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3 23:45
- 요것도 2001년입니다. 이때가 한국 영화 멜로 전성기였나봐요. ㅋㅋ 런닝타임은 101분. 스포일러 있어요.
- 근데 한 말씀 더. 이 영화에 대해 좋은 기억 갖고 계신 분들은 이 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읽지 말아주세요. 글 내용이 좀 험악합니다. 맘 상하실 수도 있어요. ㅋㅋㅋ
('유니텔 go번지점프'라니. 영화 내용을 생각할 때 무시무시하군요?)
- 1983년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데 길 가던 이병헌의 우산 안으로 생전 처음 보는 이은주가 뛰어들어와요. 버스 정류장까지 씌워달라네요. 우리 병헌씨는 의외로 쑥맥이어서 그러고 말 없이 헤어진 후 상사병이 나... 려는 찰나에 대학 캠퍼스에서 재회를 하죠. 무작정 이은주의 수업 청강도 하고, 무작정 이은주네 과 엠티도 따라가고. 그러면서 정작 말은 안 걸고? ㅋㅋ 암튼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합니다만. 이병헌이 군에 입대하던 날, 약속한 배웅 장소에 이은주는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끊겨요. 그대로 시간은 2000년으로 점프.
...뭐 더 설명하기도 그렇네요. 2000년의 이병헌은 결혼해서 애도 키우며 고등학교 국어 선생을 하고 있구요. 자기가 담임 맡은 반의 여현수 학생에게서 이은주의 흔적을 느끼며 매우 격렬하게 빠져들어가고 뭐 그런...
(근데 유독 한국 멜로들이 비 내리는 장면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건 그냥 제 생각일까요. 이게 다 소나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하고...)
- 초반 30여분은 80년대 = 이은주의 시대. 나머지 한 시간 정도는 2000년으로 여현수의 시대. 내용이 이렇게 깔끔하게 딱 잘라집니다.
일단 시작이 썩 괜찮아요. 이 영화의 80년대 대학생들은 '동감'이 그린 비슷한 시기 대학생들보다 훨씬 그 시절 대학생 같습니다. 하고 노는 것도 훨씬 그 시절 사람들 같구요. 이범수가 계속해서 듣기 좀 거북하고 하나도 안 웃기는 드립들을 쳐대지만 그마저도 시절을 생각하면 리얼리티고 그렇죠 뭐. 그 시절 실제 터프가이(?)들은 당연히 그보다 더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의 연애는 뭐... 되게 전형적인 한국식 로맨스 클리셰 모음집이에요. 특히나 둘이 한 번 하러(...) 들어간 여관에서 벌어지는 일들 같은 걸 보면 참으로 순진무구한 것이 씨익 웃음이 나올 정도. 그냥 클리셰 다음에 클리셰 나오고 그 다음엔 클리셰가 나오는 식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그냥 보기 좋고 괜찮습니다. 이병헌도 잘 하고 이은주 참 매력적이구요. 어차피 진지한 드라마랄 것 없이 밝고 예쁘고 애틋하기만 하면 되는 파트이고 그걸 잘 해놨네요.
(히로인 여현수씨... 좌측의 안경남이 남궁민이더라구요? 허헐. ㅋㅋㅋㅋ)
- 문제는 런닝타임의 2/3를 차지하는 본편, 서기 2000년의 현재 파트인데요. 이게 좀 난감합니다.
앞서 말 했듯이 과거 파트는 딱히 드라마도 없고 걍 둘이 예쁜 사랑 하는 것만 보여주면 되니까, 전개가 좀 튀거나 무리수 같은 게 나와도 허허 웃으며 아무 문제 없이 볼 수 있는데. 후반부는 그렇지가 않잖습니까. 평생 이성애자로 살던, 가정 꾸리고 애까지 키우던 아저씨가 갑작스레 남자에게, 그것도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대책 없이 빠져들고. 마찬가지로 그 시점까지 좋아하는 어여쁜 여학생까지 있던 이성애자 학생이 그런 담임의 부담스런 러브러브 어택 속에서 강력한 끌림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게 어지간해서야 설득이 될 상황입니까.
근데 영화가 관객 설득에 신경을 안 써요. 이병헌은 진짜 하찮은 단서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제자에게 퐁당 빠져 버리고. 학생놈 역시 바로 받아들이진 않지만 처음부터 뭔가 끌리는 반응을 계속해서 보이다 나중엔 그냥 한 방에 넘어갑니다. 이걸 그나마 말이 되게 설명할 방법이 딱 하나가 있는데, 그게 뭐냐면 '이게 운명이다'라는 거죠. 그리고 이 영화는 정말로 여기에 올인을 합니다.
(이게 뭔지, 왜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운명이라구욧!!!)
- 뭐 운명적인 사랑 좋습니다. 올인, 몰빵도 좋아요. 문제는 모든걸 '운명' 탓으로 돌리면서 주인공이 저지르는 짓들이 완전히 선을 넘어서 몰입을 깬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초반에 나름 시간을 좀 들여서 이병헌이 얼마나 좋은 교사인지 설명을 해요. 근데 그래 놓고 '운명' 크리가 작동하고 나면 이 양반이 하는 짓은 그냥 범죄자입니다. ㅋㅋ 여현수 여자 친구인 홍수현에게 질투를 해서 수업 시간에 일부러 괴롭히죠. 평소에도 늘 집착해서 전교생들 다 눈치 채도록 따라다니고 바라보고 자꾸 이상한 태도로 대하구요. 아니 운명적인 사랑이고 뭐고 다 좋은데, 그걸로 본인 직업 의식 다 내다 버리고 난동 부리는 게 합리화가 됩니까. 너무 격하게 민폐이고, 특히 이병헌이 여현수에게 하는 짓은 거의 요즘 개념으로 그루밍 성폭력급입니다. 뉴질랜드 가기 전에 긴급 체포되어 감옥에 가야할 사람이에요. 거기서 안전하게 계속 운명적 사랑 하시등가 말등가.
이걸로 끝도 아니죠. 마지막에 참으로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번지 하시던데. 대체 와이프랑 딸래미는 무슨 죄랍니까. 게다가 이병헌 이놈은 중간에 자기가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증명해 보려고 싫다는 와이프한테 성폭력까지 행사하시구요. 정말 마지막에 따져 묻는 와이프에겐 '한 사람만 사랑한거야' 드립을 날리시네요. 그게 본인이 결혼해서 애 만들고 같이 사는 파트너에게 할 말입니까. 아주 그냥 지가 우주의 중심이고 자기만 힘들죠. ㅋㅋㅋ
원탑 주인공이 계속 이런 식이니 이놈(들?)이 하는 운명적 사랑인지 뭔지에 호감이 안 갑니다. 그냥 순수한 민폐 덩어리라는 느낌만.
(그루밍, 혹은 가스라이팅의 현장.)
-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사실 이건 영화 입장(?)에선 좀 억울한 얘깁니다만. 이게 2022년에 보기엔 좀 너무 많이 시대에 뒤떨어진 게 있어요.
대표적인 게 이 영화의 '동성애' 논란이죠. 그러니까 결국엔 이게 남자 둘이 사랑하는 이성애 러브 스토리인 거거든요. 이것 자체는 뭐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당시 동성애자들 보기엔 참으로 기가 찼겠지만 뭐 이런 이야기 만들어 볼 수도 있죠. 근데 영화가 '이건 동성애가 아니다'라는 걸 스스로 너무 강력하게 외쳐요. ㅋㅋ 이병헌이 정신과 찾아가서 "넌 이성을 좋아하는 '정상' 상태다"라는 말을 듣고 오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 점프 장면에서 드립이랍시고 '다음 생에 둘 다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 ㅋㅋ' 이런 대사 넣는 것도 그렇구요. 결정적으로 여현수가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 후의 연출이 그렇습니다. 당연히 여현수여야 하는 장면을 이은주가 대신한다거나, 아님 중요하고 '로맨틱'한 대화 장면을 그냥 이병헌 얼굴만 잡아 버리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남자 둘이 나오는 그림을 최대한 억제해 버리더라구요. 아니 이럴 거면 왜 이런 소재를 택한 건데. ㅋㅋㅋㅋ
(걍 전생 기억의 부활이라면 좋아하던 사람에 대한 감정 정돈 남아 있어야죠. 환생이 아니라 귀신 이야기 같았습니다. 이은주의 귀신이 씐 거죠. ㅠㅜ)
-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평소 제 스타일과 다르게 너무 격하게 까대버렸는데요. 하하(...)
사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꽤 괜찮습니다. 깔끔한 영상에 배우들 연기도 좋고 이야기도 나름 아이디어는 (당시 기준) 파격적이면서 신선하고 그래요.
이야기 측면에서 지나치게 '운명적 사랑'에 집착하며 디테일에 소홀한 느낌이지만 그게 또 그 시절 감성으론 괜찮았을 거에요. 또 막판에 가면 '아 이 장면에서 많이들 울었겠다' 싶은 잘 뽑아낸 멜로 장면들도 있구요. 그러니 그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영화로 남고 그랬겠죠.
결정적으로 제가 깐 내용들을 보시면 2022년 사고 방식으로 2001년 영화 내용에 태클을 거는 부분들이 많아서 사실 좀 쓸 데 없거나 과한 트집들이 많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문제는 제가 2001년에 이걸 안 봤다는 겁니다. ㅋㅋ 이번에 처음 봤어요. 그러다보니 그냥 2022년 기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구요. 그리고 그 기준으로 볼 때 이 영화의 이야기는 너무 문제가 많아요. 나이를 예쁘게 못 먹은 이야기...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암튼 그래서 결론은, 이 영화 좋아하는 분들 이 글 읽고 너무 맘 상하지 마시구요. 그냥 맨날 피칠갑 호러만 보던 놈이 갑자기 로맨스를 여럿 달려서 과부하가 왔구나... 라고 양해해주세요. 하하.
어쨌든 뭐, 끝입니다. 이젠 정말 당분간 로맨스는 안 보는 걸로!!!
+ 위에서 이미 한참 욕하긴 했지만 갑자기 하나가 더 떠오르네요. 아니 마지막에 점프는 대체 왜 하는 거에요? 그렇게 운명이면 둘이 열심히 잘 살아 보시든가. 정 이번 생은 망했다 싶으면 혼자 죽든가 할 것이지 왜 앞날 창창한 18세 남자애를 데리고 뜁니까. 이번 판은 나가리니까 얼른 접고 다음 판을 기대하자는 겁니까. 왜 인생을 그렇게 삽니까?
++ 이 시절의 전미선씨는 자꾸만 주인공의 망한 연애/결혼 상대역으로 나오시는군요. ㅠㅜ 그리고 이 분과 함께 이은주씨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구요. 것 참...
(사실 이 장면에서 저 옆에 보이는 물건들 다 집어 던지고 부수며 난리를 쳐도 시원치 않았을 상황이죠.)
+++ 작년에 이 영화를 시리즈화 하려고 캐스팅까지 마치고 아주 구체적으로 진행을 하다가 막판에 엎은 일이 있었군요. 뭐 그러려니... 했는데 이유가 좀 웃겨요. 원래 각본 쓰신 분께서 '그 얘길 지금 다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데. 그 이유가 그 분이 그동안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셔서라고...;
++++ 아. 그러고보니 그 시절에 유행했던 전설의 '숟가락, 젓가락 ㄷ, ㅅ, 받침' 드립이 이 영화 때문이었다는 걸 오랜만에 깨달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 그 얘길 하길래 왜 그러는데? 라고 물어봤더니 영화에서 나왔는데 답이 없었다고. ㅋㅋㅋ
(대체로 다들, 이병헌까지도 꽤 83년도 같은데 이은주의 스타일링은 계속 좀 튀더군요.)
2022.10.04 00:13
2022.10.04 00:42
아마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말씀이겠죠. 들국화 버전은 옛날에 종종 들었는데. 이 영화 수록 버전을 김연우가 불렀다는 건 이번에 알았네요. ㅋㅋ 맞아요 노래는 좋습니다.
+ 근데 어쩌다 이광조 버전까지 듣고 있는데. 이건 너무 퀸이네요. ㅋㅋㅋ 원래 이런 곡이었던 거군요.
2022.10.04 01:12
제가 故 이은주 배우님 열성팬이기도 했지만 팬심 제외하고도 당시 갬성으로 좋게 기억하고 있는 영화이긴 한데요. 안그래도 언급하신 그 시리즈화 계획 무산 때문에 작년에 소셜 미디어에서 언급이 좀 됐던 것도 있고 대충 지금 보면 어떤 맥락에서 비판하실지 예상이 됐는데 가뜩이나 이번에 첫감상이시라니 더 그럴 것 같았고 역시 글을 보니 저도 끄덕끄덕하게 되는 ㅋㅋ
안그래도 최근 배티님의 밀레니엄 갬성 한국 로맨스 영화 시리즈 때문에 이 작품도 생각이 났었는데 재감상 해볼까 하다가 그냥 추억에만 남겨둘까 합니다. 애초에 '로맨틱한 분위기, 성공적' 이 사람 나오는 작품은 최근에 다 거르고 있기도 하거든요 ㅎ 그래도 오! 수정이나 주홍글씨처럼 다신 눈도 마주치고 싶지않은 그런 정도는 아니라서 결국 언젠가는 재감상을 시도해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진짜 이 시기에 한국 로맨스 영화 많이 나왔었네요. 요즘도 안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짱짱한 스타배우들 기용해서 여러 감독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나름 우리나라만의 갬성과 느낌의 영역을 개척했었던 것이 아닌가 새삼 돌이켜보게 되네요. 배티님 덕분에 ㅋㅋ
2022.10.04 09:06
네,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다면 굳이 확인하진 않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특히나 LadyBird님은 평소 글 적으시던 걸 생각하면 저보다 더 혈압 오르실 가능성이... ㅋㅋ
이싼타님은 그 사건으로 이미지가 영 그렇죠. 그래도 사건상으론 피해자였던 데다가 범죄는 아니고 또 뭣보다 각본 고르는 눈과 연기력이 녹슬지 않아서 승승장구 하시는 게 주진모씨와 많이 비교되는(...)
아무래도 '접속'의 대박 영향도 있었겠고. 또 로맨스란 게 스타 캐스팅 외엔 제작비가 덜 들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액션, 스릴러 이런 거랑 다르게 '방화' 시절에도 꾸준히 제작되어 온 전통도 있구요. 여러모로 그 시절 한국 영화판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르였던 것 같아요. 말씀대로 감독들이 로맨스 장르를 갖고 자기들 하고픈 걸 이리저리 실험하며 역량 쌓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본 것 말고도 흥행작들 많았죠. 조폭 멜로 '약속'이라든가 시한부 멜로 '편지'라든가 심령 멜로(...) '고스트 맘마' 등등.
2022.10.04 01:30
저한테 이 영화는 이병헌이 전여친의 유령과 공모해서 고딩을 가스라이팅해 살해하는 사이코 스릴러 호러였습니다.
십수년간 멀쩡히 잘 살아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생전 듣도보도 못한 여자 귀신이 나타나서 내가 네 전생이니까 이제부터 내가 네 삶을 'SNATCH'하겠다-라고 하는 상황... 이게 호러가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더군다나, 그 악령이 승리하는 이야기인 거죠.
그렇게 살해당한 것도 억울한데 살해당한 자신, 유족과 주변인들의 심정따위는 1도 신경안쓰고 오로지 자기네들 생각만 하는 악당 커플을 사람들이 칭송하고 있으니 죽은 애는 얼마나 더 억울하겠느냐-는게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제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일본 영화 '비밀'이 생각났네요. 과거 인물의 인격이 어린 사람한테 씌어서 현재 인격을 포맷해버린다는 이야기... 전 그 영화도 호러라고 생각했는데....
2022.10.04 09:58
이병헌은 왜 저러는지 이해는 (노력하면!) 할 수 있는데 그냥 하는 짓이 너무 깨는 경우였다면 여현수는 그냥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였죠. 현생 기억도 분명히 남아 있을 텐데 뭘 조율해 볼 생각도 없이 걍 전생 기억에 올인을 해버리니까요. 정말 귀신 들린 게 아니고서야... 라는 생각 때문에 몰입이 안 되더라구요. ㅋㅋ
'비밀'도 그 당시에 그런 얘기들 있었죠. 결말이 호러 아니냐며. ㅋㅋㅋ 근데 결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애초에 새 인격이 등장하는 순간 이미 몸 주인 인격은 사라진 거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니 마치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던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낚시질이었달까...
2022.10.04 06:12
이 영화가 나왔을때 이 영화를 보고 온 사람이 저에게 이영화를 추천했는데 당시엔 못보고 거의 20년 가까이 지나서 봤었죠. 한국 영화가 꽤나 신선하고 색다른 소재를 다뤘다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러브 판타지 영화인데 거기다가 대고 설득력이 없다고 하시면 다른 많은 판타지 영화들은 어떻해요.. ㅎㅎ
2022.10.04 10:01
제가 글을 정신 없게 적어서. ㅋㅋ 제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 부분은 판타지 부분이 아니라 인물들의 행동이니까요. 딱 봐도 주변에 끼치는 민폐가 너무나 큰데 주인공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질 못하니 '운명적 사랑'에 이입이 안 되는군.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요. 하하.
2022.10.04 08:53
이렇게 달려오신 김에, 연애소설, 바이준까지도 정리해 주셔요.~
2022.10.04 10:02
무립니다!!! ㅋㅋㅋ
'바이 준'은 제가 당시 김하늘의 비주얼을 좋아해서 찜은 해놨는데요. 영화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어서 아마 먼 훗날에나 볼 것 같아요.
2022.10.04 10:15
2022.10.04 10:55
말씀대로 이 영화 출연진 중에 다시 못 볼 분들이 많죠. 여현수씨야 뭐 잘 먹고 잘 사신다니 괜찮지만 떠나신 분들이 너무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2022.10.04 11:58
2022.10.04 13:14
댓글을 보고 생각해보니 마지막에 자살하는 이유가 현재 서로 남자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생은 글렀으니(?) 다음생에는 남녀로 다시 만나서 당당하게 이성애 연애를 하자고!!!
2022.10.04 15:34
참고로 마지막 대화에서 '둘 다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에 대한 답으로 '그래도 사랑하는 거지 뭐'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두 '캐릭터들'은 단지 서로 동성이기 때문에 자살하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그럼 왜 죽는 건데?'라는 의문이 남는다는 거. ㅋㅋ 17년만에 재회해서 가족 친구 직장 다 그렇게 화끈하게 내버리고 서로를 택했으면 둘이서 행복하게라도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캐릭터들이 아니라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관객 눈치 보느라 죽여 버린 게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을 합니다.
2022.10.04 13:53
'이건 동성애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다' 뭐 이런 해명(?)들 한동안 참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 영화도 대략 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경우죠. 뮤지컬 연출자 인터뷰를 보면 그래도 시대에 맞게 신경 쓰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ㅋㅋ
2022.10.04 12:00
개봉했을 때 애인이랑 보고 감상이 너무 달라서 싸웠던 영화네요ㅎ
정말로 애인이 환생했다고 해도 환생한 사람이 제자면 참아야 하는 거 아닌가? 최소한 호주까지 갔으면 그냥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왜 멀쩡한 애를!!! 이러고 나왔는데 애인은 무척 감동적이라고 하더라구요;; 전반부도 배우들은 좋았다고 해도 분위기가 너무 촌스러워서 재미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귀신들렸다고 하면 이해가 되네요. 호러 영화였던 거에요.
2022.10.04 13:49
구름구름님은 대략 제 편이셨군요. ㅋㅋ 맞아요 당연하죠. 최소한 마지막 여현수의 행동은 정말 귀신 들린 걸로 보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22.10.04 12:48
시놉시스만 보고 패스했던 영화인데 뮤지컬 공짜 표가 생겨서 뮤지컬로 봤네요. 로이배티님 글을 보니 뮤지컬과 스토리는 똑같은 것 같아요.
보다가 진심으로 뛰쳐나오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노래도 안 좋았어요. 보는 내내 '이게 대체 무슨 얘기지? 이해가 하나도 안되는데?'라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갑자기 미친 듯이 빠져드는 이유가 단지 대학교 때 잠깐 사귀었던 여자의 환생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니..
사진 속 남궁민은 선생님 같네요..
2022.10.04 13:56
연출자 인터뷰를 보니 시대에 맞게 고치는 과정에서 이병헌 아내 캐릭터는 삭제했다고 그러더라구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눈에 안 보이게 치운 느낌이긴 합니다만. ㅋㅋ
이병헌이나 여현수나 둘 다 너무 확신에 차서 격하게 다 내던져 버리는 식으로 행동을 하니 그 감정을 못 따라가겠더라구요. 이걸 받아들이고 못 받아들이고는 사람마다 성향 차이일 수 있겠는데. 그래도 둘 다 민폐가 너무 심해서(...)
2022.10.04 19:09
너무 전형적인 K포비아 영화라 개봉 당시에도 시놉 보고 짜증났던 기억이 나네요. 모든 걸 퀴어 코드로 풀면 이해가 됩니다. 그냥 좀 특이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동성애 설정을 끼워넣어본 거에요. 그런데 그냥 동성애 로맨스는 안 되니까 사실은 영혼은 원래는 여성이다로 몰아갑니다. 그래서 뭐 그루밍 성폭력이든 뭐든 둘이 서로 좋아하는 단계까지 갔는데 왜 죽느냐? 동성 커플이 행복하게 끝나면 안 되니까 ^^ 농담 아니고 정말로 그랬어요. 이 영화가 2001년인데 한 2010년대 초반까지도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퀴어 커플이 나와서 평범하게 행복하게 끝나는 영화가 거의 없었거든요. 박찬욱 영화 아가씨의 동성 로맨스 묘사에서 불편한 부분 지적이 더러 나오곤 해도(노출이라든지 성행위 묘사에서 카메라의 시점이라든지) 그래도 꽉 닫힌 해피엔딩에 만족해 하는 것도 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 지친 사람들의 반응인 거죠. ㅋㅋㅋ
2022.10.04 19:37
맞아요. 저 위의 어딘가 댓글에도 적었듯이 갸들이 죽었어야 할 이유는 그것 밖에 안 떠오르더라구요. 남자 둘이 부둥부둥하며 행복하게 웃는 걸로 영화 끝내면 관객들이 거북스러워할까봐. 차라리 아름답게 죽이자!!! ㅠㅜ
적어주신 내용을 읽다 보니 듀나님의 '캐롤' 리뷰가 떠오르면서 그 영화도 언젠간 챙겨봐야지... 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네이버인가에서 무료로 줄 때 받아 놓기까지 했는데 여지껏 재생을 안 하고 있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