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13:09
저는 고트프리트 켈러....어디서 들었더라 끙끙거리다가 검색을 해 보니 창비에서 나온 [젤트빌라의 사람들]을 사 놓은 겁니다. 왜 사놓은 것이야, 생각해 봤더니 제발트가 인터뷰에서 언급해서요. 이게 얼마 되지도 않은 일인데 기억이 안 나다니. 제발트는 자신의 작품 경향에서 어떤 영향을 찾는다면 19세기 독일 산문문학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중 고트프리트 켈러라는 스위스 작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역시 처음 들어 본 작가라 작품을 찾아 봤었고 창비 책을 샀었네요. 그리고 이번에 연말이기도 해서 대작 [초록의 하인리히]를 거금(*럽게 비쌈)을 들여 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초록색 옷을 줄여 입혀서 '초록의 하인리히'라는데 애초에 왜 아버지는 초록색 옷만 남겼는지는 읽어 봐야 알겠습니다.
연말과 '초록색'은 관련 있...겠죠..붉은 색과 더불어. 사실은 이 책이 2009년에 나온 책이라 품절될 걱정에 그냥 샀습니다.
2.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네 페이지 읽고 어쩔까...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을 자기 이론으로 전개시키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으며 면역학적 기술에 힘입어 그 시대를 졸업했다, 라고 단언하며 시작합니다. 21세기는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 바이러스적이지 않고 신경증적 질환의 시대라고 말이죠. 이 책이 2010년에 독일에서 나왔나 봅니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이질적인 것의 위협보다 우리들 안에 있는, 내 것으로 여긴 것들이 우리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시대라는 것인데, 코비드19를 겪은 지금 이 책의 설득력을 생각하게 되네요. 외부 요소의 부정성이 갖는 위협을 만만하게 본 거 아닌가 싶고. 지금은 이 책을 어떻게들 평가하는가 궁금하네요. 그래도 책이 얇기도 하고..일단은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요. 코끼리 다리 더듬기식으로 가다 보면 목이나 등짝에 이를지도.
3. 넷플릭스에서 웨스 앤더슨이 만든 로알드 달 시리즈를 봤습니다. 근래 본 영상물 중 가장 만족. 요즘 영화를 잘 안 보고 있긴 하지만요. 백조, 쥐잡이 사내, 독,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상황극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담아 독특하게 살렸어요. 모두 우열 없이 좋았어요. 웨스 앤더슨 좀 다시 보게 되고요. 다시 보니 선녀같네요. 배우들 너무 잘 하고요. 한 편 한 편이 연극을 본 느낌입니다. 이어서 계속 나오면 좋겠는데 예정이 있을까요.
4. 요즘 게시판이 자주 멈춥니다? 지난 몇 년 중 짧은 기간에 횟수로는 제일 잦은 것 아닌가요. 갑자기 이용자가 폭증해서라면 좋겠습니다만 그건 아닌 거 같고.
2023이란 숫자에 적응도 못 했던 느낌인데 2024가 곧입니다. 개인이 적응하던 말던 날짜로 표시된 시간은 마구 흐릅니다.
연말이래야 다를 거 없네요. 노견 보살피는 일상에 괜히 책지름이나 좀 더 하고 그렇게 즐기지 않으나 가끔 생각나는 초콜릿을 기분낸다고 이거저거 질렀습니다.
그냥 하루를 그냥 순간순간의 시간을 산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3.12.06 14:00
2023.12.06 15:25
저도요. 거기 더해서 세계문학이 고루 번역되지 않는다는 근거 모를 생각도 오래 가지고 있었어요. 내가 아는 작가, 가는 출판사만 들여다 봤을 뿐이면서.
읽고 싶은 작가와 책이 너무 쌓이지만 이제는 근성도 체력도 딸리네요. 나이들어 여유로울 때 계획한 생활에서 눈과 관절 조건은 왜 염두에 없었는지....
2023.12.06 15:24
2. 제가 안 읽은 한병철 책만 쏙쏙 읽으시는 thoma 님. [서사의 위기]는 밀리의 서재에 들어와 있는데 손이 안 가더라구요, 아직까지는. 너무 유명한(?) 책들은 안 읽게 되는 습관이 있나 합니다. [피로 사회] 나온지 천년 만년 된 것 같았는데 2010년이라니. 하기사 2010년도 13년 전이지요.
1. 가끔 어떤 작가들의 독서 이력들을 보면, 우리도 읽는 작가의 책들이 줄줄 나올 때가 있어서 이 책들은 세기를 떠나 얼마나 많이 읽히고 있나 하는 기묘한 감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전 영화를 옛날 사람이 봤다고 하는걸 보며, 어떤 영화들은 시간을 떠나 얼마나 많이 보게 되는 건가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좀 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읽을 것 같은 곳에서 좋은 것들을 찾아보려고 둘러보는데 역시나, 그런 걸 안 하는 이유가 다 있다는 생각.
2023.12.06 15:33
[서사의 위기]도 짧아서 함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읽었으니 어렵지도 않고요.
오래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하는 책이나 영화는 대부분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읽고 실망하고 욕할 부분이 생긴다면 그것은 나만의 개성이며 그런 작품은 나의 소중한 리스트에선 제외해 버리는 것이죠.ㅎㅎ 저도 저의 리스트를 잘 짜나가고 싶어요. 부지런하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남지 않은 것 같고 말이죠.
2023.12.07 00:16
1. 그래도 똑똑한 어린이답네요. 저를 그런 데 앉혀 놨으면 누군지도 모르면서 걍 되게 위대한 분인갑다... 하다가 오히려 나이 먹고 실망했을 겁니다. ㅋㅋ
3. 재밌죠? 어찌보면 웨스 앤더슨 본인 영화들보다 재밌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검증된 원작 파워란 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인 듯.
2023.12.07 12:10
1.열네 살 때였다니 헛발질이 일상인 청소년 때였나 봅니다.ㅎㅎ
3. 뭔가 완전한 느낌이 들었어요. 과장스러운 표현일지 모르지만요. 최소한 웨스 앤더슨이 만든 작품 중에선 그런 거 같습니다.
1. 청소년기에는 또래 중에서 '책을 많이 읽는 애'로 통했고 나름 문학에 조예(!)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었으나, 성인이 되고 나서야 내가 들어봤을 정도면 사실 세계적인 작가이고, 나는 그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작도 읽은 것이 드물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잘 사지는 않지만) 아끼는 책을 때때로 다시 읽는 장년이 되어 되돌아보니 저는 뭘 몰라서 귀여운 청소년이었고 저만 그런 것도 아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