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1 12:43
밑에 로이배티님 스크림 퀸즈 글을 보다가 간만에 또 생각이 났는데 제작당시에는 아직 무명이었거나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정도의 출연진들이었는데 나중에 유명해져서 되돌아보니 호화 캐스팅이 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죠. 그런 작품들을 몇개 생각나는대로 되짚어봤습니다.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이 분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겠네요. 텍사스 오스틴에서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주목받던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본격적으로 영화 매니아들에게 이름을 알린 출세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특히 할리우드의 차세대 청춘스타들이 많이 발굴됐습니다.
일단 이 삼인방이 제일 눈에 띄죠? 특히 매튜 맥커니히는 이 작품이 영화데뷔였는데 개성넘치는 연기와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특유의 카리스마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직접 준비한 애드립이었던 대사 "올라잇 올라잇 올라잇~"은 아직까지 써먹는 캐치프레이즈가 됐고 설립한 재단인 JKL(Just Keep Living) 역시 이 영화속 대사에서 따왔습니다.
한 때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였던 파커 포시와 감초 조연배우로 잘나갔던 아담 골드버그 역시 이 작품으로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외에도 케빈 스미스 감독의 체이싱 에이미의 히로인으로 한 때 나름 존재감이 있었던 조이 로렌 아담스와 역대급 스토너 캐릭터를 찰지게 연기하면서 역시 조연급으로 오래 활동한 로리 코크레인도 있구요.
그리고 엑스트라에 불과했지만 무려 르네 젤위거도 여기 출연했었습니다. 이쯤되면 미래를 알고 캐스팅한 건 당연히 아니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죠?
블랙 호크 다운(2001)
역시 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이완 맥그리거, 조쉬 하트넷처럼 캐스팅 당시 이미 핫했던 배우들도 있지만 이제 막 이름을 알리려던 젊은 배우들이나 오래 활동했어도 뚜렷한 대표작이 없다가 나중에 유명해지게 되는 배우들도 많이 출연했었기에 되돌아보니 초호화 캐스팅에 딱 어울립니다.
1열 왼쪽 - 톰 하디 - 지금은 설명이 필요없는 스타가 됐죠? 재밌게도 무명시절 출연했던 작품 중에 역시 전쟁물이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있었습니다.
1열 가운데 - 제레미 피븐 - 미드 앙투라지의 다혈질 에이전트 아리 골드로 에미 남우조연상을 여러해 동안 독식
1열 오른쪽 - 니콜라이 코스터-왈두 - 왕좌의 게임 제이미 라니스터
2열 왼쪽 - 휴 댄시 - 한 때 지명도가 꽤 있었죠. 최근(?) 대표작은 미드 한니발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2열 가운데 - 올랜도 블룸 - 캐스팅 당시에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곧 레골라스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되실 분이죠. 그 덕에 여기선 비중이 별로 크지 않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다음 작품들 중 킹덤 오브 헤븐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신분상승!
2열 오른쪽 - 타이 버렐 - 향후 시트콤 모던 패밀리로 잘나가시게 되죠.
3열 왼쪽 -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3열 가운데 - 에릭 바나 - 2000년대 초중반 가장 핫한 남자 주연급 배우로 각광받으셨던...
3열 오른쪽 - 요안 그리피스 - 코믹북 영화팬들에게 판타스틱 4로 기억되고 있지만 솔직히 이후 활약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프리즌 브레이크의 마혼 역으로 유명한 윌리엄 피츠너, 해리포터 시리즈의 루시어스 말포이로 유명한 제이슨 아이삭스 등도 얼굴을 비췄습니다.
스콧 필그림(2010)
비교적 최근(이라고 해봐야 벌써 12년 지났네요;;;) 작품 중에서 나름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명성에 비견될만한 지나고보니 화려했던 작품입니다. 물론 당시에도 완전히 무명이라기보다는 이미 주목받기 시작한 유망주 출연진들이긴 한데 이후에도 쭉쭉 탄력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당시에는 2000년대 중후반 할리우드 청춘/성장물의 어리버리한 너드이지만 결국 예쁜 여주랑 잘되는(...) 남주 역할을 독식하다시피했던 마이클 세라가 단연 작품 최고의 스타였는데요. 동료 출연진들과는 정반대로 이 작품이 그의 전성기 끝물이었습니다. 이후로는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배역을 더이상 맡을 수 없게됐고 성인배우로서 입지를 제대로 다지는 것에는 실패했죠.
브리 라슨,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안나 켄드릭, 오브리 플라자 등은 따로 설명이 길게 필요없을 정도로(사실 귀찮) 2010년대에 주가를 팍팍 높이며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구요. 미드 뉴스룸에서 크게 주목받고 이후로 조연급으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앨리슨 필도 나왔었습니다. 위사진 맨 오른쪽의 마크 웨버도 나름 독립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얼굴입니다.
슈퍼 히어로 삼총사!!! 크리스 에반스는 당시 이미 스타배우이긴 했지만 이렇다할 대표작도 없고 연기력에 대해 인정도 별로 못받는 그냥 미남몸짱스타에 가까웠죠. 몇년만 참으면 미국대장으로 진짜로 대박나게 되십니다. 제일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슈퍼맨 실사배우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던 브랜든 라우스도 살짝 얼굴을 비췄습니다. 이게 그나마 필모에서 괜찮은 축의 작품에 속한다는 사실.
숏 텀 12(2013)
상대적으로 위의 셋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는 많이 떨어지는 작품인데요. 주요 출연진의 향후 성공률(?)로 따지면 최고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네요.
일단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자를 무려 둘이나 배출했습니다. 라미 말렉은 이후 미스터 로봇으로 TV계의 연기파 배우로 뜨더니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신나게 에~오! 하셨죠. 브리 라슨은 그렇게 돋보이진 않던 유망주에서 이 작품 하나로 연기력을 크게 인정받으며 이후 <룸>으로 오스카 수상에 캡틴 마블까지 이어졌습니다. 레이키스 스탠필드는 최근 가장 존재감있는 젊은 흑인배우 중 한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작년엔 오스카 후보지명도 됐었죠.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북스마트 등으로 한창 쭉쭉 치고 올라가는 중인 케이틀린 디버 역시 이 작품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특히 중간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어떤 씬은 정말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시트콤 브루클린 99으로 뜨면서 최근 디즈니 엔칸토 주인공 목소리 연기도 했던 스테파니 베아트리즈도 출연했습니다. 이렇다할 대표작은 부족하지만 꾸준히 최근까지 활동중인 이 작품 남주 포지션의 존 갤러거 주니어까지 사실상 비중있는 배역으로 출연한 배우들은 다 성공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2022.11.01 13:10
2022.11.01 13:13
아차 언급하려다가 너무 많아서 깜빡했어요 ㅋㅋ 석세션 보니까 연기 얄밉게 잘하더라구요. 형처럼 영원히 회자될 히트작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형제 중 배우로서 제일 성공할 것 같습니다.
2022.11.01 13:10
(블랙호크다운 짤 설명해주신 것 잘못읽고 뻘플 썼다가 지웁니다 흑흑)
요안 그리피스도 나왔었군요!!
요안 그리피스는 영화판에서는 빛을 별로 못 본 것 같고
티비물에서 주로 활동하셨던 것 같더군요.
전 우연히 "해로우"라는 디플에 올라있는 티비시리즈에서 오랜만에 봤는데, 명석한 법의학자로 나왔고 드라마 자체도 괜찮았어요. 시즌3까지 있습니다. (의문의 홍보)
2022.11.01 13:13
3열 오른쪽이 딱 이 움짤에서 가져온 사진 맞는 것 같은데요? 저는 위아래 순으로 1, 2, 3열이라고 한 건데 뭔가 혼선이 있는 느낌.
2022.11.01 13:14
헉... 바로 다시 보니 제가 잘못 읽어서...지웠... 죄송합니다ㅠㅠ
2022.11.01 13:15
죄송하실 필요까지야 ㅎㅎ
2022.11.01 14:26
글 제목 보고 바로 떠올랐던 게 '블랙 호크 다운'이었네요. ㅋㅋ 관람 당시엔 이완 맥그리거 말곤 거의 아는 배우가 없었는데요.
스콧 필그림은 아직도 안 봤는데 조만간 봐야하지 않나 하는 기분이 들구요.
이런 류의 목록을 보면 늘 떠오르는 게 한국 드라마 '해피투게더인데. 원래도 톱스타가 몇 끼어 있어서 좀 그렇지만 거기 나온 사람들이 나중에 더 더 훨씬 격하게 떠버려서... ㅋㅋ
짤에는 한고은이 빠졌네요.
2022.11.01 15:46
해외에는 이런 케이스의 대표작으로 멍하고 혼돈스러운이 가장 많이 언급되던데 국내에서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팬 아닌 경우에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블랙 호크 다운이 제일 유명하죠 ㅎㅎ 저도 개봉 당시에는 이완 맥그리거 정도가 익숙한 얼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콧 필그림은 코믹북과 게임을 섞어놓은 것 같은 연출 때문에 초반에 좀 정신없지만 적응만 되면 아주 즐겁게 보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해피투게더가 첫 방영 당시에는 송승헌, 이병헌 정도만 탑스타였던가요? 강성연씨는 요새 뭐하시는지 궁금..
2022.11.01 16:10
저도 '과연 저 사람들이 이 드라마 후에 뜬 게 맞았던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확인해봤는데요.
김하늘은 영화 두 편 쫄딱 망하고 첫 드라마로 선택한 게 이 작품. 강성연은 '남자 셋 여자 셋' 등으로 얼굴은 알려져 있었는데 큰 인기는 없었고. 한고은은 '태양은 없다'로 얼굴만 알린 후 같은 해에 이 드라마 출연. 차태현은 이 드라마 직전에 '해바라기'로 김정은과 콤비 연기로 나름 화제를 끌었지만 여기서 전지현이랑 파트너로 나온 게 더 크게 떴죠. 전지현은 '화이트 발렌타인'과 '시월애' 사이에 이 드라마가 있구요. 마지막으로 조재현과 손현주는 이 때까진 '감초 조연' 비슷한 이미지였는데 이로부터 몇 년 후에 각각 엄청난 리즈 시절을 겪었고... 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로 떴다'는 아니어도, 이 드라마 전에 이미 탑이었던 건 송승헌, 이병헌 둘 뿐인 게 맞는 것 같아요. 하하.
2022.11.01 17:24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ㅋㅋ 확실히 대부분 꼭 이 작품 때문은 아니더라도 계기로 발판을 삼아서 잘나가게 된 것 같네요. 당시 꽤 인기였던 드라마라고 기억은 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시청률이 37.8%까지 찍었었다니 정말 대단했네요.
대충 줄거리 요약을 보니 꽤 재밌었을 느낌인데 로맨틱 불륜 한류스타와 김기덕 페르소나가 걸려서 영... 강성연씨는 찾아봤더니 피아니스트분과 결혼해서 자녀 셋 낳고 가족예능도 나오면서 잘 사시는 것 같군요. 연기활동도 이어오고 계시고
2022.11.01 20:23
2022.11.01 20:33
하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이미 경력이 십 수년에 또 당시에 활동이 엄청 활발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개성 강하고 뭔가 모를 멋짐(?) 때문에 좋아했었구요. ㅋㅋ
2022.11.01 20:12
2022.11.01 22:24
제가 구분을 잘못했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