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0 23:10
애틀랜틱스(Atlantics,2019)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초고층빌딩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삼개월째 체불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도입부입니다. 이들 중 한 명이 주인공 아다와 사랑하는 사이인 술레이만인데 그는 친구들과 스페인 밀입국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모두 죽은 것 같습니다. 말없이 떠나버린 술레이만에 대한 충격 속에서 아다는 부모끼리 정해 놓은 부유한 약혼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데... 가난한 연인과 집에서 미는 부자 약혼자. 아프리카도 음...시공을 초월하는 멜로 설정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슬슬 초자연적인 장면들을 곁들입니다. 바다로 떠난 젊은이들의 억울함, 분노, 미래에 대한 꿈, 못다한 사랑이 그냥 수장되고 끝날 수는 없다는 듯이요. 저는 이 영화가 진혼제의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전설 이어도 생각도 났지만 깊게 연관지어 생각은 안 했고요. 자칫 샛길로 빠져서 엉뚱한 연결을 지을 것 같기도 해서, 또 요즘 뭐 생각하기가 싫은데 이것도 노화현상일까요? 일시적 현상이길 빌며.
보고나니 이 영화의 인상적인 점이 바다가 자주, 오래 보여진다는 것인데요, 몇 초 이상 바다만 잡힌 화면이 최소한 대여섯 번은 되는 것 같아요.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눈에 보여요. 그리고 바다에 물이 엄청 많습니다.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하시겠지만 영화를 보면 제 말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일단 해안선이 우리 바다보다 무지 길고 파도도 높고 길고 깊게 꿈틀거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지는 않고요, 사람 사는 동네나 거리의 먼지 앉은 누추함과 대비되어 굉장히 야성적이고 위협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만한데 머리가 안 돌아가네요. 세상에 대한, 삶에 대한 욕망과 그 위험일 수도, 착취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의 이미지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네갈 배경으로 그곳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 당연히 처음 봅니다. 세네갈 특히 수도 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의 왼쪽 끝에 위치해요. 왼쪽 돌출부로 가장 서쪽입니다. 스페인과는 꽤 멀고요. 지도만 봐도 바다의 도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찾아봤는데 혹시 시간되시면 찾아 보시길ㅎㅎ 감독은 마티 디오프, 세네갈계 프랑스인입니다.
2019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작품입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받은 같은 해입니다.
2021.10.10 23:22
2021.10.10 23:28
오,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바다, 모성, 근원 그럴듯합니다.
2021.10.10 23:39
세계 공통적으로 엄마라는 말에 m이 들어가는 이유가 윗 입술과 아랫 입술을 부딪히며 낼 수 있는 소리라 아기가 쉽게 낼 수 있어 그런다고도 해요.
2021.10.11 00:02
칸 영화제 때 입소문 듣고 넷플 올라온다는 소식에 바로 봤던 작품이네요. 참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던 기억이 나요. 마티 디오프 감독은 클레르 드니 감독의 35 Shots of Rum이라는 작품에 출연했었던 배우 출신인데 감독으로 데뷔해서 이런 좋은 작품을 냈더군요.
2021.10.11 09:18
감독이 세네갈의 젊은 층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절실함은 이해했지만 마지막 아다의 대사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어요. 전체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영화였지만요.
바다로 화면을 가득 채우거나 바다와 인물이 함께 찍힌 장면들, 바다의 이미지 활용은 모두 인상적이었고 특별했습니다. 그곳의 현실 젊은이들의 삶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요.
2021.10.11 12:41
아무래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자란 것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바다라도 한국 사람들이 보는 바다와 세네갈 사람들이 보는 바다는 다를 테니까요. 그래서 이 나라 저 나라 다양한 문화권 영상물들을 보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똑같은 소재라도 표현하고 보여주는 게 다 달라서. ㅋㅋ
2021.10.11 14:09
맞습니다. 광막한 해안선을 가진 세네갈 사람이 우리나라 바다를 보면 '참 아기자기하기도 하지' 이러겠지요.
2021.10.11 18:01
세네갈이라.. 방금 옆에 지구본에서 찾아봤습니다. 대서양으로 제일 많이 튀어나온 나라네요.
제가 세네갈을 처음 가까이 느낀것은 수산시장에서 본 세네갈산 갈치였습니다. 국산 갈치의 절반 가격에 옆에 누워있더군요.
바닷물 하면 저는 세월호 생각이 납니다. 코로나 터지기 전 여행가서 스노클링한다고 깊은 바닷물 들어가서 대롱대롱하며 세월호 생각이 나서 못하겠다고 나왔습니다.
2021.10.11 18:45
저도 세네갈 지도 검색하다보니 갈치 이미지가 떠서 유명한가 했습니다. 맛은 어떨까 모르겠네요. 우린 제주산 갈치맛을 최고로 치니까.
생각 못 했는데 이 영화의 아픔과도 연결 지점이 있네요.
며칠 전 다시 본 <맨헌터>도 바다 보여 주면서 끝나더군요. 마이클 만 영화에 은근 바다 장면이 나옵니다.
불어로 바다 la mer - 어머니 la mere - 죽다 mourir 모두 m이 들어가죠. 스페인 어에서도 바다 mar, 죽다morir,여자mujere,어머니madre에는 전부 m이 들어가요. 이탈리아 어서도 바다 mare - 어머니 madre- 죽다 morire ,바다와 모성, 여성, 죽음은 많이 결부되는 이미지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