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생각나는대로 막 던지는 잡생각들입니다;

 

쌩뚱맞지만, 보면서 자꾸 [록키 발보아] 생각이 나더군요.

영화 속과 바깥이 비슷하게 나이를 먹고, 그럼으로써 전편에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동반한 애잔함을 전해준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고 우길 수 있겠고. 영화 속 주인공과 관객 자신이 함께 성숙(혹은 노화;;)함으로써 왠지 모르게 '동반자'라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에고, 이게 무슨 소리람. -_-;;

 

사실 이야기 자체는 1편부터 계속 반복되어왔던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오기'의 패턴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변주하고 있는 것이니 새로울 것 없었죠. 주인에게 버림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 역시 2편에서 이미 눈물나도록 애절하게 보여줬던 것이구요. 하지만 여기에 앤디의 성장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요소를 집어 넣으니 전편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쓸쓸하고 우울해지더라구요. 어찌나 감정 이입이 되던지.

 

많이 슬프다는 얘긴 충분히 듣고 보러 갔지만 초장부터 눈물이 막 쏟아져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주인공 장난감들을 가지고 설정 놀이를 하는 어린 시절의 앤디가 나오는 순간 결국 버림받게 될 주인공들의 처지와 그 기분이 떠올라서 그냥 막 눈물이. 영화 내내 펼쳐지는 개그 퍼레이드를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결말이 신경 쓰여서 웃다가도 슬프고, 그러다 또 웃고... 를 내내 반복했습니다.

 

픽사의 시나리오 작가들은 정말 위대하단 말입니다?

우디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도, 불구덩이 앞에서 모두 모여 손을 꼭 잡고 바라보는 장면도 따지고 보면 정해진 수순이고 흔해빠진 클리셰일 뿐인데 어쩜 그리도 진실한 감정이 전해지던지. 어쩜 그리도 감동적이던지요. 거대한 3D 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냥 봤더라면 시종일관 웃으면서 엉엉 우는 옆자리 아저씨 때문에 왼쪽에 앉았던 어린이는 공포를 느꼈을지도(...)

마지막, 앤디와의 이별 장면도 마찬가지였어요. 장난감들을 하나씩 꺼내 주다가 우디를 차마 바로 주지 못 하고 멈칫하는 장면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해서 '나에겐 정말 소중한 녀석들이니까' 라는 대사,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가지고 놀아주는 장면, 차를 타고 멀어져가는 앤디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난감들의 모습까지.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ㅅ;

 

어쩌면 토이 스토리 1편이 개봉했을 당시 정말 '어린이' 입장에서 이 영화를 감상하고 우디나 버즈 장난감을 사서 놀았던 추억이 있는 분들이야말로 3편을 가장 절절하게 감상할 사람들일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전 1편은 '그냥 비주얼도 신기한데 내용도 재밌네' 정도 였었거든요. 2편을 보고 감동해서 1편을 다시 봤을 땐 달랐지만요. 오늘 3편을 보면서는 스스로가 놀라웠습니다. 내가 얘들에게 이렇게 정이 들었던가. 흠...;;

 

제목에 스포일러 표시까지 해 놓았으니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다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이겠지만.

어쨌든 제겐 올해 최고의 영화였고(인셉션 따위!!!)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픽사는 최고에요. 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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