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23:55
1.
내년에는 4년간 맡았던 보직을 그만두고 담임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라는 것을 몇 주 전에 알게 되었죠.
그래서 하던 일이 올해가 마지막이구나... 싶으니 뭐 한 번 빡세게 불필요한 일들(?) 질러 볼까? 라는 맘으로 이것저것 손을 댔다가... 어떻게든 진도는 꾸역꾸역 나가지긴 하는데 이래갖고서 애들 졸업 전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한 이틀 정도만 듀게 멀리하고 작업에 집중해 보자... 했다가 그만 닷새가 지났습니다. 네, 사실은 5일 밖에 안 돼요. ㅋㅋㅋ 일주일도 아니고!
그래도 그렇게 한 보람이 없지 않아서 저질러 놓은 일 세 가지 중 둘은 끝냈고. 다른 하나도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아직 시간, 품은 많이 들겠지만 그냥 시간과 노가다의 문제이고 어려운 문제는 다 해결 됐어요. 덕택에 마음이 좀 편해지네요.
2.
겨울 방학이 정말 며칠 앞으로 닥친 상황이라 학교 일도 미쳐 돌아가거든요.
근데 이런 상황에서 퇴근 후에 먹고 자고 조는 시간 빼고 다 때려 박아서 일을 하다 보니...
재밌습니다? ㅋㅋㅋ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구요.
저는 고3 때도 대충 살다가 운 좋게 얻어 걸려서 대학 가고 그랬던 인간인데.
뭘 이렇게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다 늙어서 약 먹은 병아리처럼 삐약삐약 졸며 열심히... 이긴 합니다만.
일단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꼭 해야 할 일도 아닌데 (지금 작업 둘 중 하나는 직장 사람들은 아예 모릅니다 ㅋㅋ) 걍 열심히 한다.
라는 게 은근 기분 좋아지게 하는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것만 끝내면 다 때려치우고 다신 안 할 거에요. 이미 잉여롭게 OTT와 보내던 세월이 그립습니다.
뭣보다 한 번 해 버리면 이제 사람들이 '쟤 또 그거 하는 거 아냐?'이렇게 짐작을 할 거잖아요. 거기 부응하기가 싫으네요. 인성... ㅋㅋㅋㅋ
3.
오늘 눈이 왔잖아요.
늘 그렇듯 애들이 눈 뭉쳐서 만든 뭔가를 들고 교무실에 자랑을 하러 왔는데.
뭐 또 오리겠지... 하고 봤더니 헬로 키티네요?
근데 퀄리티가 꽤 좋네요??
허헐 이게 뭐야!? 하고 보니 눈오리랑 마찬가지로 눈헬로키티를 만드는 물건을 파는군요. 정식 라이센스인가 보구요.
라이센스 값도 있고 아무래도 금형도 좀 더 정교해서 그런지 쇼핑몰 가격이 거의 여섯배입니다. ㅋㅋ
사 주면 자식놈들이 되게 좋아하겠다 싶어요. 눈이 또 언제 얼마나 올진 모르겠지만 뭐 두 개 사도 만 몇 천원 돈이니 걍 사는 걸로.
4.
이제 졸업이 코앞이라 학생놈들은 각자 자기 취미 생활에 매진을 하더라구요. 인생 끝났냐? 라고 갈구긴 합니다만
근데 이럴 때 보면 그동안 몰랐던 학생들 면모가 보이는 게 신기해요.
오늘 한 놈이 소금빵을 구워와서 손편지까지 써서 교무실에 돌렸구요.
그거 뜯어 먹으며 감탄하고 있는데 다른 녀석은 버터바를 3종 세트로 구워서 예쁜 배달 종이 용기 같은 데다 담아서 메모지에 '버터바 맛있게 먹는 법'까지 일일이 그림과 함께 적어서 갖다 주고요.
또 어떤 놈은 맨날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고퀄의 선생들 캐릭터 그림을 그려와서 하나씩 하사하고 가시고...
또 한 녀석은 맨날 춤만 추는 캐릭터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졸업 영상 만든다며 학교에 맥북을 들고 와서 프리미어 프로를 돌리고 있었...;
뭐 이러는데요.
정말 신기한 건 이 놈들에게 이런 능력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런 능력들이 있는데 다들 먹고 살 걱정에 수시, 정시 고민하면서 안 나오는 성적을 붙들고 번뇌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뭔가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지금보다는 훨씬 다변화가 되어야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뻘생각을 했구요.
5.
그 능력자들 중에 정말 웃기는 능력자 녀석이 하나 있는데요.
이 놈은 그림을 잘 그립니다.
근데 늘 사람만, 그것도 자기 주변 사람들만 그려서 선물로 주는데, 받는 사람들이 항상 화를 (진지하겐 아니고) 냅니다. ㅋㅋㅋ
이유가 뭐냐면 이 녀석 그림의 특징이 이래요
1) 무조건 못 생기게 그린다.
2) 근데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히 대상 특징이 그대로 박혀 있어서 확실하게 "닮았다".
이 녀석은 이 능력을 어떻게 살려야 이걸로 먹고 살까요. 만평? ㅋㅋㅋㅋㅋㅋ
6.
일단 컴백(?)하긴 했지만 마지막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아마 이번 연휴까진 계속 듬성듬성할 것 같구요.
예기치 못하게 연말 시즌(??)을 느슨~하게 보내게 됐지만 암튼 듀게 지박령 생활은 계속될 겁니다. ㅋㅋ
다들 이제 열흘 남은 연말 건강하게, 훈훈하게 마무리하시길 빌며.
오늘의 뻘곡(?)입니다.
나온 그 시절에도 좋아했고 지금도 종종 듣고 그래요.
정말 딱 그 시절 갬성 가득한, 요즘엔 나올 리가 없는 스타일의 곡인데요. 역시 그래도 젊을 때 갬성이라 그런지 지금 들어도 좋게 들리네요.
멜로디와 전혀 안 어울리는 중간의 벌스(맞나요 ㅋㅋ) 마저도 정겹고 좋습니다. 하하.
2023.12.21 00:08
2023.12.21 20:53
뭐 100% 장담이란 건 인생에 없다지만 대단히 높은 확률로 제가 떠나가기 전에 듀게가 없어질 겁니다. ㅋㅋ
본문에도 적었지만 아마 연휴 까지는 뜸할 듯 싶구요. 하지만 눈팅하고 댓글 다는 정도는 충분!!
역시 오펜하이머는 전혀 안 땡깁니다만!! 또 듣보 B급 영화들 글부터 올리겠죠. ㅋㅋ
2023.12.22 15:54
아 아까 다른 영화 소개글 쓰면서 생각난 건데, 지금 넷플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공개중이고, 디즈니 플러스 아직 구독중이시라면... 27일 가렛 애드워즈의 크리에이터가 공개예정이니 그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ㅎㅎ;
2023.12.21 09:05
앞으로 현생에 매진하실 때는 공지를...(?) ㅋㅋㅋㅋ
아이들이 취미에 눈떠가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발견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렇게 다들 자아계발을 해나가는 것인지...
2023.12.21 20:55
그렇게 적으시니 평소엔 현생을 포기한 것 같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사실 폭이 대단히 넓진 않지만 옛날(그러니까 제 시절)에 비해선 그래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합니다. 또 실제로 다양하게 해 보기도 하구요. 그 중에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밥벌이' 축에 속하는 게 별로 없을 뿐(...)
2023.12.21 09:54
보람차게 잘 지내고 계셨군요! 막상 따져보면 하루에 글 하나일 뿐인데 그래도 배티님 바낭글이 없으면 뭔가 그날 루틴(?)을 다 끝내지 못한 것 같고 유독 듀게가 더 허전한 것 같고 그랬었네요. ㅎㅎ
아무튼 작년처럼 어디 다치시거나 그랬던 게 아니라서 다행이고 한파 몰아치는데 얼마 남지않은 올해 건강하게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6. 이 노래는 분명 저도 당시 라디오나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던 걸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째서 가수, 노래 제목을 이번에 처음 알았을까요? 신기하네요 ㅋ
2023.12.21 21:18
따지고 보면 제 글 하나씩 더 얹어봐야 5일간 글 다섯 개 늘어날 뿐이니 사실 리젠에도 큰 보탬 안 되고... ㅋㅋㅋㅋ 하지만 저도 그 하찮은 글 하나 안 남기니 매일 잠자리에 들 때마다 뭔가 허전하더라구요. 역시 잉여는 잉여질을 하고 살아야!!
이 노래로 말할 것 같으면... 혹시 이 노랜 기억하시려나요.
소호대 1집에 있던 이 발라드를 댄스 버전으로 바꾼 게 본문에 있는 곡인데.
둘 중에서 그나마 더 인지도 있었던 게 이 곡이에요. 분위기는 180도 다르지만 후렴구의 가사와 멜로디는 같으니 혹시 이걸 기억하시는 걸지도.
2023.12.21 10:27
앞으로 패턴을 깰 때는 신중해 주세요....ㅋㅋㅋ
아마도 학기말 기본업무에 행사준비 사서고생프로젝트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자꾸 이상했습니다. 현실의 저는 다들 무신경, 무뚝뚝이라고 지탄하는 인물인데 말입니다. 이것도 늘금의 증거인가.ㅋ 게시판사용 내공 부족으로 낙제하겠습니다.
학생들 수업 시간에 보여 주는 모습과 다른 숨겨진 면을 보게 되면 신통하고 교사도 힘을 더 받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눈이 더 떠지는 느낌도 들고요. 저도 경험이 좀 있습니다.
연말을 보람차게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도 잘 하시길!!
2023.12.21 23:12
안 그래도 이틀째 쯤엔 글 하나 남길까... 하다가 뭔가 유난 같아서 그냥 넘겼거든요. 근데 그게 닷새를 넘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ㅋㅋ
그리고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게시판 지박령 생활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으하하.
보람차다면 보람차고 뻘하다면 뻘한 연말이지만 아무튼 재미는 있으니 보람찬 걸로 정신 승리 중입니다! thoma님도 늘 건강하시길!!!
2023.12.21 11:24
2023.12.21 23:14
범인 몽타주. ㅋㅋㅋㅋㅋㅋㅋ 딱이긴 하네요. 정말로 웃었습니다.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sns와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집에서 뭔가 가벼운 수준으로는 깨작깨작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게 커 보이구요. 분명히 좋은 점... 이긴 한데 그걸 밥벌이든, 일생 취미든 그런 레벨까지 키울 수 있는 환경까진 아닌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네요.
2023.12.21 11:45
3. 로이배티님 글을 보고 네이버 검색했더니 캐릭터 눈집게 종류가 엄청 많아졌네요.. (물론 라이센스는 X나 줘버려 겠지만..)
하트랑 수류탄 트리모양 별게 다 나와있네요 ㅋ
근데 서울에서 눈집게 사용할수있을만큼 많이 오는 날이 몇일이나 될런지 ㅎㅎ
2023.12.21 23:15
네 저도 바로 어제까지 오리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들이 진짜 다양한 걸 들고 다니더라구요. 요즘 초딩들에게 인기 최고인 산리오의 비중이 가장 높은데... 생각해보니 라이센스 정식 취득한 업체가 많을 것 같진 않네요. 정식 라이센스라면 아무리 허접한 물건이어도 6천원에 팔 것 같진 않...
2023.12.21 15:24
99년이면 저도 나름 가요 듣던 시절인데 어째 초면이네요 뭐지...
5번 친구는 못생기게 그리는 나잇대를 벗어나면(뭐든 비뚫어지고 싶은 게 십대니까요) 능력을 써먹을 데는 많을 겁니다 꼭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관찰력과 기억력, 상황판단력, 눈썰미가 뛰어나다는 거니까요 그런 건 인간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큰 자산이죠
2023.12.21 23:17
히트곡 소리 들을 근처까지 못 가고 흘러간 노래이긴 합니다. 대부분 소호대 하면 '야!' 하나만 떠오르거나 뭔가 더 떠올라도 위에 올려 놓은 '뭐를 잘못한 거니' 정도? 그나마 '뭐를 잘못한 거니'도 초대 보컬 에스더의 솔로 데뷔곡으로 더 많이 알더라구요. ㅋㅋ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평소에 늘 허허실실 캐릭터라 그런 생각을 못 해봤는데 눈썰미가 좋고 예리한 거였네요. 허허. 의외입니다!
2023.12.22 20:10
얼마 전 EBS에서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한 어른도감이 생각나기도 하고...(다들 장래희망을 현실에 치인걸로 적어내서 저까지 안쓰럽더군요)
이제, 게임과 영화리뷰 올리실 차례인가요...? ㅎㅎ 로이배티님은 별로이시지만 놀란의 오펜하이머도 얼마 전 VOD공개되었고, 넷플 한국시리즈도 좀 나왔는데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