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8분. 장르야 당연히 호러겠죠. 스포일러는 없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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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그냥 70년대 호러스런 포스터들이 많았지만 이게 제일 맘에 들더군요. 영화랑도 어울리구요.)



 - 여성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이 활개치고 다니는 흉흉한 1970년의 이탈리아 어딘가. 미쿡에서 글 쓰러 와서 슬럼프에 빠져 몇 년째 허송세월하며 술 먹고 연애만 하러 다녔던 우리의 주인공 '샘'은 드디어 미국 컴백을 결정 지은 어느 날 밤길을 걷다가 길 건너편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합니다. 결국 도와주진 못 했지만 쳐다보고 있다는 걸 다 티를 낸 덕에 살인자가 도주해버리고, 덕택에 살인은 미수에 그쳐요.

 근데 우리 경찰님들은 워낙 화제가 되는 사건이다 보니 목격자인 샘까지 출국 정지를 시켜 버리고. 샘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뒤져보기 시작합니다만. 곧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이 샘 본인은 물론 샘의 여자 친구에게까지 닥쳐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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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커플. 여자분은 '언제나 마음은 태양'에도 나오셨더군요.)



 - 예전에 듀나님께서 이 영화를 언급하시면서 '아르젠토 영화 치곤 스토리가 너무 정상적이고 멀쩡해서 어색할 정도다' 라는 얘길 하셨던 걸 기억하고 있었죠. 동시에 데뷔작인 이 영화가 아르젠토의 지알로 무비 중 최고작이라는 말씀도 하셨구요. 다만 제가 지알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걍 미뤄두고 살다가 며칠 전에 올레 티비에서 이게 무료라는 걸 깨닫고 그냥 봤어요. 공짜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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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알로니까! 아르젠토니까!!)



 - 일단 영화의 시작과 함께 저를 당황하게 만든 건 크레딧이었습니다. 각본, 감독이 아르젠토인 거야 당연하지만 촬영이 비토리오 스토라로에 음악이 엔니오 모리꼬네에요. 이게 뭐하자는 거죠. ㄷㄷㄷ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아르젠토는 데뷔, 스토라로는 아직 뉴비였더군요. 둘 다 영화로 주목받고 잘 나가기 시작했다니 나름 이탈리아 영화사에서 아주 중요한 영화였던 것!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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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 노숙자들도 폼이 난다는 패션의 나라 이태리!)



 - 근데 뭐랄까... 영화를 보면서 위에서 언급한 듀나님 말씀이 계속 생각나서 난감했습니다. '너무나 정상적이고 멀쩡한 스토리' 말이죠. 하하. 그러니까 이게 결국 아르젠토의 다른 영화들에 대한 상대 평가 언급인 건데. 이제라도 아르젠토 영화들을 열심히 찾아봐야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이게 너무 멀쩡해서 어색할 정도면 다른 영화들은 어떻다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야기의 큰 그림은 썩 괜찮습니다. 아이디어도 풍부하고 기승전결로 가는 구조도, 마지막 진상도 꽤 탄탄하게 잘 짜여져 있어요. 근데 디테일이 자꾸만 사람을 황당하게 하거든요. 예를 들어 주인공이 처음으로 괴한에게 기습 당하는 장면을 보면, 분명한 살의를 품은 괴한에게 흉기로 습격을 당했고 그걸 가까스로 피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은... 침착하게 가던 길 그대로 가서 여자 친구 집에 들어가 "술 한 잔 줄래?" 하고 하하 호호 웃으며 정담을 한참 나눈 뒤에 "아 근데, 나 오는 길에 황당한 일 당했다?"라며 이야길 꺼내요. 그리고 둘이서 걱정하는 척을 잠시 하고. 이 습격에 대해 경찰에 얘기도 안 한 후에 걍 자기 하고픈 일 합니다. 


 영화 전체가 이런 식이에요. 1. 큰 틀은 좋음 2. 인상적인 장면들 많음 3. 근데 자꾸 황당 디테일로 사람을 당황스럽게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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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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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가 막히게 잘 찍었다고 감탄하며 봤습니다.)



 - 근데 어쨌거나 사람들의 호평에 어울리게 잘 만들어진 구석이 많은 영화입니다.


 대표적으로 비주얼이 상당히 좋아요. 이건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 덕도 있고 또 애초에 아르젠토가 잘 짜낸 아이디어 덕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도입부의 미술관 살인 미수 장면 같은 건 지금 봐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멋진데 그게 참 종합적으로 멋집니다. 길 건너에서 미술관의 투명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목격하는 상황은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같은 느낌을 줘서 뭔가 의미심장한 가운데 그 장면 자체가 무슨 현대 미술 같은 느낌으로 폼나게 찍혀 있거든요. 장면이 끝나자마자 다시 보고 싶어져서 되감기해서 또 봤어요. ㅋㅋ

 그 외의 장면들도 기억에 남는 게 많습니다. 어둔 밤에 자객(?)과 벌이는 추격전이라든가. 낡은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라든가. 특히 아르젠토는 참 건축물 활용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미 있는 건물을 적절하게 잘 골라서 분위기 조성이나 미장센 구성에 잘 써먹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그 시절스럽게 듣는 사람의 신경을 적절하게 긁으며 긴장감 유발 잘 해주고요. 아르젠토의 지알로 영화 치고는 배우들 연기도 딱히 어색하지 않습니다 (알아보니 이 영화의 경우엔 배우들이 애초에 영어로 연기를 했다네요. 그래서 어색 멍청한 더빙 없음. ㅋㅋ) 앞서 말 했듯이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도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추리물스런 재미를 잘 전해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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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그림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건축과 미술의 나라 이탈리아!!! 아무말입니다;;)



 - 그래서 얼른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르젠토의 시작이자 대표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괜찮은 호러 영화였습니다.

 뭔가 되게 패셔너블한 느낌이면서 이야기도 괜찮고 내러티브 면에서나 비주얼 면에서나 괜찮은 아이디어도 많아요.

 솔직히 아르젠토는 멋진 덩어리와 덩어리들을 연결하는 데는 별로 소질이 없다는 걸 증명해버리긴 합니다만. ㅋㅋ 뭐 확실하게 특별히 잘 하는 게 있는 감독이 그 '잘 하는 것'을 잘 살려 만든 작품이니 그 정도 흠은 대략 그러려니... 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라서 한계가 분명히 있긴 해요. 요즘 눈으로 보기에 좀 어설프고 엉성해 보이는 부분 적지 않아요. 하지만 호러 영화의 역사에서도 나름 위치가 굳건한 작품이고 하니 호러 팬인데 아직 안 보셨다면 챙겨보실만 한 것 같아요. 유일한 큰 단점이라면 사람들 많이 사용하는 OTT에는 안 올라 있다는 거. (근데 이거 꽤 치명적이죠... ㅋㅋ)

 암튼 재밌게 봤습니다만. 이거랑 '서스페리아'보다 훨씬 이야기가 엉성하다는 다른 아르젠토 영화들은 일단 나아중에 보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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