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솔직히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게 납득이 가질 않아요.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거슬려서 비난하는 것이라면, 헐리우드에서 매년 쏟아내는 액션 영화에도 마찬가지의 비난을 해야 마땅하죠. [악마를 보았다]에서처럼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세세히 보여주지 않고 그냥 얼렁뚱땅 총으로 쏴죽이니까 사실 그 잔인함이 제대로 체감되지는 않습니다만, 따져보면 [악마를 보았다]에서 죽은 사람 다 합쳐도 마찬가지로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 [솔트]에서 죽은 인원의 반에도 못 미칠 겁니다. 인간을 그냥 죽이는 것은 괜찮고, 인간의 신체를 훼손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건가요? 


사이코패스가 어떠한 유형의 사람을 가리키는지 고려한다면, 사이코패스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에 고어씬이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한 일이라는 데에 많은 분이 동의할 겁니다. 그러한 장면이 영화 속 인물의 갈등과 맞물려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 이것을 비난하는 것의 근거는 더욱 박약해질 수밖에 없겠죠. 


결국 이 모든 논란은 헐리우드의 폭력을 '오락'으로 받아들이면서, 김지운 영화의 폭력을 '폭력'으로 받아들이는 이중잣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 것 같구요. 하지만 영화 속 이미지가 현실 속에서 모방되거나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정말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예 이러한 영화의 제작부터 결사반대하고 나서야지요. 게다가 사람의 얼굴을 기괴하게 조립시켜놓은 피카소, 온갖 신체 장기를 뒤섞어 놓은 베이컨 같은 화가의 작품도 예술로 떠받드는 대신 재검토해보아야겠죠.


[악마를 보았다]가 졸작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정당한 평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영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옹호하는 행위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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