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3 00:35
2~3년 전 쯤에 지금 쓰는 번호로 휴대폰 번호를 바꾸었어요.
그런데 이게 이전에 누가 사용하던 번호였던거지요.
초기에 전 번호 주인과 관련한 문자, 전화가 쇄도했을땐, 번호 바뀐지 얼마 안됐으니 그럴수도 있지~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이게 날이 가도 변함이 없이 너무 심한거예요.
은행, 학자금 대출, 학교, 동문회, 인터넷 쇼핑몰 주문, 배송내역 등등.
개인정보란의 휴대폰번호를 바꾸지 않았는지 관련 연락과 정보가 계속 제게로 와서,
전 번호 주인의 이름, 나이, 사는 곳은 물론, 그는 ROTC 출신이고 지금은 모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매우 상세한 개인정보까지 속속 알게 되었죠.
또 어찌나 발이 넓고 친구들이 많으셨는지 절 찾는 연락보다는 이 전 주인을 찾는 문자나 전화가 훨씬 많은 상황이었어요.-0-
매일매일 '번호 주인 바뀌었어요...'라는 답장을 보내고 전화를 받으면 '엇???00 폰 아니에요??'라는 소리를 듣는 일의 반복반복....
그 중에 또 언젠가는
'00삼촌인데, 잘있냐?!!보고싶다!!'하며 안부를 묻는 정이 가득 담긴 문자를 받은 적이 있어요.
언제나 처럼-_-'번호 주인 바뀌었어요...'하고 답장을 보냈는데
보내자마자 전화가 왔어요.
번호 바뀌었다는 말이 농담인줄 아시더라구요. 그리고 되게 실망한 목소리로 정말 번호가 바뀐거냐, 언제 바뀐거냐를 몇번이나 묻고 끊으셨죠.
풀 죽은 목소리가 가슴이 아팠어요;;
저도 스트레스지만 계속 중요한 정보가 담긴 문자가 저한테 오니까 이걸 우짜지 하고 있다가 그제서야 싸이월드가 생각났어요.
자연스레 얻은 전 번호주인의 개인정보로 싸이월드 사람찾기를 해보니 딱!
대문짝만한 ROTC 장교증명사진??을 메인으로 걸어둔 홈페이지를 찾아내었고(결국 전 쌩판 모르는 남의 얼굴이며 갖은 개인정보까지 다 알게 된 셈.._-_)
이름도 특이한 편이라 이 사람이구나!!! 싶어 바로 쪽지를 보냈어요.
모모모 번호를 내가 쓰게 되었는데 님 이런이런 정보가 내게로 다 흘러들어온다, 친구들 연락도 매일 온다;_; 제발 정리를 해주십사하는 내용으로요.
그리고 아주 정중하게 답장도 왔어요. 그거 내가 맞다 죄송하다 어서 정리하겠다 하구요.
쬐-금 나아지나 했어요.
그리고 익숙해져서-_- 이 사람 관련해서 오는 문자는 스팸처리하고 모르는 번호는 안받는 식으로 해서 견뎌내었어요.
근데 몇 달 전에 스마트폰으로 휴대폰을 바꾸고 카카오톡을 설치하니까 또 이 쪽으로 이 전 주인 친구분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해요...
카카오스토리 막 초대하고...
전 주인 친구:오~ 잘지내냐?
나:누구세요
전 주인 친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주인 친구:?
전 주인 친구:00 핸드폰 아닌가요?
나:아닌데요
전 주인 친구:아........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카톡을 했어요.
그리고 여전히 전 주인을 찾는 친구의 전화가 와서 며칠 전엔 바쁜 와중에 전화받고 열받아서 버럭;;
번호 바뀐지 2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친구들 연락이 이쪽으로 온다고, 제발 주위 사람들한테 좀 알려달라고 부탁도 했구요.
최근에 제일 분노가 치민건
갑자기 이 사람 체크카드 사용내역 알림문자가 다 제게로 온다는 거예요.
아 편의점이고 약국이고 이마트고 하루에 몇 번이고 이 사람의 행동반경과 생활패턴을 알려주는 내역이-_- 문자로 띠링띠링 와서
카드사에 직접 전화해서 또 '번호 주인 바뀌었어요...'하며 상황을 설명했구요.
지금 거의 3년이 되어가는데도 이 지경이니 이 사람 일부로 이러나 (그럴리 없겠지만) 생각도 들고
왜 도대체가 왜... 개인정보가 이렇게 흐르는게 불안하지도 않은건지.
왜 왜 어째서 왜... 그 많은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번호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건지.
잠적하고 싶었던건지.
2~3년간 연락없는 친구에게 이제와서 또 반갑게 카톡하고 전화하는 친구들은 뭔지.
번호 바꿨다가 이렇게 시달릴줄은 몰랐어요.
이런 일 흔히 있는 건 아니죠?..ㅠ0ㅠ
너무 스트레스 받네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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