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끌어들이려는 사람

2022.12.01 13:35

산호초2010 조회 수:660

장문의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라 안쓸까 하다가 그래도 써봐요.

저처럼 교회의 덫에 걸리실 분은 없겠지만요. 아니면 본인이 원해서 교회에 다니거나.



한마디로 자기 교회에 끌어들이려는 사람과 절연했어요.


보통은 그냥 조용히 잠수타지만(이러는게 최악의 작별이라고 생각하시죠? 어떤 사람들은

굳이 "이래~이래~너랑은 더이상 안만나"같은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지는게 서로에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같이 사귀던 애인도 아닌 지인한테

"난 이래이래 너랑 만나기 싫어졌어. 안녕"이러는게 더 별로인거 같더군요.

이제는 잠수타는 사람들 심정도 이해해요. 자기가 헤어지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화내는건

집착하는 애인들만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 사람은 이유를 말하고 정중히 작별인사를 했죠. 그것도 화가 날 지경이었어요.


자기 교회 목사 설교말씀을 길게 아침마다 보내 줄 때마다 부담스러웠어요.

그걸 정말 다 읽고 믿음으로 받아들이긴 강요당하는 기분에 마음 한구석이 정말

부담스러웠죠. "이건 아니야." 마음이 늘 무거웠는데 그 때 거절했어야 했어요. 


10월에 갑자기 나한테 선물을 보내겠다는 거에요. 부담스러웠어요. 

솔직히 안받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었죠.

뻔히 신앙서적인거 같았으니까요. 근데 그 이상이었어요.


신앙서적 뿐 아니라 비싼 차에 디저트에, 손편지까지 써서

교회행사에 꼭 참여해 달라는 거였어요. (다 갖다 버렸어요.)


10월 말에 간증 행사가 있었어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바로 그 다음날이에요.

그 간증행사에 자기 교회로 나오라는 거에요.


첨에는 "자기와 예배를 보고 싶다면 교회로 나오라"고 했어요. 앞뒤도 없이.

왜 내가 자기 교회에 와서 갑자기 예배를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었죠.

나중에 그게 큰 교회 행사라는걸 알았지만요.


그런데 저는 죽을만큼 아팠어요. 코로나는 아니지만 몸도 가누지 못하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심한 기관지염때문에 정신없이 목에 달라붙은 가래를 뱉어내고 있었죠.

코로나가 아니라도 심한 감기인건 분명했어요.


"굉장히 심하게 아파서" 도저히 못가겠다고 말했어요.

정말 놀란건 "조금이라도 몸이 괜찮아지면 교회로 오라"고 말했을 때였어요.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 같더군요. 


심하게 아프다는걸 믿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거 같았어요.

어떻게든 자기 교회 행사가 더 중요했던거죠.



확실히 절연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건 이태원 참사(윤석열 학살)이 더 맞겠지만

그 일 있고 나서 설교 말씀에 개소리를 잔뜩 써서 보냈더군요.


설교말씀인즉  "우리는 세상과 구별된, 하늘에 우리의 완전무결한 세상이

있는 완전한 정부가 있는 사람들이니, 이 세상의 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정부를 바로잡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거였어요.


사람이라면 이 정부의 참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그것도 확실히

가장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해서 길거리로 꼭 나가야 한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교회를 다니니까 우리나라 정부가 아무리 미친 짓을 하고 무책임해도

우리는 하늘백성이니 세상 정부를 고치려고 하지말고 초연하게 하나님을 믿으라는 거에요.

개소리죠. 정말 개소리에요.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다 퍼붓고 싶었어요.


정말 확신하는게 예수님도 바울도 이 정부와 싸우라고 하고 제일 먼저

깃발들고 나설 분들이에요. 성경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었으면 알 일이에요.


이 사람은 동성애가 죄라는 둥, 율법에 있는데 어쩌구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요.

성경을 똑바로 읽은게 아니라 주로 "목사"들 설교에 의존해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걸

진리로 받아들이더군요.


자기 교회 목사가 세상이 떠들썩한 비리로 그만뒀을 때도 "자기는 그 목사 믿는 편"이었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예수님을 믿는게 아니라 목사님들을 믿고 살고

교회에서 직분맡아서 봉사하면 신앙생활 잘한다고 믿는 전형적인 인간이죠.


몸이 아파서 길거리로 못나서는게 한이 될 지경이었는데, 쌍욕이 나와서

이 사람한테 나한테 설교말씀같은거 보내지도 말고 더이상 연락도 안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교회행사날,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어요. 사상초유의 참사였는데

그 일에 대해서 애도 한마디 없이 교회에 나오라고? 지네 교회 행사가 사람들 죽음보다 중해?

그런 일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계속 나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교회가 빌어먹을만큼 유난히 "전도"를 강조하는 교회라서였어요.

교회 설교를 몇개 들어봤는데 다른 교회보다 유난히 더 그렇더군요.


생각하는 것보다, 개신교 교회들이 다 전도에 목숨걸지는 않아요.

그렇게 강조하지도 않구요. 특히 내가 다닌 교회들은 더 차분했죠.


교회를 내가 왜 다니지 않게 되었는지 설명했을 때 같이 교회를 다녔던 사람들 중

어떤 사람도 이 사람처럼 다시 교회에 나오라는둥 그런 소리는 안했어요.

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정말 배려가 있었던거죠. 교회에 미치지도 않았구요.


애초에 연초에 만났을 때 "교회는 안나가도 같이 기도하고 성경구절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은 소리를 한 나를 탓해야죠.


교회에 대한 상처, 환멸,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래도 내 신앙적인 어려움과 교회에 못나가는 이유를 어느정도라도 이해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교회 활동에 푹빠져서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봐주는게

아니라 상황이야 어쩌든 교회를 통해서 구원받아야 할 존재로만 보는 사람이라는걸

절실히 알았죠.


교회 목사들에 대한 신봉도 흔들림이 없고 자기 교회에 어떻게든 참석하게

하는게 목적이었다는걸 왜 처음부터 생각못했을까요?


같은 직장에서 만났었고 그 때는 서로 잘지냈죠. 인간적으로 호감가는 면도 많았고

서로 대화도 통하고 그래서 안부차 만났는데

자기는 "신앙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났다는거였어요. 신앙외에 할 얘기가 뭐가 있냐고 했을 때도

약간 놀랐지만 독실한 사람이니까 했었어요.



네, 문자로 말씀을 보내주는 것까지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나중엔 성경구절은 없고, 자기가 다니는 목사 설교를 한가득 보내더군요.

예배영상까지 첨부해서. 


그 사람 딸들은 교회를 안다니고 교회에 대해서 냉소적이라서

딸들과 사이가 무척 안좋은데, 왜 딸들이랑 사이가 안좋은지

왜 딸들이 교회를 싫어하는지 겪고 나니까 이해가 갔어요.


자기가 얼마나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신앙을 강요하는지 모르는거에요.

딸들이 불쌍할 지경이더군요. 교회 안다니는 딸들을 문제있는 인간처럼 생각하니까요.


내가 아는한 강요하지 않는 부모의 자식들이 오히려 더 교회에 잘 다니거나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요.


교회에 다니기 싫다면 신앙의 동역자니, 말씀이나 기도나 어떤 구실로도 접근하려는

인간을 멀리해야 한다는걸 다시 굳게 결심하게 되네요.


- 못된 짓하는 인간들 태반은 교회다니는 인간들이죠.

  그 중의 극소수가 정상적이거나 약간의 선행을 할 뿐이에요.

  직장에서 성경책 보란듯이 전시하는 인간 중에 사람다운 사람 본적 없어요.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함, ㅈㄹ하고 있네죠. 

  세상 보통 사람들의 도덕률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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