 쇼잖아요. 이 섬 자체가 초 수퍼 거대한 방송 세트이고 심지어 해도 달도 별도 비도 바람도 모두 다 셋트입니다. 돔으로 덮여 있거든요. ㅋㅋㅋ 그리고 당연히 이 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 배우들이죠. 이런 상황에서 평생을 산 젊은이가 어느 날 자신의 삶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 트루먼씨. 근데 사실 이 사람 너무 착해서, 대체 시청자들은 30년 동안 이 사람 인생을 무슨 재미로 구경했을까 싶었습니다. ㅋㅋ)
- 아예 안 봤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영화의 극장 개봉 때 전 군대에 있었고. 나아중에는 케이블 같은 데서 조각조각 봐 버려서 풀 버전을 보겠다는 의욕이 안 생겼죠. 뭣보다 그 시절에 화제였던 결말 장면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쓸 데 없이 자세히 들어 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는데... 그래도 이쯤 되는 영화(?)면 언젠가 함 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을 오래오래 하며 살다가 어제 드디어 봤습니다. 보고 나서의 소감은... 극장에선 어차피 못 볼 거였어도 전역 후에 비디오로라도 볼 걸 그랬죠. ㅋㅋㅋㅋ
(전설의 그 장면. ㅋㅋㅋㅋㅋ 근데 다시 보니 이 장면 참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고 그렇습니다.)
- 이미 했던 말이지만, 처음부터 트루먼의 상황을 다 알려주며 시작합니다. 근데 이게 좀 영리해요. 그러니까 트루먼이 본인은 모르는 채로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는 건 처음부터 제시가 되지만 디테일이 없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쇼가 시작된 건지. 트루먼은 대체 어쩌다가 무슨 이유로 주인공이 된 건지. 어떻게 현실에서 이런 쇼가 가능한 건지. 그리고 이 섬 '전체가 세트'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거대한 '트루먼 속이기'는 어떤 원리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등 말이죠.
그래서 처음부터 스포일러를 밝히고 시작하는 듯한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영화에는 계속해서 신선하게 웃기고 재밌고 경악스러운 설정들이 추가되구요. 그래서 내내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간접 광고! 인데... 뭔가 되게 기발한 물건인 척 하지만 사실 해괴하고 쓸 데 없는 물건을 홍보하는 것도 나름 리얼한 디테일인 걸까요. ㅋㅋ)
(아니 세상에 뭐하는 여행사가 저런 사진을 붙여 놓고 영업을 합니까. ㅋㅋㅋ 이런 디테일들이 꽤 많이 나와서 재밌었구요.)
-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당연히 짐 캐리죠. 무섭도록 잘 나가다가 '배트맨 포에버'나 '케이블 가이' 같은 영화로 좀 크게 삑사리도 내고. 그래도 여전히 '라이어, 라이어' 로 건재함을 과시하다가... 이 영화로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슬랩스틱 몸개그 전문이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 연기도 되게 잘 하는 배우라는 거요. 덕택에 나중에 '맨 온 더 문'도 찍고 '이터널 선샤인'도 찍고... 암튼 뭐 정말 잘 해요. 여기에서도 역시 본인이 잘 하는 슬랩스틱 연기를 자주 보여주지만 톤 조절이 절묘해서 진지한 영화의 분위기와 위화감이 전혀 없더라구요. 클라이막스의 항해 장면과 시청자들 모두를 향한 마지막 인사 장면에선 울컥하기까지 했네요. ㅋㅋㅋ
그 외의 배우들도 비중 있는 분들은 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연기도 연기지만 캐릭터들을 잘 잡은 것 같았어요. 나름 트루먼에게 애정 비슷한 걸 갖고 있지만 그게 굉장히 비뚤어져 있는 에드 해리스의 연출자라든가. 그냥 프로페셔널(...)로서 열심히 일을 할 뿐 트루먼에게 애정 같은 건 전혀 없는 로라 린니의 와이프 캐릭터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재밌었습니다. 분명 빌런에 가까운 역할인데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단 말이죠. ㅋㅋ 그리고 그 베스트 프렌드요. 처음엔 로라 린니보다 훨씬 철저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결국 나쁜 놈... 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폭주하는 트루먼을 달래는 장면에서 살짝 감정을 드러내는 게 참 절묘했네요. 그러고 나서도 결국 계속해서 열심히 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ㅋㅋㅋ 암튼 캐릭터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모두 현실적인 디테일 같은 게 슬쩍 들어가 있어서 좋았어요.
(결국에 최종 빌런인 건 맞지만 가만 보면 그렇게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고.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이렇습니다. 훌륭한 각본!)
- 또 이야기가 상당히 다층적입니다.
일단 '1984'스런 감시 사회에 대한 우화로도 볼 수 있겠고. 결국엔 재미를 위한 몰카 놀이를 거대하게 벌이는 것이니 그쪽 얘기로 흘러가서 윤리적 이슈에 대한 이야길 할 수도 있겠고. 갈수록 자극적으로 달려가던 당시 티비 미디어의 문제를 폭로하는 이야기도 되겠구요. 남들이 시키는대로 따르면서 안락하게 살 것이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니 의지대로 살아 볼 것이냐... 라는 전통적인 자유 의지 떡밥 이야기도 되겠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실 이 세상은 나만 빼고 모두...!!!" 라는 매우 중2병스런 음모론, 환타지를 참으로 재미나고 스케일 크게 살려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이 영화가 나온 바로 다음 해에 '매트릭스'가 나왔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우연이네요.
그리고 이 모든 떡밥들을 모두 가볍지 않게, 나름 논의 해볼만하게 건드리면서도 웃길 건 다 웃기고 이입할 건 다 이입하게 하면서 마지막엔 꽤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엔딩까지 안겨줘요. 이 정도면 각본가님이 보통 분이 아니시겠구나!!! 하고 확인해 보니... 어라. 앤드류 니콜? 어라... 이 분 사실은 이렇게 훌륭한 분이셨군요. ㅠㅜ
(트루먼이 사실 이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 이 부분은 진짜로 '매트릭스' 같습니다. 키아누 목소리로 'Stop.'이라고 말해줘야 할 것 같은. ㅋㅋ)
- 암튼 그래서 참 재밌게 잘 봤습니다.
로라 린니의 악역에 가까운 연기를 보는 것도 재밌었고. (사실 몇몇 장면은 꽤 섬뜩합니다. ㄷㄷ) 짐 캐리가 참으로 젊고 쌩쌩한 얼굴로 펼치는 착한 사람 연기도 아주 좋았구요.
또 SF에 가까운 설정 하나를 던져 놓고 거기에서 그냥 웃기는 쪽이든, 기발한 쪽이든, 의미 심장한 쪽이든 간에 참 다방면으로 알차게 상황과 아이디어를 뽑아낸 각본도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뭣보다 일단 웃기고, 동시에 감동적입니다. 그럼 됐죠 뭐. 뭘 더 바라겠습니까. ㅋㅋ 아마 아직 안 본 분은 없으시겠지만 봤어도 아주 오래된 분이라면 다시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지금 봐도 모자라거나 아쉬운 구석 없이 참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잘 봤어요.
+ 중간중간에 이 쇼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리액션 장면이 짧게 들어가는데. 함께 사는 할머니 두 분이 계속 나오거든요. 근데 지금 보니 이 분들 빼박 커플로 보여요. 당시엔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했었는데 아마도 그동안 제 세상 인식이 달라져서겠죠.
(여기에서 할머니 두 분이요.)
++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로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와중에도 로라 린니의 아내 역할 배우 캐릭터는 결혼까지 해서 함께 사니 섹스라든가(...) 이런 건 대체 어쩌란 말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극중엔 안 나오는 설정이 다 있었네요. 한 번 할 때마다 1만 달러씩 수당을 받는 조건이었다고... 뭐 여전히 말은 안 됩니다만. 어쨌든 신경은 써 놨다는 거.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말은 안 돼요. ㅋㅋㅋㅋㅋ 뭐 현실 세상의 법도 문제는 무시한다고 치더라도. 영화 속에서도 결국 스탭들의 실수 때문에 트루먼이 진실을 눈치 채게 되는데요. 진짜로 이런 짓을 벌였다면 아마 훠얼씬 일찍 들통이 났겠죠. 그래뵈도 트루먼은 남들과 똑같이 정규 교육 다 받고 티비도 맘대로 보며 자란 어른 아닙니까.
++++ 이쯤에서 한 번 리메이크 할만한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대부분의 설정을 재활용해서 시작해도 결국 2020년대의 세상 분위기에 맞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끝나겠죠.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고 또 원작과는 아예 다른 메시지를 담게 될 것 같아서요.
+++++ 대체 에드 해리스는 왜...
1998년에 이미 이 얼굴이셨던 거죠(...)
2024.02.15 07:56
2024.02.16 01:11
그렇군요. 해리스 영감님에게도 젊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확인하니 좀 마음이 놓입니다만. 동시에 이미 완성형 노안이셨다는 생각도 살짝(...)
2024.02.15 07:57
제가 리뷰 쓴 지가 벌써 12년 전이네요. 흑흑...
https://www.rogerebert.com/far-flung-correspondents/a-world-of-ones-own
2024.02.16 01:11
세월이!!! ㅋㅋ 리뷰는 좀 늦게 쓰셨네요. 아마 보긴 훨씬 전에 보셨겠죠!
2024.02.15 10:14
왜냐하면 에드 해리스는...
1988년 [어비스] 때 이미 이 얼굴이셨기 때문이죠...
2024.02.16 01:11
아아....... 납득 되는 기분입니다... ㅋㅋㅋㅋㅋ
2024.02.15 11:16
2024.02.16 01:13
저 말고도 이렇게 늦게 본 분이 있다니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요!! ㅋㅋㅋ
아 동네 색감이 독특해서 '가위손' 마냥 세트를 지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 있는 동네였군요. 그런 동네 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계속 예뻐서 좋을지 금방 질려서 다른 색으로 칠해 버리고 싶을지... ㅋㅋ
2024.02.15 11:42
최근 오스카 후보 오르신 분의 옛날 시절도 볼 수 있지요.
그 다음 십 년 동안 경력 많이 상승해서 로라 린니와 함께 HBO 미니시리즈 [존 애덤스]에 나왔고, 같이 나란히 시상식들 휩쓸었지요.
2024.02.16 01:13
다시 만났을 때 '이젠 그때의 내가 아니다!!!' 같은 드립을 날려줬음 재밌었겠지만.
생각해보니 '트루먼 쇼'에선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아예 없네요. 그냥 모르는 사이였을 듯. ㅋㅋ
2024.02.15 12:46
저번에 굿 윌 헌팅도 아직이라고 하시더니 이걸 이번에 보셨군요. 하긴 저도 유명한 작품들 중에서 TV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이나 초중반 정도부터는 수없이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건 엄청 늦어졌던 경험이 꽤 있습니다.
써주신대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걸 거의 빈틈없이 여러 다양한 설정과 가능성을 고민해서 쓴 것이 느껴지는 캐릭터와 스토리, 여기에 영화 매니아, 대중들을 전부 사로잡을 재미와 감동, 깊이까지 구현해낸 연출과 출연진들의 호연 모든 것이 어우러진 명작이죠. '바다의 끝'에 도달하는 순간을 처음 봤을 때 뭔가 제 마음도 쿵!하고 가라앉는 것 같았을 정도로 트루먼의 심정이 어떨지 깊게 몰입했었고 너무도 유명한 마지막 인사는 수십번을 봐도 코끝이 찡해져요.
처음 감상할 당시만해도 저는 짐 캐리는 오로지 마스크, 에이스 벤츄라, 라이어 라이어 등으로만 접했었고 그런 특유의 과장된 코미디 말고 다른 연기가 가능하다고는 상상도 못했던 배우이기에 좋은 의미로 큰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언급하신 것처럼 이 작품 중간에도 사실 특유의 제스쳐나 표정이 나오긴 하는데 너무 억압된(?) 바른생활 사나이로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축적되어왔던 스트레스를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표출한다는 식으로 볼 수도 있어서 감독도 허용해준 것이 아닌가 싶네요. 로라 린니는 처음엔 진짜 그냥 너무 얄밉다고만 생각했는데 재감상 할 때마다 그냥 이 때부터 이미 진짜 연기를 너무 정확하게 해내는 분이셨구나 싶더군요. 트루먼이 많이 흥분한 상황에서도 충실하게 간접광고를 하다가 결국 자기도 한계에 다다른 걸 표현하는 장면이 특히 놀랍구요.
앤드류 니콜은 '가타카' 만들고 이 작품 각본을 쓸 때만 해도 할리우드의 미래의 한 축을 담당할 대단한 SF 작가로 촉망받았는데 이후 점점 기대치에 못미치면서 지금 영화팬들에게는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됐죠. 그나마 후기작들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로드 오브 워' 속편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2024.02.16 01:16
그래도 이건 지금에라도 봤죠. '굿 윌 헌팅'은 아마 영원히 안 볼 겁니다. ㅋㅋ 제목만 들어도 치밀어 오르는 이 선량한 기운이라니!! ㅋㅋㅋ
그렇죠. 나중에 '이터널 선샤인'이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이 영화 당시 짐 캐리에게 느꼈던 임팩트가 많이 약해진 것 같은데. 이 분이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던 건 분명하니까요. 말씀대로 로라 린니도 잘 했어요. 처음엔 별 연기할 꺼리가 없는 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폭발하는 장면에서 감탄하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 했습니다. 그냥 원래 잘 했구나. ㅋㅋ
앤드류 니콜은 뭐... 그렇네요. '가타카'는 평이 참 좋았죠. 그걸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2024.02.15 13:00
본편에 포함됐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 삭제씬입니다. 말론 캐릭터에 좀 더 깊이를 더해주는...
2024.02.16 01:16
영상도 흥미롭지만, 댓글에 계속해서 해리스옹 짤이 올라오는 상황이 재밌습니다. ㅋㅋ 괜히 제가 노안 드립을 쳐서... ㅠㅜ
2024.02.15 13:34
이 영화를 보고,,,혹시 나도~?
이런 생각 해보신 분...없나요?
저는 문득 문득 해본 적이 있어요.
2024.02.16 01:17
아니요. 전 안 그랬는데요.
전 영화 보기 전에 그랬습니다. ㅋㅋㅋ 중딩 때 다들 한 번쯤 그런 상상 해보지 않나요? 저만 그랬나요... 하하;;
2024.02.15 14:08
2024.02.16 01:17
...네? ㅋㅋㅋㅋ 영문은 모르겠지만 IT 클라우드도 전부터 보고 싶어했던 시리즈네요. 그렇게 재밌다는 소문을!
2024.02.15 15:16
2024.02.16 01:18
그렇죠? 처음엔 저도 그런 걸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 그냥 그러려니... 하는 우화로구나' 라는 걸 깨닫고 생각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ㅋㅋ 근데 그런 식으로 따져보는 재미가 참 쏠쏠한 세계관이긴 해요. 그냥 황당하다로 끝이 아니라 그래도 뭔가 생각을 하게 만든달까요.
2024.02.15 15:23
우화같은 영화였지요. 특히 "신"과의 관계에 대한 비유가 당시에는 열혈 기독청년이었던 저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어요.
또한 로라리니를 처음으로 각인한 영화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 배우지요.
사전정보도 전혀 없이 극장에 갔었고 당시에는 리얼리티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없어서 초반에 대경실색했던 기억도 납니다. ㅎㅎ
2024.02.16 01:19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종교(...)의 신님과 에드 해리스 캐릭터는 좀 닮은 구석이 있네요. 뭔가 자기 멋대로이고 사랑한다면서 자꾸 이상한 짓 하고... (아, 위험한 발언인가요;;)
그렇네요. 1998년이면 한국에선 리얼리티 쇼가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았으니 더 충격적이었을 듯요. ㅋㅋ
2024.02.15 15:58
저는 매번 볼 때마다, 그 광고하는 칼로 아내가 위헙 당하다 못해 '이걸 좀 어떻게 해봐요!' 할 때 눈물이 납니다. 직장에서 칼로 위협 당하고, 절친이 들어오면서 그 상황의 텐션이 탁 풀리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장면이 매 번 절묘해요. (광고 넣은 광고주는 피눈물 흘렸겠지만.)
2024.02.16 01:20
맞습니다. 사실 로라 린니 캐릭터에 별 느낌이 없었는데 그 장면에서 오히려 트루먼보다 그 쪽에 이입되는 걸 느끼고 당황했어요. ㅋㅋ 되게 잘 연출된 장면이었고 배우들도 잘 해서 그랬던 듯요.
2024.02.15 17:43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너무 트루먼이 사는 세상이 가짜라는 것이 노출되기 쉬운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곤 하죠. ㅋㅋ 한 장소를 자전거 타고 뱅뱅도는 사람이라던가, 딱 봐도 광고같은 멘트를 치는 아내라던가... 이상하게 내리는 비도 그렇고.
듀나님이 [시몬] 리뷰에 이 영화 언급을 해서 그런지(각본-감독이 앤드루 니콜) 전 조건 반사적으로 [시몬]이 생각나요.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하게 끌고 간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습니다.
2024.02.16 01:21
맞아요. ㅋㅋㅋ 그런데 그걸 또 영화가 개그 소재로 삼아 버리니까 정색하고 태클 걸기도 민망해지더라구요.
'시몬'은 안 봤는데 몇 분이 언급을 해주시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흠...
2024.02.16 07:02
아주 좋아해서 너무 자주 보진 않으려고 참고 있는 영화입니다.
다듬어진 가상세계를 비웃는 느낌의 예쁨이긴 하지만 예쁜 화면마저도 딱 좋아요. 저한테는 버릴 데가 없는 소같은 영화입니다.
트루먼도 그렇지만 아내도 거의 노예 아니었나요 ㅋㅋㅋㅋ 24시간 종신 근무에 어쩌다 며칠 휴가(...가 있었겠...죠?)
돈 있어도 쓸 틈이 없다는 말이 진짜라니.
내가 트루먼 아내의 꿈을 꾼 거냐 트루먼 아내가 내 꿈을 꾼 거냐 이 상태가 될 것 같은데요. ㅜㅜ
트루먼보다 이쪽이 더 현실적이어서 이입이 잘 됩니다. ㅎㅎ
시기상으로도 비슷하지만 항상 마스크의 짐 캐리가 떠올라요. 끝나갈 때쯤 맨얼굴로 나올 때 와 엄청 내 타입이다 했었죠. 이 이미지로 끝까지 가는 영화 보고 싶다 했더니 트루먼으로 소원을 이룬 셈이죠. 참 착하게 '잘' 생겼어요. ('잘'이 중요합니다. ㅋㅋㅋㅋ)
거대공포증이란 게 이런 기분인가보다 짐작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어요. 몇몇 장면이 아주 이상한 느낌을 주더군요. 그 느낌마저 좋았죠.
2024.02.16 09:17
버릴 데가 없는 소 같은 영화 ㅋㅋㅋㅋㅋ 표현 넘나 재밌네요.
그게 왜 그리 아내 폭발 장면에 이입이 되었나...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에서 가장 불쌍한 게 트루먼이긴 해도 가장 고생한 건 아내 역할 배우였겠더라구요. 트루먼이야 뭐가 됐든 그냥 자기 인생이라 생각하고 평범하게 살았을 뿐이지만 아내는 결혼 후부터는 24시간 근무에 맘 없는 남자와 섹스까지 해야 하고(...) 가만 보면 영화 처음부터 정말로 아무 감정 없이 의무적으로 연기하는 느낌인데 그게 프로 의식이 부족해서라기보단 이미 견디다 못해 한계에 와 있는 상황이라는 디테일인 것 같고 그랬습니다. ㅋㅋ
맞아요 개그 안 하고 멀쩡한 표정 하고 있으면 정말 잘 생겼죠. 그걸 깨닫기까지 작품 여러 개가 필요했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제 얘깁니다! ㅋㅋ)
2024.02.17 20:20
제가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안본 사람입니다. 너무 유명해서일까요. 이미 안봐도 본 것같은 느낌때문일까요.
저한테는 괴이하고 공포스럽고 그런 느낌이 있어요. 재미있게 보셨다는데 저한테도 언젠가 그런 영화가 될지 모르겠네요.
더 옛날인 1983년 [필사의 도전]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끈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