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일상 모음

2010.07.04 01:35

nyxity 조회 수:5420

저(동진)과 아내(제이)의 일상 모음입니다.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 먼저 태어난 이유

동진님과 진짜제이 가짜제이 놀이를 하고 있었다. 동진님이 나를 보고 진짜 제이라고 하자 내가 음흉하게 말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속아넘어오다니."
그러자 동진님이 새삼 묻는다.
"그럼 내 생일이 언젠데?"
"(이번에도 당당하게) 2월 25일."
"(차분하게) 그건 제이님 생일이잖아."
"이럴수가!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동진님은 살아 있었던 거예요?"

그러자 동진님이 말했다.
"응. 제이님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슝. "


참고 :

 2010년 6월 12일 토요일

월드컵으로 붕 뜬 저녁. 축구를 보지는 않지만 나도 덩달아 조금 들뜬 기분이 되어, 침대에 누워서 동영상을 보면서 놀았다. 축구가 끝날 때 쯤 되어 남편이 들어온다.

"뭐했어요?"
"V6 콘서트하고 PV 봤어요."
"충전 많이 됐겠네?"
"응. 이제 동진님 충전!"
내가 팔을 벌리자 남편이 품에 파고들다 말고 푸시시 웃는다.
"응? 왜요?"
"배에서 소리나서, 진짜 제이님이구나 싶어서."
"우힛, 진짜제이 인증!"

내가 우쭐하자 남편이 부비적거리며 진짜제이 좋아~하다가 또 묻는다.
"진짜 제이님 맞아요?"
"응."
"진짜? 그럼 내 생일이 언젠데?"
"(즉답) 2월 25일."
"(폭소하며) 진짜제이 맞구낰ㅋㅋㅋㅋㅋ!"


2월25일은 남편 생일이 아니라 내 생일이다.


2010년 6월 26일 토요일 : 동진님 안 해

오랜만에 한가한 주말 오전. 동진님을 괴롭혀 일어나게 한 다음 말했다.
"제가 나가면 커피와 식사가 차려져 있는 거지요?"
"노력해볼게요."
그리고 동진님 자리(침대 오른편)에 누워서 졸고 있었더니 잠시 후 동진님이 들어온다.
"제이님, 일어나세요."
"나 지금부터 동진님 할 거예요. 나 제이 아니에요."
그러자 동진님이 침대 왼편, 평소 내가 눕는 자리에 몸을 던지더니 몸을 쭉 뻗고 말한다.
"그러세요, 그럼. 동진님, 커피 내리고 아침식사도 준비하셔야죠. 난 지금부터 제이할래. 맨날맨날 누워만 있어야지! 누워있고 또 누워 있어야지!"
"으아아아앙! 동진님이라서 좋은 게 하나도 없잖아!"


2010년 7월 1일 목요일 : S일기

힘들어서 축 처져 있으니 남편이 내 발을 가져가 주무르기 시작한다.
"남편 좋아?"
"응."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응."
"남편 말 잘 들을 거야?"
"응."
"거짓말. 말 안 들으면서."
"(정색하며) 내가 언제?"
"(우물쭈물하며)......이렇게 말해야 강해보일 거 같아서....."


2010년 7월 2일 금요일

요즘 나는 덥고 눅눅하고 시끄러운 집에 축 늘어져 원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투정을 부리는데, 그러다 보면 남편에게 문득 아주 조금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든다. 일단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을 꺼내 보았다.

"제이 요즘 테마는 어리광이에요. 알았어요?"
"몰랐어요."
"히잉. 몰랐어요?"
"네. 평소랑 똑같은데 왜 '테마'죠?"
"......캠페인 기간?"



2010년 7월 2일 금요일 : M일기?

너무 더워서 축 늘어져 있다가, 냉동실에 넣어 놓은 [얼려먹는 감귤즙] 팩이 떠올랐다. 감귤즙 팩을 손으로 조물조물 하다보니 좀 시원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차가워진 손바닥을 남편에게 찰박찰박 갖다대며 공격했다.
 
"(천연덕스럽게) 시원해서 좋죠?"
그러자 남편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이라서 좋아요. "



2010년 7월 3일 토요일 : 의외로 냉정한 남자

밤 열 시 사십 분쯤 귀가한 동진님이 커피를 가져온 덕분에, 열한 시가 다 되어서야 오전부터 줄곧 마시고 싶던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낮부터 계속 두통에 시달렸는데 커피를 마시며 동진님과 이야기하다 보니 머리가 덜 아팠다.

"머리 아픈 건 좀 괜찮아요?"
"네, 한결 나아졌어요."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저 동진님이 없어서 머리 아팠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머리 아프다가도 동진님이 오면 머리 안 아프거든요. 혼자 있어서 머리가 아팠던 거예요."
"(변함없는 어조로) 음. 역시 커피 때문인 것 같아요."


2010년 7월 3일 토요일 : 천국

레몬 마카롱을 곁들여 커피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 "아아, 여기가 천국이로구나~"라고 했다. 그러자 마주 앉은 남편이 눈을 맞추며 웃는다.
"제이님 계신 곳이 저한테는 천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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