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01:24
오겜 단어가 하도 물리니까 괜히 스퀴드라고 써봤습니다.
네 히트의 이유도 저는 직관적으로 납득되었고..
보지도 않고 혹평할만큼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네요.
설정이 좋아요. 캐릭터성은 오히려 좀 떨어지는것 같은데,
* 어린시절 했던 기억도 가물가물한 놀이를
* 대부분 다 큰, 혹은 쇠락한 중노년들이
* 목숨과 돈을 걸고
* 이 시국에 한다.
매우 캐치하게 짜여진 설정입니다. 특히 이 살풍경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서
온갖 증오범죄, 생계곤란, 특정 국가의 경우는 오겜보다 더 심하게
길에 시체가 즐비한 .... 현실이 영화를 압도한 시대이지 않습니까?
보통 예전엔 영화가 현실보다 더 과장되기 마련이다.. 이런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고 봅니다만.
코로나 이후의 삶은 현실이 영화를 압도적으로 찍어누르고 있어요.
그래서 코로나 이전에 이 작품이 나왔으면 인기의 정도가 덜했을 거라고 봅니다. 운도 참 좋았어요.
코로나 상황 하에 이런 작품은, 오히려 영화가 현실을 모사하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기묘하지만, 그 기묘한 역전의 감각이 오겜이 타 데스게임 류와 차별되게 받아들여지는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무렵에 운영하던 숙소에서 오랫동안 묵었던 손님 커플이 있어요.
코로나 상황 하에서 근 1년 간 손님은 5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중 2명은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했고, 나머지 2명도 나중에 지불하지 않고 잠적했어요.
그들은 저와 꽤 친근하게 같이 떠들고, 노래하고, 한잔 나누던 사이였고요.
오겜을 보면서 그런 인간군상들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이런 감각을 되새김질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을 것 같고요.
또하나 좋았던 점은 역시 미술과 세트, 분장입니다.
아주 좋아요. 에셔나 마그리트의 구조가 연상되는 세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을 연상시키는
파스텔톤 혹은 강한 원색의 컬러감으로 내용의 음울함을 기괴한 방식으로 비틀면서 우회하고 있어요.
응8풍의 세트에서 구슬치기 하는 라운드에선..
특정 캐릭터가 노을 질 무렵 형~ 형~ 하고 외치다가
결국 돌아갈 곳이 없단 걸 깨닫고 망연자실하는 시퀀스가 나오는데,
아주 오랜 옛날 언젠가, 그런 저녁무렵에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과거의 그리운 게임들을 / 닳고 닳은 어른들이 서로 죽이면서 한다.
이 구조가 너무 강력해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오래 지속되리라 봅니다.
2021.10.19 08:36
2021.10.19 13:33
2021.10.19 13:57
네. 특유의 ㅇㅅㅁ 도형도 심플하면서 뭔가 있어보이고, 마젠타색 작업복과 가면도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코닉한 코스프레 하기도 매우 적합해요. 프론트맨의 다스베이더 스러운 가면도 그렇고, 츄리닝이나 뽑기같은 것도 관련상품으로
팔기 좋은 영리한 기획 같아요
2021.10.19 14:47
2021.10.19 13:03
맞아요. 단순한 애들 게임을 다 큰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 그게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전에 '조커'가 크게 흥행했던 것처럼 뭐랄까... 요즘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와 빈자들 생존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관심을 끄는 것 같기도 하구요.
2021.10.19 13:58
일단 스토리가 매우 직관적이고, 밀폐된 장소에서 목숨걸고 게임하는 것도
쿼런틴 상황과 맞물려 시너지가 좋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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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인기의 비결은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겜이 정말 작품성이 뛰어난 드라마냐고 묻는다면 여러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이 만큼의 인기에 절대 부끄럽지 않을 뛰어난 연출력과 미장센은 기본으로 장착했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코로나라는 전세계적 시국도 분명 한 몫했을 것입니다. 12년이나 묵은 대본이라는데, 정말 그 시절에 만들었다면 잘해야 중박 정도였거나 아니면 폭망 수준이었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물론 그 시절엔 해외 투자나 배급도 없었을 것이라서 이게 정말 맹점인데, 현재 오겜은 해외 반응이 오히려 국내 반응을 견인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