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9 16:01
1차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다룬 책 중 손꼽히는 명작이죠. 저도 학생시절 읽었는데 똑같이 참혹한 현실을 다루더라도 결국 마지막엔 승리를 거두는 연합군, 미군입장의 영화 등에만 익숙했다가 여러가지로 충격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여지를 많이 안겨줬었던 기억이 납니다.
30년, 79년작 영화판이 둘다 나름 명작으로 유명한데 너무 고전작은 손이 잘 안가는 편이라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이번에 넷플 오리지널로 다시 만들어졌고 그런 사실도 몰랐었는데 어제 올라왔길래 바로 감상했습니다.
굳이 원작 내용을 몰라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그냥 철없고 순진했던 소년이 '조국의 영광'을 위해서라는 허황된 슬로건에 이끌려 멋모르고 입대했다가 그야말로 생지옥을 맛본게 되는 것이죠. 책을 읽은 지가 하도 오래되서 원작내용을 충실하게 옮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심을 관통하는 당연한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합니다. "늙은 지도자, 정치인들의 욕망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무참히 희생된다." 특히 이걸 강조하기 위해서 각색으로 강조한 작중 최악의 빌런 포지션의 캐릭터가 있는게 특히 엔딩을 앞두고 이 작자가 벌이는 일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영화속으로 뛰어들어가서 찢어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네요;;
어쨌든 2시간 20여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가는지 모를만큼 몰입감 뛰어난 전쟁영화가 하나 나왔다고 해야겠네요. 전투씬이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중요한 포인트마다 확실한 임팩트를 전해주도록 연출되었습니다. 끔찍함의 강도로 따지면 제가 보기엔 그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퀀스와 엇비슷하거나 더 심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고향친구들로 구성된 전우들과 전장에 투입되서 친해지는 선임들과의 관계도 잘 그려내면서 비극성이 강조됐구요.
몇번을 봐도 똑같지만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반전의 메시지를 또 느껴보시고 싶은 분들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하겠습니다.
2022.10.29 18:09
2022.10.29 19:37
저도 기억나는 건 마지막의 그 허무함 뿐이었는데 보다보니 조금씩 되살아나더라구요.
2022.10.29 19:10
레마르크의 소설들은 제가 중고생일 때 '데미안' 정도는 아니라도 청소년기에 읽어야 할 세계문학이었는데 요즘은 예전만큼 인지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과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특히 '개선문'은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그랬고요. '개선문'의 우울함, 낭만적인 비극성 같은 게 읽을 당시의 시기에 마음을 흔들던 면이 있었네요.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올라온 것은 알았지만 손이 안 갔는데 올리신 글을 보니 괜찮은 작품인 것 같아 궁금해졌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2022.10.29 19:39
확실히 그랬었죠. 저는 전쟁물에 관심을 많이 가지던 시기에 마침 알게되서 바로 손이갔던 것 같습니다. 원작의 힘이 있으니 중간은 가겠지 싶어서 감상했는데 몰입감이 엄청나더라구요.
2022.10.29 19:29
2022.10.29 19:41
고전영화는 여전히 괜히 부담스러워요 ㅋㅋ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뽕이 차오르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보고나면 씁쓸한 뒷맛만 남기 때문에 전쟁물을 별로 즐기시지 않는다면 굳이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고 적으려고 보니 기억나는 건 마지막 장면밖에 없네요. 그래도 넷플에 뜨자 마자 일단 시청목록에 넣어놨습니다. 그 전에 1970년대 작 영화가 올라왔길래 보려고 하였으나, 너무 옛날 영화 티가 폴폴 나서 차마 시작하질 못했습니다.
레마르크의 작품은 '서부전선 이상없다' 보다는 '개선문'이 더욱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문제 되는 대리수술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