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중에 외국친구에게 추천할 한국영화 글을 보고 댓글로 달려다가 글이 길어질거 같아 이렇게 본글로 올려요.


1. 장화홍련


일단 장화홍련은 정말 다들 '저게 뭐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처음 같이 본 캐나다인 친구는 보는 내내 시큰둥하다가 문근영씨가 악 하고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 그냥 허탈 웃음을 짓더군요.

뭔가 요상한 B급호러 영화를 기대했다가 이 영화가  영화내내 작정하고 고급스러운 척해서 맘에 안들다가 그 장면을 보고 드디어 찾던걸 발견한 기분으로 웃었나 했더니

하는말이 연기를 정말 못하내...해서 저는 화가 났었더랬지요.


그 후 호주인 친구들이랑 호주 티비에서 하는걸 같이 봤는데 (호주에 이민자들을 위한 방송국이 있는데 영어아닌 다른 언어로 된 영화들을 밤에 주로 보여준답니다.)

한 명은 보다가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다른 한명은 이해를 못하더군요. 하긴 생각해보니 저도 첨 보고 내용을 다 이해를 못했었다는게 기억이 났습니다.


2. 8월의 크리스마스

이건 한국영화의 보석같은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수용이더군요.

지금껏 이걸 보여준 서양인 친구들중에 단 한사람도 감동한 사람을 못봤고 다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분위기라서....

하긴 저도 20여년 가까이 지나서 지금 다시 보니 영화가 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이먹으면서 점점 촌스러워지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딱 90년대 중반의 그 느낌이 나서 그래도 저한테는 좋은 기억이었다고나 할까.


3. 주먹이 운다.

정말 몰입해서들 보더군요. 특히 류승범보고 정말 연기잘한다고...다만 최민식 파트는 좀 이해를 못하더군요. 특히 어버이날 교단에서 횡설수설하던 장면 같은 경우는.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국은 참 영화도 잘만들고 배우들이 연기도 잘 하네 하는 말을 듣고 어깨가 좀 으쓱...(난 영화인도 아닌데 내가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4. 추격자.

아무리 나홍진 감독에 대한 소문이 안좋아도 이 사람은 영화를 잘 만드는게 분명해요.

제 친구중 스릴러나 잔혹한 영화는 못보는 분이 있는데 디텍티브 스토리도 오직 안전한 영국 아가사 크리스티 류나 '미드섬머 머더 '같은 류만 보는 지라.

그런데 이 추격자를 티비에서 하더군요. 정말 재밌다는 저의 꼬임에 보면서 서영희씨가 도망치는 장면에서 같이 환호하고 그 망치 장면에서 입을 벌리며 망연자실 넋을 놓더군요.

중간중간 커머셜 브레이크에 이거 너무 잔인해서 너는 보면 오늘밤 악몽을 꿀거라고 티비끄자고 했지만 도저히 궁금해서 안되겠다며 끝까지 보더군요.

다 보고나서는 'Harrowing' 'upset'같은 단어를 밤새 내내 부들부들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이 영화는 걸작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5. 시

뭐 이창동 감독정도면 저희 같은 사람의 평가가 필요없는 거장이라지만 '오아시스'같은 경우 제 친구는 보다가 끄더군요. 도저히 성추행 장면을 견딜수가 없고 그 후로 설경구나 문소리씨가 아무 서로 살갑게 굴어도 용남이 안되나봐요. 하지만 이 '시'는 거진 첫장면부터 끝장면까지 몰입도 120% 더군요. 특히 윤정희씨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더군요. 곱게 늙어가는 할머니들이 서구 사회에 많다보니 이해가 잘 가나봐요. 또한 성범죄, 부모자식간의 관계들이 문화가 다른 이 곳에서도 잘 이해가 되더군요. 전 윤정희씨 연기가 톤이 좀 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친구들이 그걸 알리는 없을거구. 보고 나서도 그 날 내내 이 영화 이야기를 하던 거 보면 정말 잘 본게 분명한거 같아요.


6. 마더/ 살인의 추억

이 두영화도 정말 좋아하더군요. 같이 본 친구중 하나가 '김혜자'씨보고 이사람 한국에서 연기의 신/메릴 스트립 레벨의 거장이지? 하고 물어보는 거 보고 저런 연기면 세계 어디가든 다 통하는구나 싶더군요. 특히 마지막 장면을 정말 좋아하던데, 이 사람들이 버스에서 춤추는 것의 사회적 콘텍스트를 이해할리가 없을테고 그냥 음악과 햇빛과 어딘가 꿈같은 분위기가 아름답고 슬프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 쌍화점(조인성보고 저리 예쁜 사람이 있다니...하는 감탄사 연발), 그녀를 믿지 마세요(코메디가 보통 언어차이때문에 잘 안먹히는데 이 상황극은 정말 낄낄 거리며 잘 보더군요. 특히 김하늘 보고 코메디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고 하더군요.), 집으로, 공동경비구역JSA, 실미도 등은 정말 잘 먹혔습니다.


근데 웬만하면 로맨스 장르는 선택에 조심하심이...서구권에서의 관습과 한국적 로맨스의 고백못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앓는 상황은 안맞아요. 한예로 봐도 '빌리지'에서 초반에 여주인공의 시스터가 남주에게 고백하고 차이고 며칠 울다가 바로 아무일 없었다는 등 훌훌터는게 여기선 보통인지라. 이런 맥락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재네 뭐하는 시츄에이션이메? 하는 것밖에 안될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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