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9 14:00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좋아하십니까? 가장 좋아하는 작품도 궁금합니다.
저는 잘 모르는 감독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극장에서 본 '프란츠'가 좋아서 이후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오래 전에 '스위밍 풀'을 봤는데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지 기억에 안 남아 있고요.
'프란츠' 다음에 본 것이 '신의 은총으로',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이고요, 이번에 '다 잘된 거야'를 봤습니다. 이 감독의 예전 작품 보다 근작의 담백한 스타일이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다 잘된 거야'는 '신의 은총으로'와 비슷한 면이 있네요.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스내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성폭력 문제, 교회의 침묵 문제를 거의 다큐멘터리식 방법으로 보여준 영화이고 '다 잘된 거야'는 안락사 문제가 등장한 영화였어요. 비슷하게 느낀 이유는 분노를 유발하거나 논란거리가 되는 문제를 다루지만 당사자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장면 장면들의 연결로 진행되며 기조가 무척 차분하다는 점, 다시 말해 두 영화가 다 전개의 어느 지점에 뚜렷한 클라이막스가 있어서 터트리는 식이 아니고, 작은 에피소드와 별 것 없는 소소한 장면들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모종의 감동과 더불어 다룬 문제에 조금은 성숙한 시선을 갖게 된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Tout s'est bien passe 2021
이 영화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그대로 담은 원작 소설이 있고 소피 마르소가 작가 엠마뉘엘을 연기합니다. 원작 소설가 엠마뉘엘 베르네임은 2017년에 61세로 타계했네요. 생전에 프랑수와 오종 감독과 시나리오 작업을 같이 하기도 했다 합니다. 국내에도 이분 소설이 여러 권 출간되었으나 절판되고 지금은 이 책과 '나의 마지막 히어로'라는 책만 남아 있습니다. 책 소개를 보니 원작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해서 영화화한 것 같아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426858
소피 마르소가 무척 잘 나이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서 아빠 역의 앙드레 뒤솔리에가 딸을 보면서 내 딸, 하고 바라보더니 '어릴 때는 정말 못생겼었는데...'라고 합니다. 음 -_- 아무리 작가의 실제 경험이래도 소피 마르소를 앞에 두고 그런 소리를... 샬롯 램플링이 엄마로 두 장면 정도 잠깐 나옵니다. 대사도 짧은 문장 두엇 뿐인데 그냥 화면에 등장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설명되는 그 눈빛과 표정이 놀랍습니다. 아빠 역할 배우는 좋아하는 영화 '겨울의 심장'에 미중년 악기상으로 얼굴을 익혔던 배우셨어요. 주인공과 삼각 관계를 이루었던. 이제 그때의 모습은 미소지을 때 희미하게 남아 있네요. 삼십 년 세월이 흘러가버렸습니다.
'다 잘된 거야'를 보고 나서 영화를 보는 것이 참 즐겁고 영화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는 시리즈온에 멤버십으로 첫 달 무료 이용해서 봤어요. 이 영화 뜨길래 충동적으로 가입했는데 또 이거저거 찾아놨습니다. 이 영화 관심 있으시면 무료 이용 후에 해지해도 될 것 같아요.
2022.12.19 14:09
2022.12.19 14:15
오호 맞습니다. 제가 적으려고 생각했다가 빠트린 것을 다 언급하셨어요. ㅎㅎㅎ
가난한 사람은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대화 부분이 그나마 이 영화에서 두드러진 의식적 대사였지요.
그리고 한나 쉬굴러!를 얘기 안 했네요. 전설적인 배우들의 나이든 모습이 뭔가 찡했습니다. 엠마뉘엘이 이분과 작별하며 '실례지만'하면서 뺨에 입맞추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2022.12.19 18:43
아 여기서도 며칠전 안락사와 관련되서 이건 클래스 문제이다 란 사설을 본 기억 (읽지 않고 지나간... 찾을려니 힘드네요).
2022.12.19 19:42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란 소설에 주인공이 아버지 때문에 스위스의 안락사 기관을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역겨운 사업이라면서요. 이런 걸 보면 프랑스 같이 법으로 금지하는 인근 국가에서 스위스를 찾는 불치병 환자들이 꽤 있나 봅니다. 그리고 현재의 이런 형태의 조력 자살이라는 것이 그 모든 과정에 따르는 경제적, 인적 지원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허용된 것이니 죽음마저 불공평함을 여실히 보여 주는 단면인 것 같습니다.
2022.12.19 14:47
어렸을 때 정말 못 생겼던 소피 마르소.jpg
시리즈 온 멤버십도 있었군요. 이 놈도 저 놈도 다 멤버십... 이러다 구독비로 한 살림 날리겠습니다. ㅋㅋㅋ
듀나님이 리뷰를 아주 좋게 해주셔서 관심 있었던 영화에요. 일단 다시 한 번 확실히 기억해 두는 걸로!
2022.12.19 15:02
ㅎㅎ 그러나 영화에 회상되는 아빠한테 많이 먹는다고 욕먹던 시기는 이 나이대입니다만.
여기 게시판에는 주인장 후기가 없는데 어디서 보셨을까요? 읽어 보고 싶네요.
2022.12.19 15:19
아아니 정말 한결 더 파렴치한.... ㅋㅋㅋㅋㅋㅋ
듀나님 리뷰는 여기 있어요. 한국 제목이 확정되기 전에 리뷰를 올리신 듯 하여 제목이 다르네요.
2022.12.19 16:08
감사합니다. 이제 보니 글이 올라왔을 때 저도 봤던 것 같아요. 지금 올린 이 글이 표현만 좀 다르지 중복이 많네요. 쓰기 전에 잘 검색해서 듀나 님 글을 읽었다면 피할 건 피하고 조금 다른 것들로 채웠을 텐데 싶기도 한데 뭐 어차피 아는 게 별로 없다 보니.ㅎ
2022.12.20 11:34
저는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는 딱 한편을 본 것 같아요. [두 개의 사랑]입니다. 이 작품을 먼저 보고 좀 불쾌감까지 들었는데 나중에는 그 기분나쁨 때문에 잊질 못하겠더군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데드 링거]의 또 다른 쌍둥이 작품이라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 감독도 언젠가는 다 필모를 섭렵할 겁니다 ㅋㅋ
소개해주신 작품도 보려고 했는데 극장에서 놓쳤어요 아쉽네요 ㅠ
2022.12.20 13:36
도발적인 소재도 많이 다루지만 별로 불쾌하지 않고 감동적이거나 나름 훈훈하게 풀어낸 작품들도 많아요. 워낙 다작을 하기도 하고요.
8명의 여인들, 프란츠,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등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2022.12.20 15:41
'8명의 여인들' 보고 싶어요!
2022.12.20 18:44
네 한번 봐야겠어요. 일단 [스위밍 풀]부터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지섭씨의 덕을 좀 봐야죠...ㅋㅋㅋ 열심히 수입해주시니 ㅠㅠ
2022.12.20 15:40
'두 개의 사랑'은 소개를 보니 '데드 링거'와 연관짓기도 하더군요. 이 감독님도 이야기를 짜고 연결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어떤 현란한 촬영 기법이나 놀라움을 주는 특정 장면을 꼽을 건 없는 것 같은데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빠져들고 아주 설득이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2022.12.20 18:45
네 어떤 평론가님은 프랑수아 오종이 평론가들이랑 대놓고 게임을 하는 감독이라 좀 호불호가 갈린다고도 하는데, 저는 이 감독님이 영화 안에 숨겨놓는 상징이나 연결고리 같은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커서 좋았어요. 주연배우도 너무 매력적이고요...
분명히 더 나이가 들면 제가 보호자가 되서 영화처럼 아버지를 돌봐야 할 순간이 올 텐데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능력이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많았던 아버지를 딸이 돌보면서 과거를 기억하는 식으로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로왔고요. 안락사에 천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는 걸 알고 아버지가 "돈없는 사람들은 어쩌냐"했더니 딸이 매몰차게 "가난한 사람들은 죽기를 기다려요"하고 답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파스빈더 영화 주인공하던 한나 쉬굴라가 안락사 조력자로 짧지만 인상적으로 등장하고요. 참 아름다운 얼굴인데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서 다시 보니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