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 17:14
고등학교 시절부터 저를 잘 따르던 후배가 있습니다.
제가 만나본 중 가장 영특하고 당연히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친구인데요.
한 달 전쯤 오천만원 정도 빌려달라고 소심히 부탁해왔어요.
아파트를 옮기는데 평수가 커져서 전세금이 부족한데 3주 정도면 갚을 수 있다면서...
가족끼리도 돈 거래는 안 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는데, 워낙 예뻐하는 후배라 두 말 않고 통장에 입금해줬습니다.
근데, 근데, 근데.... 이 친구가 미국으로 사라져버렸네요. 안 돌아올 거라고.
제가 허술한 구석이 많은 사람인 건 자각하며 살아왔지만, 이 나이에 아직도 이렇게 당하고 살다니... 원~
2022.10.19 17:59
2022.10.19 18:02
2022.10.19 18:08
2022.10.19 18:14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제가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요소가 뭘까 생각해보게 돼요.
착해보여서? 그건 아닐 건데... 제가 원칙이 분명한 성격이라 한 성질하고 어른들에게도 밀리지 않고 싸워내거든요.
마음이 약해지는 부분은 있죠. 근데 그런 면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요.
이상한 게 후배에게 화가 안 난다는 거에요. 이 친구가 그동안 마음으로 절 의지하고 살아왔다는 걸 아니까요. (잘났네~ 잘났어~ㅋ)
2022.10.19 18:28
2022.10.19 18:33
2022.10.19 18:32
2022.10.19 18:37
이상하죠? 저는 부모님, 형제. 친구에게도 이런 하소연 안 하거든요.
근데 듀게에 조잘주절 쓰고 나면 마음이 많이 풀려요. 단지 익명게시판이라서가 아니라
듀게인이 가진 독특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함돠~
2022.10.19 22:19
힘내세요 주식투자로 오천날린것보다 나을듯요
2022.10.19 22:25
저도 하소연 하러 왔다가... 할 말이 없네요... ㅠㅠ 우짠대요.. 오백이든 오천이든 사람에게 뒷통수 맞았다는 것 때문에 넘 화날 것 같아요 ㅠㅠ
2022.10.20 12:29
저런... 돈도 돈이지만 사람 잃는 것이 진짜 낭패지요.
저도 돈 몇천에 20년 친구를 잃은 적이 있어서 어디로갈까님 속상한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달라고 해도 줬을 친구였는데 지금은 소식도 알 수 없습니다. 언젠가 그 친구 일이 잘 풀리면 다시 인연이 닿을까요.
그래도 예전 마음은 회복되기 어렵겠지요.
2022.10.21 10:52
아침에 연락이 왔어요. 죽기 전에 돈은 꼭 갚겠다고.
그렇게 힘들면 내게 말을 했어야지 하니까... 묵묵부답.
제가 짚어줬죠. 넌 20년째 내게 아침인사를 가장 먼저 건네온 사람이라고. 그걸로 미운 감정은 끼어들지 않는다고.
힘든 일 있으면 말을 하지. 모른 척 안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다들 하소연할 일이나 도움 청할 일이 있으면 말하고 살아요.
요즘 세상이 삭막하다 그러지만 실은 안 그래요. 어떻게든 도웁니다.
2022.10.21 11:57
2022.10.21 12:09
가영님. 제가 몇분 전부터 듀게 탈퇴할 궁리를 하고 있어요.
뭣 때문인지 제가 눈꼴셔서 못 보겠는 분이 계셔서요.
뭐하러 제가 이런 곳에 의견/흔적을 남기겠나요. 한 사람이라도 제 낙서 안 보면서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 게 도리일 듯.ㅋ
어떡할까요. 제가 썼던 글 다 지우려니까 그것도 큰일이네요. 에쿠나 -_-
2022.10.21 14:04
2022.10.21 16:44
2022.10.21 16:51
에쿠나~ 따숩기도 하시지.
근데 저는 나이들수록 세상/사람들이 무서워요. 다들 너무 날서 있어서요. 에취~
2022.10.21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