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 23:32
- 이번엔 에피소드가 10개입니다. 또 8개일 줄 알고 보다가 당황을... ㅋㅋ 편당 런닝타임이 살짝 늘어서 대략 30분씩 되구요. 그 중에 중요한 에피소드 하나는 한 시간. 마지막 에피소드는 41분이고 그래요. 스포일러는... 가볍게 좀 들어갑니다. 아예 모르고 보고 싶으시면 읽지 마세요.
- 이번 시즌을 보면서 가장 신선했던 건 이게 첫 시즌의 패턴을 거의 반복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시즌 1은 전에도 적었듯이 주방을 무대로 한 전쟁터 라이브 방송(...) 같은 살벌함과 (거의 부정적인 방향의) 에너지 폭발! 같은 부분이 포인트라고 느꼈는데요. 이번 시즌엔 그런 살벌한 장면이 별로 안 나와요. 이번엔 진짜로 '힐링물'에 가까운 이야기가 계속해서 펼쳐져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네요. ㅋㅋ 다만 그러다가 한 시간짜리 과거 회상 에피소드 하나로 시즌 1보다 더 살벌한 걸 한 번 보여주고요. 또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아주 살 떨리고 긴장감 넘치는 걸 한 번 보여주는데 이 두 에피소드가 워낙 강렬해서 첫 시즌 분위기를 좋아한 시청자들도 결과적으로 실망은 안 했을 것 같네요.
(식당이 공사 중이니 식당에서 요리하며 치고 받는 건 별로 못 나오구요. 부족한 요리 장면은 대충 이런 식으로. ㅋㅋ)
- 사실 이게 형식과 스타일 면에선 되게 현실적인 척을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아주 격하게 환타지 시리즈잖아요? 주인공부터가 데뷔하고 엄청난 스피드로 전국 최고의 쉐프 자리에 올라간 천재 청년이구요. 그런 주인공을 둘러싼 사실상 루저 포지션의 동료들도 가만 보면 다 은근 재야 능력자들이었죠.
두 번째 시즌에선 이걸 대놓고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마치 20세기 일본산 야구 만화 스토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류의 이야기 있잖습니까. 안 유명한 고등학교의 실적 별로인 야구부가 있는데 여기에 갑자기 전국구급 에이스가 등장하는 거죠. 이 놈이 다른 멤버들을 독려하며 "전국 재패" 라든가, "고시엔에 가자!!" 같은 소리를 해대는 가운데 이 에이스와 호흡을 맞춰 줄 수준급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포수가 나타나고. 둘이 멱살 잡고 나머지를 끌고 가는 와중에 살벌한 특훈을 거치고, 그걸 이겨낸 나머지 멤버들도 한 가지씩 특기들을 드러내고... ㅋㅋㅋ
시즌 2의 전개가 딱 이렇습니다. 에이스 카르미가 혼자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레벨업 시켜 놓은 가운데 능력자 시드니가 사람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며 실무를 담당하구요. 그러는 동안에 맥도날드 알바 출신 젊은이는 디저트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고, 쌍욕과 수다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던 잉여 하나는 홀 서비스의 카리스마 리더가 되고, 처음엔 거의 빌런급 포지션이었던 아줌마는 어느새 시드니의 오른팔이 되어 실제 조리 과정의 리더가 되고... 화룡점정으로 이번 시즌엔 로맨스까지 등장하는데, 이 로맨스 역시 굉장히 만화스럽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진짜 만화 같아요. ㅋㅋㅋㅋ
(미션 성공! 후)
(레벨 업!!!)
(특훈의 효과는 굉장했다!!! 라는 식의 만화책 전개가 계속... ㅋㅋㅋㅋ)
- 그런데 이게 괜찮습니다.
어차피 피 튀기는 아웅다웅은 첫 시즌에 충분히 했고. 그 동안에 캐릭터들간의 관계도 다 정립이 되고 애들이 조금씩은 다 성장을 했잖아요. 그러니 뭔가 무리수 핑계를 만들어서 이 관계를 롤백하고선 다시 빌드업 관계를 거치는 식의 우려 먹기 전개보단 그냥 이미 쌓아 놓은 걸 바탕으로 '그 다음 이야기'를 하는 게 자연스럽죠. 게다가 어차피 전 시즌에서 이야기가 다 정리된 것도 아니었구요.
그래도 너무 좋은 전개만 계속 나오는데 이래서 괜찮겠나? 싶은 순간에 그 과거 회상 에피소드로 거의 난공불락 수준으로 보이는 거대한 미션 하나를 던져주고요. 또 '이렇게 다 잘 될 리가 없어'라는 심정을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심어주던 와중에 이번 시즌에서 벌어진 가장 좋은 일 하나를 다음 시즌 떡밥으로 만들어 넘기면서 사람들 낚아내는 솜씨도 괜찮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게 그렇게 잘 될 리가 없다 싶었죠. ㅠㅜ
(할로윈 이미지 벗어나겠다고 고생하셨고 그래 놓고 결국 할로윈으로 제 발로 돌아가셨지만 또 그 와중에 이런 것도 하고 계시니 결국 성공하신 커티스 여사님.)
- 암튼 그래서 롤백이나 우려 먹기 없이 '꾸준히 흘러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칭찬을 해주고 싶은 시즌이었습니다.
전 시즌에서 정들었던 캐릭터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꾸준히 키워가며 더 정을 붙이도록 만들어 내는 태도도 좋았구요.
다음 시즌이 반드시 나와야 하는 식의 결말은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미 첫 시즌에서 대박을 냈으니 시즌 3이 못 나올 리도 없고. 이 정도면 그냥 납득해줘야지 어쩌겠습니까. ㅋㅋㅋ
하지만... 어지간하면 다음 시즌으론 좀 끝내주시죠?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시즌 2의 마무리를 생각하면 다음 시즌에서 끝내는 게 이야기상으로도 맞고, 또 보는 사람 안 질리게 만들 최선의 선택 같지만. 음... 이게 워낙 히트를 쳐 버리니 불안하군요;
어쨌든 재밌게 봤습니다. 라는 얘기였어요.
+ 시즌 1을 마무리하는 라디오헤드 노래도 맘에 들었는데요. 시즌 2 첫머리에 또 제가 좋아하는 곡이 나와서 반가웠네요. 근데 그 부분이 영상으로 없어서 걍...
그러고보니 이 영화도 배경이 시카고였네요. 동종 업계 일 하는 형제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의도적 선곡이었던 듯.
++ 카메오 많이 나오는 걸 보며 이게 확실히 뜨긴 떴구나... 싶었고. 또 대체로 재밌게 잘 활용되긴 했는데 그 과거 회상 에피소드는 뭐랄까. 좋긴 좋은데 카메오들이 너무 강력해서 주역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다 잡아 먹는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ㅋㅋㅋ
(우측 안경남은 뉘신가... 했더니 코미디언이시고. 제가 아는 역할로는 '스파이더 햄' 목소리였더라구요. ㅋㅋㅋ 반갑습니다.)
+++ 시즌 3은 2월 하순에 촬영 들어간다네요. 다 찍으면 금방 내놓는 게 시리즈 전통(?)이라 상반기 중에는 공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 첫 시즌보다 좀 더 깊이 '시카고' 라는 배경을 파고 써먹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이러다 마지막 시즌 피날레까지 가면 마이클 조던이라도 식당에 와서 먹고 가는 게 아닌가 싶구요. ㅋㅋ 다만 여기 주인공들은 농구보단 야구 팬인 것 같으니 그 쪽이라도. 아니면 '코치 K'님이라도...?
+++++ 근데 솔직히... 카르멘이 신세 타령하는 거, 공감 되십니까? ㅋㅋㅋ
쉐프로 고속 출세한 건 분명 본인 노력 덕이긴 한데 그냥 노력빨이라기엔 너무 빨랐잖아요? 재능은 타고난 것 같고 거기에 운도 따랐을 거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의 행보도 가만... 히 보면 계속해서 복이 굴러 들어오거든요. 복을 복으로 쉽게 못 받아들이고 자꾸 뻥뻥 걷어차게 되는 게 뭐 성장 과정 때문이었다는 식으로 밝혀지니 본인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믿을만도 한데. 그래도 이게 좀...? ㅋㅋ
대놓고 수호천사 Mk. 1
Mk. 2 에다가
말도 안 되는 복이 막 유도탄처럼 집요하게 정확한 타게팅으로 날아들어오고
사실 뭐니뭐니해도 지미 아저씨가 짱이죠. ㅋㅋㅋ 처음 나왔을 땐 빌런인 줄 알았더니 완전 호구에 천사... ㅠㅜ
2024.01.12 00:11
2024.01.13 01:35
솔직히 '시즌 1보다 세긴 한데 그래도 대충 적응 했으니까 이 정도는!!' 하고 보다가 포크 장면에서 식겁하고. 잠시 후 모든 걸 마무리하는 '그 장면'에서 진짜... ㅋㅋㅋㅋㅋ
되게 만화 같은 내용에 아주 그럴싸하게 현실적인 분위기를 넣어주는 것 같아요. 저야 뭐 일본 야구 만화도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냥 재밌게 보고 있구요.
카르멘 인생을 부럽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형 식당 물려받은 후 부터는 럭키 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2024.01.12 00:26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상당히 길지만 [언컷 젬스] 저리가라할 정도로 스트레스 팍팍 주면서도 몰입감이 장난 아니었지요. 이런 막장 가정 환경 속에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을 걸 생각하면...
특별 출연 연기자들 중에서 커티스 여사님도 좋았지만, 시리즈 후반부에서 깜짝 등장하시는 어느 유명 배우께서 명성 있는 셰프로서 짧고 담백하면서도 여운 남는 연기하는 것도 보기 좋았지요. 덕분에 드라마 최고 진상 캐릭터마저도 감화될 정도니...
아, 그리고 시카고에서 4주 지낸 사람으로써 단언컨데, 이 드라마만큼 시카고를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거의 없답니다.
2024.01.13 01:37
아 '언컷 젬스' 언급을 해주시니 갑자기 끄덕끄덕하게 되네요. "내가 분명 이런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영화가 있었는데?" 라는 생각을 잠깐 했거든요. ㅋㅋ
미국 영화나 드라마들 보다 보면 유난히 '우리 동네 이렇다능!' 이라는 자부심 뿜뿜 작품들이 많은 도시들이 있는데 시카고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근데 그게 하나 같이 "우리 동네 짱 구리지만 난 사랑한다능!!!" 이런 분위기라서 좀 웃기기도 하구요. ㅋㅋ
2024.01.12 00:37
다음 주방 이야기로 이걸 추천해드립니다.
2024.01.13 01:38
사실 주방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이미 이틀 전에 봤습니다. 우하하. 개인 사정상 당장 글을 올리진 못했지만 아마 며칠 안에...
2024.01.12 00:51
일본 야구 만화 스토리 정말 딱이네요. ㅋㅋ 사실 이번 시즌은 자꾸 그런 식으로만 전개가 되고 시즌 1의 그런 모습을 잘 안보여줘서 처음엔 당황했는데 에피 하나 하나 다 알차고 어느새 주인공 콤비랑 커즌! 외에는 다소 캐릭터성이 얕아보였던 조연 멤버들에게 어느새 애정이 팍팍 샘솟더라구요.
주인공 카미는 일단 형 그렇게 되고 갑자기 가게 물려받게 된 상황 자체가 너무 하드 난이도이긴 한데 그 이후로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씀대로 계속 복이 터진다고 봐도 되겠네요 ㅋㅋ 얘가 너무 행복하면 안어울리니까 마지막 에피에서 그런 강력한 시련을 던져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시즌 1에서 가장 비호감이었던 커즌!을 한방에 그래도 감정이입되는 캐릭터로 만들어준 그 특훈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았어요.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신 대단한 카메오도 있었고 디저트 담당 에피에서 나온 윌 폴터는 이번에 유독 갑자기 훈남이 되서 나타난 것 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가장 말이 많았던 그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사실상 영화 한편이었죠. 아무리 그런 인물들이 모인 가족이라도 저렇게 시끄럽고 정신없는 난장판은 너무 드라마적인 게 아닌가 싶었는데 또 워낙 화려한 출연진으로 눈이 즐겁고 막장스러운 재미가 있다보니 그냥 술술 넘어가게 되더군요. 마지막 한방도 강력했죠. 제이미 리 커티스 여사님 허허... 저는 한 시즌 4까지 나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들이 워낙 매력있어서
2024.01.12 10:11
2024.01.12 21:59
분명 같은 작년에 공개된 가오갤 3에서는 그렇게 멋지지 않았는데 문신 때문인지 근육 때문인지 하여간 되게 잘생겨보였어요 ㅋㅋㅋ
2024.01.13 01:42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 하일라이트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딱 일본 야구 만화에 단골로 나오는 '에이스를 못 내게 된 상황에서 나머지 멤버들끼리 분발하여 감동의 승리' 전개랑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ㅋㅋ H2의 키네 에피소드 생각도 나고(...)
특훈 멤버들 스토리가 다 그냥 아무 위기감 없이 훈훈하게 흘러가서 '재미는 있지만 이게 좀?' 하는 와중에 그나마 리치 특훈 에피소드가 긴장감이 있었죠. 진상, 민폐도 끼치고 중간에 본인 멘탈도 나가고... 어찌보면 나머지 무사히 특훈 마친 멤버들보다 비중 있는 캐릭터라 그게 대접해준 것 같기도 하구요. (근데 배우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ㅋㅋㅋ)
이야기상으론 시즌 3 마무리가 옳다고 생각하는데, 말씀대로 캐릭터들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리즈라 시즌 4까지 나와도 화는 안 날 것 같아요. ㅋㅋ 사실 이게 편당 런닝타임이 짧다 보니 캐릭터들 내면이나 관계 같은 걸 그렇게 풍부하게, 충분히 보여주진 못했죠 아직도. 여전히 더 뽑아낼 게 많아 보이긴 합니다.
2024.01.12 00:55
여담으로 작중 캐릭터 설정으로는 식당 멤버들 중에서 가장 요리하고 거리가 먼 팩 역의 배우는 오히려 실제로는 현지에서 유명한 레스토랑 경영자라고 합니다(!)
시즌 2에서 비중 늘어나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여동생 '슈가'. 위의 팩이랑 이상한 유사모자 관계로 나오는 것도 재밌었어요.
2024.01.13 01:43
저도 저 동생님 너무 좋구요!
팩은... ㅋㅋㅋㅋㅋ 잭 블랙 이후로 나온 수많은 유사 잭 블랙 캐릭터들 중에 가장 정이 가고 맘에 들었어요.
근데 저렇게 잘 나가는 사장님이시라니 뭔가 배신감이 듭니다? ㅋㅋ
2024.01.12 10:08
2024.01.13 01:47
OTT들은 시리즈, 시즌 클릭하면 일단 에피소드 갯수랑 편당 런닝타임 정보를 한 눈에 보여줬음 좋겠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네 사실 카르멘 인생 생각하면 절대로 운 좋은 놈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만. 그래도 식당 리더 된 후론 뭔가 우주의 기운이 계속해서... ㅋㅋㅋ 그게 좀 웃기더라구요. 형이 정말 무슨 완벽한 함정이라도 만들어 놓은 듯이 구석구석 개판을 쳐놨는데 (뭐 그것도 나중에 살짝 반전 같은 게 있긴 하지만요) 그걸 카르멘이 본인 능력과 우주의 기운으로 계속 풀어가는 느낌이라 가끔은 형이 무슨 빌런 같아요(...)
슈가 남편은 처음엔 걍 흔한 하찮은 평범남 같았는데요. 지미네 애 생일 잔치에서 살짝 정이 가기 시작하더니 말씀하신 그 장면에서 저도 감복했습니다. 슈가가 남자 보는 눈이 있었더라구요. ㅋㅋ
네 강요해주신 덕택에 즐겁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이만큼 재밌는 게 보이면 또 강요해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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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선 별 생각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만화 같긴 하네요.
카르멘은 어쨌든 일하면서 당한 각종 학대 때문에 불쌍한 거긴 하겠지만 말씀하신 측면도 분명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