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3 23:53
- 딱히 스포일러가 될만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습니다.
(도대체 사울은 언제 나올까요.)
- 개인적으로 '브레이킹 배드'에서 사울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기능성이었다고 봅니다.
일단 작가들의 마술 지팡이였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구요? 사울을 등장시킵시다!! 이런 느낌. 이렇게 유능한 인간이 왜 저런 허접한 사무실에서 저렇게 허술하게 일하고 있지? 싶을 정도로 뭐든지 다 해내는 사울 굿맨! 이런 느낌이었구요.
또 후반 시즌들로 가면서 점점 삭막하고 퍽퍽해지는 이야기 와중에 유머를 불어 넣어주는 고마운 캐릭터이기도 했어요. 덕택에 그 바삭바삭한 이야기를 연달아 달리면서 숨 쉴 틈을 얻었다는 느낌. 또 그 코믹한 분위기 덕택에 황당할 정도의 유능함을 진지하게 따지고 들기도 애매해지는 뭐 그런 것도 있었구요.
근데 그 캐릭터를 갖고 시리즈를 따로 만든다? 이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 평이 워낙 좋고 또 어쨌거나 재밌는 캐릭터였으니 그냥 봤죠.
(본편의 인기(?) 캐릭터들은 당연히 다 출동 시킬 생각인 듯. ㅋㅋㅋ 근데 저 분 보면 볼수록 유승준 닮았...)
- 사울이 '사울'이 아니라 '지미'였던 시절. 그러니까 '사울 굿맨 비긴즈' 식의 이야기겠거니... 했고 뭐 사실 그게 맞습니다만. 참으로 의외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건 이야기 진행 속도입니다. 전 당연히 시즌 1이 끝날 때쯤엔 지미가 사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시즌 3의 3화까지 본 지금까지도 지미는 그냥 지미네요. 이제사 사울의 그림자가 간신히 비치기 시작했다는 느낌인데. '브레이킹 배드'가 워낙 히트작이었다 보니 제작진도 투자자도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모양입니다. 성공에 대한 어지간한 확신 없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 못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ㅋㅋ
근데 그게 그냥 느린 게 아니라 뭐랄까. 정말로 진지하게 각 잡고 캐릭터에 대해 파고 든다는 느낌입니다. 지인짜 나쁜 놈이었고, 지금도 모자라기 짝이 없고, 하지만 본성은 좋은 놈이고. 이렇게 말로 요약하면 되게 뻔한 얘긴데 그걸 이렇게 궁서체로 진지하게, 또 디테일하게 파고드니 납득이 되네요. 보면서 웃으면서도 이 양반에게 예정된 미래 생각이 나서 짠하고 애잔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울 파트에서 거의 사울만큼 중요한 게 이 분이죠. 진짜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는데 사연도 적절하게 잘 풀고 배우님 연기도 좋아서 자꾸 설득되어 버리니 곤란...;)
- 전 '브레이킹 배드'보다 이 시리즈가 훨씬 맘에 듭니다.
일단 지미가 아무리 모자란 사고뭉치라고 해도 월터에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공감이나 이입이 가능한 매력적인 인물이구요. 또 지미의 주변 인물들도 '브레이킹 배드'의 인물들보다 훨씬 공들여 다듬어진 느낌이에요. 파트너 겸 연인 역할인 킴을 보면 '대체 왜 이렇게 멀쩡한 여자가 자꾸 지미 때문에 본인 앞길을 망치는데?' 싶으면서도 또 '그래 킴은 그럴만한 좋은 사람이지' 라는 생각이 들구요. 지미 인생의 빌런이자 아키 에너미인 그 HMM 사람들도 첫 등장 느낌과 다르게 되게 입체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요. 지미 형은 뭐... 음. 정말 짜증나는 역할만 도맡는 캐릭터인데도 각본이 필사적으로 아예 정을 떼지는 못하게 하는데 그 솜씨가 좋아서 짜증이 납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뭔가 인간적입니다. 솔직히 '브레이킹 배드'는 뭔가 좀 자극적인 사건들이 캐릭터를 몰고 가는 느낌이 종종 들었는데, 이 시리즈는 어떤 사건이 펼쳐지든 일단 캐릭터들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바탕엔 딱하고 서글프면서도 어쨌거나 인간적인 느낌 같은 게 있구요. '몰입'은 브레이킹 배드가 나을지 몰라도 '이입'은 이쪽이 훨씬 위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자든 남자든 정 줄 상대를 잘 골라야 인생이 편안하다는 교훈을 안겨주는 우리의 킴씨. ㅠㅜ)
- 또... 이건 참 위험한 발언입니다만. 그냥 이 드라마가 더 잘 만든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무래도 좀 오래 묵은 드라마라 그런지 '브레이킹 배드'는 종종 '허허 이건 좀?' 이런 느낌이 드는 구간들이 있었는데요. 이 시리즈는 그냥 되게 자연스럽게 잘 흘러갑니다. 자극적이고 막장스럽고 그런 사건들이 충분히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튀는 느낌 없이 그냥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굴러가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막 드네요.
(그냥 이 양반들 나올 때마다 너무 웃겨서 정들었어요. 특히 저 아내분! ㅋㅋㅋㅋㅋㅋㅋ)
-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이 시리즈는 주인공이 둘이네요. 지미와 마이크요.
지미 이야기만큼이나 마이크 이야기도 잘 짜여져 있는데. 본편(?)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좋아했던 마이크의 특징과 매력을 잘 살리는 사건들로 이야기를 구성하면서도 또 그게 절절하고 진지한 드라마로 와닿도록 참 이야기를 잘 쓰고 있습니다. 여전히 쓸 데 없이 먼치킨이긴 합니다만. ㅋㅋㅋ 뭐 원래 이 캐릭터는 그게 매력 포인트였으니까요.
또 이 둘의 이야기가 좀 장르(?)를 달리하며 전개되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식인 것도 훌륭해요. 지미 쪽 이야기에선 그렇게 막 살벌한 사건 같은 건 안 벌어지죠. 이 쪽은 사고뭉치 양아치 출신 변호사의 애잔한 가족 이야기 & 변호사 생활 이야기를 진지하게 보여주고. '브레이킹 배드' 같은 분위기를 원할 팬들을 위해선 마이크가 계속해서 살벌한 사건과 액션들을 보여주고요. 사실 지금 지미 형과의 끝없는 트러블 때문에 살짝 지치려는 중인데, 잠깐 끄고 다른 거 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천하무적 뭐든지 잘 하는 마이크님이 스트레스를 풀어주셔서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ㅋㅋ
(제목과 다르게 사실상 더블 주인공인 것 같더군요. 아만트라우트 할배 멋지심!!)
- 근데 이게 마지막 에피소드가 한국엔 언제 풀린다구요? 아마도 한 주 정도 지나면 거의 다 볼 것 같은데. 다 봐 놓고 마지막 에피소드 보려면 2주 더 기다리렴... 이러면 성질날 것 같아서 속도 조절을 좀 해야할 것 같아요. ㅋㅋㅋ vpn을 쓸 정도의 정성은 없구요. 그냥 순리대로 보는 걸로!
2022.08.24 01:27
2022.08.24 09:48
역시 인터넷이란! 팬들이란!!! 이란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시즌 3 들어오니 드디어 그 전설의 닭집(...)도 나오고 뭔가 이야기를 '브레이킹 배드'와 연결시키는 걸 슬슬 시동을 걸더라구요. 다들 극찬을 하시니 어떻게 절묘하게 이어가나 두고 봐야겠습니다. 하하.
뭐 당연히 상식적인 의미의 해피엔딩은 아닐 텐데. 말씀들 들어보면 그렇게 막 가혹한 건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우리 지미 아저씨 철은 들 거고... 궁금하지만 걍 느긋하게 달려 보겠습니다!!
2022.08.24 12:05
네 느끼신대로 그 때 쯤에 슬슬 시동을 걸어서 4~6시즌은 확실히 브배와의 연계점이 더 강해집니다. 그렇다고 지미 맥길의 과거 이야기가 흐릿해지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균형을 잘 잡았어요.
기다리시는 사울 굿맨의 모습은 4시즌 쯤에 시동을 걸다가 5~6시즌 정도에서 많이 보실 수 있을겁니다 ㅎ
2022.08.24 12:11
근데 사실 지금 지미 이야기가 예상보다 꽤 만족스러워서 굳이 '브레이킹 배드 월드' 속의 지미를 봐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균형 잘 잡았다고 하시니 기대해보는 걸로! ㅋㅋ
2022.08.24 04:47
2022.08.24 09:53
사실 이게 그냥 브레이킹 배드 2 같은 거라고들 하셨으면 오래오래 한참을 더 미뤄뒀을 건데요. "정말 제작진의 캐릭터 사랑이 뚝뚝 흘러 넘치는 거 같아요." 같은 말씀들을 듣고 보기로 결심했네요. 나이 먹고 점점 그런 게 더 좋아지더라구요. ㅋㅋㅋ 우리 끝까지 훈훈하게(?) 잘 달려 보아요.
마이크는 원래 멋지죠. 너무 대놓고 멋지라고 만든 캐릭터이기도 하고, 또 그걸 부담스럽거나 허세스럽지 않게 배우 아저씨가 너무 잘 살려주고요. 전 아직 많이 안 봐서 아직도 멀쩡한 저 며느리에게 뭔 일이 생기려나 부들부들하며 보고 있습니다. ㅠㅜ
2022.08.24 10:53
2022.08.24 12:12
네 이야기가 참 잘 짜여졌죠. 큰 전개도 좋고 디테일들도 좋고 정말 작정하고 썼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ㅋㅋ 즐겁게 보시길!
2022.08.24 13:22
지미라는 캐릭터의 특별한 점은 비록 이 사람이 정말 사악한 (...) 재능을 타고났지만, 동시에 선한 심성을 타고났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전 뜬금없이 럭키 맥키의 <메이>가 생각났어요) 이렇게 상충하는 두 본성이 서로 다른 자아를 만들고, 두 자아가 서로를 밀어내며 캐릭터를 형성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시즌이 갈수록 불이 붙는 BB & BCS 유니버스의 특성상 후반 시즌은 더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피날레의 감정적 여파가 꽤 센 편이니, 약간 숨을 골랐다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ㅋㅋ.
2022.08.25 08:26
오덴커크 아저씨가 지미의 그런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려주는 것 같아요. 나쁜 짓 할 때도 뭔가 동공 흔들리는 느낌... ㅋㅋ 시즌 3 후반부쯤 가니 이제 스토리상 드디어 독해지는 것 같지만 그런 이중적인 느낌은 계속 이어지겠죠.
지금 기분으론 그냥 쭉 달리고 싶은데 체력이 막아주고 있습니다. 보다가 자꾸 뻗어요. ㅋㅋㅋ 그래도 다음 주 안에는 다 보지 않을까 싶구요. 한국에도 마지막 회가 얼른 나와야!!!
2022.08.24 15:23
저도 2시즌 끝나고 한3년이아니라 5년만에 3시즌 시작했어요. 도통 기억이 잘 안나서 후반 에피 두어개를 재감상해야했습니다 ㅎㅎ
척 캐릭터 정말 짜증나죠. 전 이 배우양반을 프렌즈에서 모니카에게 "마콜릿"레시피 개발하라고 의뢰한 사장님 역으로 처음 봤었는데요.
커리어 후반에 정말 인생캐릭터를 맡으신 것 같더라고요 ㅎㅎ 말씀대로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칭찬).
2022.08.25 08:52
5년만이라니 아예 처음부터 훑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꽈. ㅋㅋㅋㅋ
가끔 이렇게 나이 한참 먹고 좋은 연기 보여주시는데 뉘시지? 싶은 분들 커리어 찾아보면 재밌더라구요. 우리 마이크 아저씨도 어제 보니 무려 '그렘린'에 나오셨더라능!! ㅋㅋㅋ
2022.08.25 09:13
마이크 아저씨 비버리 힐스 캅 1편에도 나오셨습니다. 꽤 포스있는 악역으로 ㅋㅋ
나름 머리 길르셨던 시절! 이미 이마는 휑~하지만요 ㅠㅠ
2022.08.25 12:39
ㅎㅎㅎ 원래 눈으로 모든 걸 커버하시는 분이었군요. 멘탈이면 멘탈, 인성이면 인성 드라마 최고 아닌가요?(저는 6시즌 아직 남겨뒀지만)
2022.08.25 13:37
너무 최고여서 역대급으로 비현실적인 할배지만 멋있으니 용서하며 보고 있습니다. ㅋㅋ 이 분만 나오면 장르가 갑자기 '강호의 의리가!!!!'로 바뀌는 느낌도 들고 그래요. 하하.
2022.08.24 17:32
몰입과 이입 정확한 평이네요. 저도 시즌2때부터 이미 브베보다 이게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말씀하신대로 성공했으니까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이겠죠. 단점이라면 분명히 과거인데 브베보다 나이든 마이크와 사울의 얼굴 정도ㅠㅠ 마지막 시즌에선 정말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 작품을 소니에 처음 제안할 때만 해도 30분 코미디였다는데 상상이 안되죠. 매주 다른 코미디언이 와서 법률 상담을 받는 포맷이었다고 하니, 창작 과정이란 신기한 일입니다.
2022.08.25 09:00
배우들 얼굴 때문에 가끔 회상씬이 나오면 막 헷갈려요. 완전 풋풋해야 하는데 이미 삭아 있으니. 그리고 시즌 거듭될 수록 그 위화감이 강해지니까 마지막 시즌쯤 가면 정말 작은 문제는 아니긴 하겠습니다. ㅋㅋㅋ
보니깐 '토킹 사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혹시 그건가' 했더니 이건 그냥 평범한 제작진 후기 토크로군요. 암튼 덕택에 많은 사람들 인생 드라마 만나고 배우들도 꽃이 펴서 좋습니다. 하하.
2022.08.25 10:57
2022.08.25 14:06
맞아요 저도 가벼운 코미디를 기대하고 시작했던지라, 그래서 더 좋게 평가하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조이도 열심히 봤지만.. (차마 재밌게 봤다고는 말 못하는 슬픔)
위험한 발언 전혀 아닙니다. 이미 이거 4~5시즌 정도 방영됐을 시기부터 브배 vs 베콜사가 팬들 사이에서 핫한 떡밥이거든요 ㅎㅎ 마지막까지 대호평 받으며 마무리한 지금도 그렇구요.
지금 돌이켜보니 새삼 놀라워요. 저는 이거 처음에 제작소식 들렸을 때 갸우뚱 했었거든요. 사울 굿맨이 참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했습니다만 말씀대로 위기상황에서 만능 해결사처럼 써먹는 기능적인 조연이기도 했고 굳이 스핀오프를? 특히 걱정됐던 건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인기 TV 시리즈의 사골 우려먹기로 제작된 스핀오프, 프리퀄 같은 시리즈들은 죄다 처참하게 망했던 기억밖에 없었거든요. 뭐하러 완벽하게 끝난 브배같은 명작마저 이렇게 흠집을 남기나 싶었는데 결과는!!!
다른 관련글 댓글에서도 썼던 얘기인데 거의 전편의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하면서 그 영광에 자만하지 않고 그동안 쌓은 내공과 경험을 살려서 더욱 성숙해지고 말끔하게 다져진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떡밥 깔았다가 회수하는 큰그림 그리는 능력은 브배에서도 돋보였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특히 이젠 브배와 엮어서 역사가 길어지다보니 시리즈 후반부에 더욱 거대한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는 쾌감도 상당해요. 프리퀄에서 뭔가 기존 등장인물의 백스토리를 너무 심오하고 많이 넣으려다가 전편의 감동까지 깨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여기선 그러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깊이를 더해줍니다. 빈스 길리건과 피터 굴드는 이 두 시리즈로 TV 시리즈 역사에서 정말 큰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해요.
적당히 페이스 조절해가면서 캐릭터들에 정들어가며 마지막까지 쭈욱 달리시면 엔딩에서 감정적으로 여운이 상당하실 겁니다. 기대치를 더욱 높이셔도 실망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브배 같은 경우는 임팩트도 강했고 논리에도 맞는 훌륭한 엔딩이었지만 여운이 남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좀 길게 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