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잡담

2010.08.15 17:00

조회 수:2363

여행이라기 보다는 동남아 출장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왔습니다.

날씨는 한국이 훨씬 더 동남아스럽네요.

자카르타나 싱가포르는 의외로 선선한 편이었거든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불편했던 건 화장실이었습니다.

호텔이야 좋은 특급호텔이었으니 괜찮았지만,

공항이나 외출지역에서는 좀 곤혹스럽더군요.

공항 화장실에서 궁금했던 건 양변기 위에 시커멓게 묻은 신발 자국이었습니다.

그 자국을 보면 이 나라 여인네들은 양변기 위에 신발을 신고 올라앉는게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휴지도 없고 물호스만 있는 걸로 봐선 뒤처리 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될텐데,

어떻게 물기를 닦아내는지 그게 참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여인네들에게 그런거 물어보기란 매우 실례일테고,

혹시나 그런거 물어봤다가 잡혀갈까봐 꾹 참았습니다.

온 몸을 둘러싼 그 복장으로 양변기에 위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을

그 사람들의 모습을 잠깐 상상하고 말았지요.

 

제가 자카르타는 떠나는 날이 라마단 시작일이었습니다.

가루다 항공을 타고 수마트라 섬에서 자바 섬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좀 비싼 항공기답에 가루다는 기내식을 준답니다.

그런데 승무원이 파란 도시락 상자를 주는 겁니다.

아마도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물을 삼키면 안되기 때문에

해 지고 난 후에 먹으라고 기내식을 그렇게 싸 주는 듯 싶습니다.

 

같이 라마단에 동참할 까 3초 가량 망설였는데,

다음 트랜짓 시간까지 공항에서 마땅히 먹을 것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금식중인 다른 승객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냅다 기내식을 받아 먹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선 도착하는 사람들에게도 보안검사를 하더군요.

노트북도 다 꺼내놓으라고 하고..

신체검사 하는 여자분이 온 몸을 만져대서 기분은 좀 안 좋았습니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동안 희한한 건물이 하나 눈에 띄었습니다.

웬 건물 3개동 위에 배가 한 척 올라타 있던데요.

기사한테 물어보니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이라고 하더군요.

2년전에 왔을 땐 없었으니 작년쯤 오픈한 것 같습니다.

꼭대기 불빛을 보니 레스토랑 인가보다 했는데,

다음날 그 건물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세개의 건물은 모두 호텔건물 (55층)이 맞고,

그 꼭대기에 얹혀진 배에는 호텔 투숙객을 위한 풀장과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풀장이 마치 건물 끝에서 끊기는 것처럼 설계되어 있어 흥미로웠지만,

내리쬐는 햇빛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국내 건설회사에 지은 이 호텔 객실에 물도 새고 장난 아니라는 얘기도

얼핏 들을 수 있었습니다 ㅠ.ㅠ

 

요즘 동남아에서 인천으로 오는 국적기에선 식사를 안 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승객들이 밥 말고 잠 자게 해달라고 건의했다는,,,)

새벽 4시쯤 식사를 주긴 하더군요.

 

틸다 스윈튼이 이태리어로 찍은 '아이 엠 러브'라는 영화를 보고

(집도 예쁘고 옷도 예쁜데, 내용은 여엉~~)

비빔밥을 먹고 졸다 깨다 하다보니 인천이더군요.

그런데, 화들짝 놀란게 발이 어찌나 부었던지 신발이 들어가질 않는 겁니다.

그렇다고 기내에서 나눠준 슬리퍼를 신고 비행기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자카르타에서 새로 산 구두 뒤축을 꺾어 신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299,000 루피 약 4만원에 산 구두라는 데 위안을 받고...)

볼썽 사납지만 기내 슬리퍼 보다는 좀 나아보일 것 같아서요 ㅠ.ㅠ

 

다음부턴 이런 상황을 대비해 신발을 더 갖고 다녀야 할까봐요.

그러고 보니 주위 여성분들은 죄다 조리를 신으셨더군요.

전 복장상 (정장) 구두를 신을 수 밖에 없는데, 뭔가 특별한 해결책을 찾지 않는 한

출장짐이 늘어날 게 뻔합니다.

이럴 땐 패션지에서 여행가는 복장이나 짐싸는 요령 말고

출장가는 여성을 위한 짐싸는 방법, 발 안 붓는 요령 이런걸 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한 장 없이 말로만 올려서 약간 죄송하네요.

그럼 좋은 오후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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