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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월화가 지나고 수요일 아침이네요. 밀회가 아닌 또 다른 일터로 향하는 출근길이랍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 봄날 처럼 밀회에 대한 감각들이 다른 일상으로 무뎌질까 두려워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조금 이른 종영 소감을 적습니다.

'상류사회의 인간이 되리라' 살아왔던 혜원. '저를 불쌍하고 학대하게 만든 건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살면서 저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한테 상처와 절망을 줬겠죠. 그래서 저는 재판 결과에 승복하려고 합니다.' 고해한 혜원. 범법에 앞서 스스로를 기만하며 오랜 세월을 보내온 혜원이 속죄하고 자신의 진정한 주인으로 첫 발을 딛는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 저는 어쩌면 선재가 천재이기 보다는 천사에 더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모든 오혜원들의 영혼을 비추고 구원하는 거울 같은 존재 말이죠. 

tv드라마는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는 모두에게 가장 쉽고 친숙한 오락이고, '인생'과 '인간'의 면면을 담아내며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세상을 바라 보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선재'를 연기하며 아주 솔직한 굴곡의 거울이 되고, 뒤틀리지 않은 통로가 되어 시청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던건 배우로서 일하며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 
저 역시 화면 앞에서 가슴 졸이며 드라마를 즐겼고, 한 켠에선 선재가 돼 거울 앞에 서서 참된 인간과 진정한 삶이란 무엇일까 질문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내가 욕망하고, 가진 것들로 부터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것인가.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너무 무겁고 진지해서 때로는 손 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2014년의 봄은 한 평생, 그리고 매 순간을 점검하고 몰두하며 풀어내야 할 그 숙제를 확인하고, 희미하게 가져왔던 정답들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불륜은 파국을 맞았고, 사랑은 꽃을 피웠고, 혜원은 이제서야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에 들었습니다. 선재의 마지막 대사 '다녀 올께요' 최고의 해피엔딩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예술의 통속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드라마라는 현실적인 시스템 안에서 풀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대놓고 어루만지거나 불쑥 던져놓기 녹록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그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구요.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고 드라마라는 기법으로 이 모든 과정을 흥미롭고 진득하게 풀어내며 '밀회'의 세계를 창조한 강직한 어른. 안판석 감독님, 정성주 작가님. 넉넉한 여유와 진정성을 보여주신 두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그 세계에서 충분히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 한 순간들이 떠올라 아쉽고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김용건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후배 배우 여러분과 스탭분들, 같은 세상에서 숨 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파트너 김희애 선배님. 감사합니다. 볼이 뜯기고, 무섭게 혼이 나도 기분 참 좋았답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밀회'를 솔직하게, 끝까지 즐기며 최고의 사랑을 보내 주신 시청여러분. 이제 손 발 펴고 안녕히 주무시길.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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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선재 연기 참 좋았어요. 선재 캐릭터에 있는 순수, 이상 같은 걸 배우가 디테일을 몸에 맞춘듯 잘 창조하고 집어넣어서 현실성을 얻었어요. 그리고 피아노 연기는 배우로서도 그냥 일상적인 연기 이외 자기 내면에 있는 예술성 같은 걸 맘껏 끄집어냈다는 느낌도 들고. 듀나게시판에 밀회 얘기 올라와서 보기 시작한 사람이라 올려봐요.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저에게도 에너지가 된 작품이거든요. 지금 이 순간 내 삶에도 영향을 키쳤는데 배우에게는 더욱 그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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