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4 12:39
- 언제나 그렇듯 둘 다 게임패스 등록 게임입니다.
1. 스커지브링어
- 인디, 도트,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짧지만 어렵게 구성된 게임 레벨.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지만 죽기 전까지 모아 놓은 업글 요소는 계승되기 때문에 죽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파워업하여 결국 반복하면 할 수록 쉬워지는 설계. 매번 달라지는 지도와 중간중간 마주치는 운빨 파워업 요소 등. 대략 여기까지는 '하데스'랑 거의 비슷하죠. 실제로 해 봐도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건 '하데스' 제작사와도 비교할 수 없이 가난한 환경으로 만든 게임이라 보시다시피 그래픽도 저렇구요. 뭣보다 '하데스'의 매력이었던 그, 반복을 반복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하는 스토리 요소가 없습니다. 막 죽고 다시 시작할 때마다 npc들이 드립을 쳐준다거나, 반복의 과정에서 어떤 스토리가 전개된다는가, 그런 거 전혀 없어요. 반복이 그냥 반복이지 아닌 척 하느라 애 써봐야 뭐하냐!! 이런 느낌. ㅋㅋㅋ
- 그렇다고 해서 '하데스'의 열화 버전 같은 건 아닙니다. 가난한 인디 게임답게 겉치장 없이 순수한 '게임플레이'를 핵심으로 승부하는데, 그 게임플레이가 나름 독특하면서 상쾌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요. 위의 트레일러를 보면 아시겠지만 일단 굉장히 스피디합니다. 점프, 대시를 통해 적과 적 사이를 최대한 빨리 움직이며 '니들이 날 공격할 엄두도 내기 전에 다 죽여버리겠다!!!'는 식으로 쉴 틈 없이 하이퍼 스피드!로 물리치는 게 핵심이구요. 이런 빠른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캐릭터의 조작감이 아주 좋고 애니메이션도 부드럽고 볼만해요. 피격, 타격 판정도 정확하구요. 반복을 거듭하며 파고들 수록 게이머의 플레이가 개선되어 느끼는 성취감 + 빠르게 끊임 없이 쥐어패면서 구역 클리어해서 얻는 보상 아이템으로 플레이어를 낚아대는 거야 기본일 테죠.
-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어렵다는 겁니다. ㅋㅋ 이게 게임플레이가 워낙 심플하다보니 더 크게 느껴지는데요. 어렵습니다. 솔직히 한 10회차 정도 할 때까진 어려워서 엔딩 못 볼 것 같으니 때려치울까... 했었구요. 근데 기왕 시작한 김에 파워업 아이템 조금만 더 모아서 스킬 하나만 더 해제해보자, 하나만 더 해보자, 아무리 그래도 첫 보스는 깨봐야 하지 않겠니? 이러면서 깨작깨작 하다보니 금방 스킬은 다 해제했고 게임 진행도 더디지만 조금씩 해 나갔는데... 결국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벽에 부딪혀 갤갤거리다가 문득 옵션에서 난이도 조절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살짝 손을 보고 엔딩은 봤어요. 아아 내 자존심이여... 늘금이여... ㅠㅜ
이런 류의 게임 답게 그냥 엔딩은 별 거 없고 스스로 난이도 높여 재도전해야 진짜 엔딩을 볼 수 있는데. 그것까진 그냥 포기하려구요.
그래뵈도 '세키로'도 보스 다 잡고 엔딩 본 사람인데. 그새 늙었는지 이게 더 어려운 건진 모르겠지만 암튼 이제 힘드네요. ㅋㅋㅋ
- 결론은 빠르고 심플하고 호쾌한 액션 게임 원하시는 분들은 해보시라는 겁니다. '하데스'를 재밌게 하고 그런 시스템의 게임을 더 해보고 싶으신 분들도 한 번 건드려볼만 해요.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계속 하다가 익숙해지고 요령 생기고 하면 또 할만 하구요. 스토리도 없다시피 하고 정말 게임플레이 자체를 빼곤 남는 게 없는 게임인데, 그게 재밌습니다. 전자오락이 뭐 노는 게 재밌으면 그만 아닌가! 라는 사상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할만 하실 거에요.
다만 한 가지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곧 게임패스에서 내려간다는 겁니다. 아마 2~3일 안에 사라질 듯.
2. 마블 어벤져스
- 본론부터 말하자면 구립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구린 건 아니고 괜찮네... 싶은데 구려요. 일단 장점부터 말해보자면,
1. 기본적으로, 기술적으로는 잘 만든 게임입니다. 런칭 당시에는 최적화나 버그 이슈들이 꽤 있었다는데 1년동안 슥삭슥삭 갈고 닦아서 지금 시점에서는 괜찮아요. 그래픽 상당히 보기 좋고 퍼포먼스 문제도 없구요. 그리고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그러니까 전투 시스템이 나쁘지 않습니다. 히어로들 개성 잘 살리면서 쉽게 다양한 스킬 사용할 수 있고 결과물은 아주 호쾌하구요. 쉽게 설명하자면 '무쌍' 게임들과 '배트맨 아캄' 시리즈 사이의 어딘가... 쯤 되는 전투 시스템인데. 어쨌든 꽤 잘 만들어져 있어요. 아마 대부분 초반 플레이 하면서 '이게 왜 망겜 소릴 듣지?' 싶으실 겁니다. ㅋㅋ
2. 스토리도 뭐 나쁘지 않습니다. '어벤져스' 게임이다 보니 여러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런 사정에 맞춰서 영리하게 잘 짜놓은 스토리... 면서 실질적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즈 마블의 사연도 괜찮구요. 굳이 MCU의 톤과 분위기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흠잡을만한 스토리는 아니더군요.
또 장면 연출도 좋아요. 각잡고 신경 써서 만들었다 싶은 액션 장면들은 정말 MCU 부럽지 않습니다.
3. 기본 히어로 여섯에 무료 DLC로 호크아이, 블랙팬서 등등을 추가해줘서 조작해볼 히어로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네요.
- 그럼 이제부터 단점인 것인데...
1. 워낙 망할 리가 없다! 싶은 소재라서 그런지 이걸로 오래오래 돈을 뽑아 먹어 뽕빨을 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멀티 플레이어 모드를 추가해 놓았는데... 또 멀티 플레이 강조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이 멀티 플레이어 모드를 싱글 플레이와 그냥 결합해 놓았어요. 시작할 때 골라서 따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게임을 실행하면 무조건 헬리 캐리어의 작전 상황실에서 시작하고, 몇십개씩 와장창 뜨는 미션들 중에서 싱글 할 놈은 스토리 미션 고르고, 멀티플레이어 하고픈 놈은 그쪽 미션 고르고. 이런 식인 것인데요.
문제는 이게 몰입감을 크게 해쳐요. 제 진행도가 아직 초중반이라 캡틴 아메리카가 합류를 못한 상태인데 게임을 실행하면 갸를 비롯해서 다운 받지도 않은 DLC 캐릭터들이 와장창 몰려나와 헬리캐리어에 바글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상황판'으로 가서 싱글 스토리 미션을 선택하면... 갸들이 싹 다 사라지고 스토리 전개에 맞게 썰렁한 헬리캐리어로 돌아와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뭐 그런 식인데 굉장히 바보 같습니다. 뭔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죠. 난 그냥 심플하게 줄거리만 즐기고 싶은 건데 왜 이런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을 해야 하는지.
2. 그리고 역시 멀티 플레이에 힘을 준 게임답게... 스토리 미션 구성을 멀티 플레이어 형식으로 해 놓은 부분이 많아요.
극초반엔 걍 싱글 캠페인답게 배경도 다양하고 스토리 컷씬과 어우러지면서 보기 좋고 하기 좋게 잘 흘러갑니다만.
중반 들어서면 갑자기 이 패턴이 반복됩니다. 쓸 데 없이 넓은 헬리캐리어 돌아다니며 npc와 대화하고 상점에서 장비 강화 -> 상황판에서 다음 스토리 미션 선택 -> 간단한 미션 설명 대화 후 멀티플레이어용 '그냥 넓은 공간'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로봇들 격파 -> 다시 헬리캐리어로 돌아가서...
이렇게 스테이지들이 개성이 없이 걍 '멀티플레이 몇 판 뛰면 스토리 보여줌'이라는 식으로 배치가 되니 순식간에 질립니다.
3. 멀티플레이어에는 보상이 필수잖아요. 그 보상이란 게 캐릭터 파워업 장비나 소재들인 것인데. 이 시스템을 싱글에 그대로 넣다 보니 히어로들의 체감 파워가 너무 약해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뭐 만화 속 나오는 유명 빌런들이랑 싸우는 거면 모르겠는데 걍 악당 조직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으로 찍어낸 로봇들 수십마리를 금방 못 해치워서 싸우다 말고 체력 아이템 먹으러 도망다니는 패턴을 반복하게 돼요. 그래서 자괴감이 들죠. 내가 이 꼴 보자고 마블 히어로 게임을 하고 있나... 나의 헐크는 이러치 아나!!! ㅠㅜ
- 암튼 그래서 뭐. 마블 히어로들 팬이 아니시라면 안 해보셔도 될 게임 같습니다. 그리고 마블 히어로 팬이라면 하면서 실망할 가능성이 큰 게임이구요.
보면 기본적으로 히어로들 조작이나 전투 시스템 같은 건 멀쩡하게 잘 만들어놨는데, 그걸 포함하고 있는 큰 틀의 시스템이 애초에 방향 설정부터 망해버렸던 것 같아요. 그냥 초반 도입부 같은 스타일로 스토리 중심으로 가는 심플한 액션 게임으로 본편 만들어 놓고 멀티 플레이는 아예 따로 선택해서 들어가도록 했다면 그나마 저같은 싱글 플레이족에겐 괜찮았을 텐데. 뭐 이미 엎질러진 물. 벌써 나온지 1년된 게임이니 어쩔 수 없죠.
대여섯시간 쯤 하다가 '스커지 브링어'로 갈아타는 바람에 방치 중인데.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납니다. 근데 또 용량이 100기가가 넘어서 지우기도 겁나고... 계륵이네요.
2021.10.15 15:28
2021.10.15 17:37
멀티플레이어가 몸통인 게임들이 대체로 그렇게 용량이 크더라구요.
헤일로 시리즈처럼 싱글만 즐길 사람들을 위해 설치 옵션을 주면 좋을 텐데 요즘 멀티플레이어 중심 게임들은 최대한 유저들을 거기로 끌어들여서 추가 수입을 벌어들이려 하기 때문에 그렇게 잘 해주질 않죠.
끌리면 한 번 해보셔도 좋은데. 가능한한 싸게 구입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솔직히 제가 게임패스로 그냥 하니까 저 정도 평이지 만약 이 게임을 6만원 주고 샀으면 훨씬 싸늘하게 평했을 거에요. ㅋㅋㅋ
2021.10.15 16:12
마침 블리자드 님들이 일주일째 피크타임 서버를 셧다운 내주셔서 저도 짬을 내 이것저것 해볼 수가 있었어요. 어벤저스는 뭔가 게임을 글로 배운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임경험 측면보다는 상품으로서 기능성만 고려된 게임이요. 몰입할만큼 시간을 들이지 못해서그런지 어째 코스프레 행사장 같은 느낌도 좀 들었습니다. ㅋ 다행히 저는 클라우드를 사용해서 간을 본 덕에 용량 걱정은 덜고 마음을 깨끗이 비울 수 있었지요. ㅎㅎ 일본산 게임 두개도 시도해봤어요. 애초에 기대가 좀 있었던 아스트리아는 초반 적응기를 아직 못넘기고 재시도를 반복중이고요. 오히려 스칼렛 스트링스가 (한시간 정도밖에 해보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손에 잘 붙더군요. 스토리 부분이나 캐릭터 설정이 약간 별로긴하지만 이건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서 오늘 저녁 일일 서버다운 시간에 시도해보고 괜찮으면 다운을 받을 생각입니다. ㅋ
2021.10.15 17:40
오늘 뜬 블리자드측 해명을 보니 한 마디로 '니들 왜 이렇게 많이 사니?' 더군요. 본인들이 직접 추억팔이 장사를 기획했지만 그게 이렇게 대박날 줄은 몰랐던... ㅋㅋㅋ
네. 어벤저스 이건 하다 보면 분명 싱글 게임플레이가 나쁘지 않은데, 그걸 무리하게 멀티랑 결합하다가 망해버린 물건 같아요. 걍 '툼레이더' 만들던 가닥대로 만들었음 평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을 텐데. 라이센스비가 너무 많이 들어갔던 걸까요. =ㅅ=
아스트리아는 비주얼은 맘에 드는데 나중에 그거 제작진이 '넵튠' 만들던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관심을 잃었습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것도 게임이라고 쳐줘야 하나?'라는 평가를 듣는 시리즈인지라(...) 스칼렛 스트링스는 진입 장벽이 스토리 & 캐릭터라서 좀 힘들지만 전투는 괜찮다고 하길래 나중에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계속 해보고 소감 남겨주시길. ㅋㅋ
2021.10.16 01:48
2021.10.16 01:49
2021.10.16 14:38
아... 아니요. 그게 그냥 하데스에 꽂혀서 한참 달린 후에 비슷한 게임을 또 하는 것 뿐이지 로그라이크 자체를 많이 좋아하진 않습니다. 제가 그 유명한 할로우 나이트조차도 엔딩 안 보고 포기한 사람이어서요. ㅋㅋ
어벤저스는 정말 아까워요. 멀티로 돈 벌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훨씬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 버린 것 같아서요. 그나마 그렇게라도 돈 벌었음 그러려니 하겠지만 결국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판매량으로 끝났고. 어차피 다 돈벌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제작사들이 장사의 근본(...)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네요.
100기가 ㄷㄷ
제 GTA 온라인이 딱 그상황이네요
하지도 않으면서 안지우고 몇년째 방치 ㅋㅋㅋㅋ
마블어벤저스 후기로만 봐서는 끌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