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3 20:11
Lizzie, 2018
듀나님 리뷰도 있고, 아실 분들도 많은 사건이라 스포일러 생각없이 그냥 씁니다.
1892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부유한 집안의 두 딸 중 한 명인 리지가 아버지와 새엄마를 살해합니다.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고, 부유층 숙녀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도 조금은 영향을 주어 무죄로 풀려납니다. 저 여자가 손도끼로 그렇게 여러 번 내려쳐서 사람을 죽였을 리가, 라는 것이겠죠.
아버지는 소통의 여지없는 억압적인 사람입니다. 이 자에게 가정은 군림의 장소이고 자기 가족에게 가하는 폭력과 진배없는 정서적, 경제적 권력행사는 당연한 것입니다. 리지는 병까지 있어 조금만 더 눈밖에 나면 유산을 다 빼았기고 요양병원 같은 곳에 수용될지도 모르는 처지입니다. 이 가정에서 이런 비극적 사건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하녀인 브리짓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발작적으로 일어나서 자포자기의 형태, 공멸의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브리짓과의 만남과 서로가 당하는 일들에 대한 깨달음, 서로에 대한 희망 같은 것이 용의주도한 일처리를 계획하고 진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실상이 무엇이든 영화에서 이점을 생각한 것이 좋았습니다. 사실 영화 중반에 리지가 집안의 귀중품을 전당포에 들고 가서 도둑 든 걸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부분은 너무 충동적이고 일처리가 부실해서 그 미숙함이 못마땅했었거든요.
영화는 리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고 그 가정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게 시간을 들여요.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사건의 전말은 사실 어떤 것이었는지 재현해 보여 주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사건은 당시에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꼼꼼함으로 준비되고 진행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살인자 편에 서게 되어 시체 근처에 발자욱이 남을까 걱정하며 보았습니다. 리지는 재판 이후 언니도 브리짓도 관계가 끊어지고, 독신으로 살다가 67세에 죽었다고 합니다. 친구도 거의 없었으며 재산은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외로우면 어떻습니까. 누군들 안 그런가요. 요양소에 안 갇히고 마음대로 살았으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2021.10.23 21:14
2021.10.24 09:47
이 영화 나온 후에 그때 이웃 동네에 살던 기자였던 사람의 사건 기록물도 번역 출간 되었네요. 87분서 시리즈의 에드 맥베인도 관련한 소설을 썼다고 하고요. 이건 번역은 안 된 것 같고.
그 당시에 기독교계와 여성계가 한 목소리를 내며 무죄 주장을 했다니 좀 우습기도 합니다.
2021.10.25 10:15
그래도 도끼 부인 이야기의 원조 실화 캐릭터치고는 의외로 결말이 순한 맛이었군요.
그런 사건이 있었다. 라는 것만 알고 후일담을 몰라서 당연히 뭔가 피바람 부는 처참한 끝을 맞았을 줄 알고 살았네요.
2021.10.25 16:27
네. 뭐 해피앤딩?으로 쳐도 될 것 같아요. 이 사건은 유명해서 책, 영화, 연극 작품이 잔뜩 나와 있나봐요.
이 영화는 1990년 대 후반이나 2000년 대 초반에 만들어졌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리지 보든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페미니스트들이 많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