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데드 1]을 다시 봤습니다

2022.10.03 20:40

Sonny 조회 수:362

ff-evil-dead1981-1.jpg


보통의 공포 영화들이 남자 살인마가 여자 희생자들을 쫓아다니는 구도라면 이 영화는 여자들에게 남자가 쫓기는 구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부분에서 여자들이 악령들에게 쫓기는 장면들이 나오긴 하죠. 그러나 [이블 데드]의 주인공이 애쉬이고 그가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는 결국 남자가 여자에게 쫓기는 영화로 봐야할 것 같아요. 애쉬의 남성친구 스캇도 마지막쯤에야 악령에 들려서 돌변하니까요. 애쉬는 영화 내내 여자들과 싸웁니다.


어떤 점에서는 집 안의 여성들을 지켜내지 못한 남성의 죄악감을 그리고 있는 영화처럼도 보입니다. 애쉬가 싸우는 여자들은 악령에 공격을 당한 피해자들이고, 이들은 그 후 돌변해서 애쉬를 괴롭히죠. 특히나 제일 흉측하게 변한 셰릴이 지하실에서 자꾸 나오려고 하는 것은 애쉬의 이성이 누르고 있는 내면의 죄의식이 튀어나려고 하는 모양같지 않나요. 셰릴은 악령들린 나무에게 강간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그의 여자친구 린다는 눈이 하얗게 뒤집어져서 애쉬를 계속 해서 놀립니다. 그를 육체적으로 해하거나 지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를 심리적으로 몰아세우는 그 행위가 독특하죠. 이 영화의 스토리는 쫓고 쫓기는 피지컬 추격적이라기보다는 집 안에서 자꾸 자신의 나약함을 자극하는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반응 그 자체입니다. 


집 바깥에는 뭔가 위험한 것이 있습니다. 그건 종종 집이나 집에 살고 있는 여성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진해옵니다. 이걸 물리치기 위해 애쉬는 지하실에서 엽총을 꺼내옵니다. 그렇지만 집안에 쳐들어오는 것은 나뭇가지를 제외하면 다른 외부적인 것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애쉬를 괴롭히는 건 전부 다 자기와 함께 있던 여자들이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젊은 가부장이 여성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실패하는 이야기같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무덤에 묻었는데 되살아나오다니! 그야말로 죄책감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애쉬는 아침에 악령과 맞닥트리고 마는 거겠죠. 죄의식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정면으로 찾아올테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2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94
121242 하이힐 폭행녀 [28] ColeenRoo 2012.08.23 5271
121241 밟지 말고 밟으세요 어쩌고 하는 공익광고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싫음 [10] 곽재식 2011.04.25 5271
121240 이상하게 생긴 여자 [12] 차가운 달 2010.07.07 5271
121239 [공지] 머루다래님의 글 -자살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를 삭제처리 하였습니다. [44] 룽게 2014.07.14 5270
121238 [바낭] 위대한 탄생 출신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뭘 먹고 살고 있는가. 에 대하여 [13] 로이배티 2012.10.30 5270
121237 문화적 충격! 기름없이튀기다니! 에어프라이어! [12] chobo 2012.01.02 5270
121236 맥주 칼로리가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요?? [9] 낭랑 2010.12.02 5270
121235 2010 월드컵 노래 wavin' flag [1] 부끄러워서 익명 2010.06.12 5270
121234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세르비아의 영화 추천 <Lepa Sela, Lepo Gore> [2] 열아홉구님 2011.01.11 5269
121233 [나는 가수다] 티비 보다가 너무 화가 났어요 [10] 태엽시계고양이 2011.03.06 5268
121232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은 조중동 [2] 빈칸 2010.06.03 5268
121231 노무현은 결국 뻥을 친꼴이네요. [8] soboo 2013.06.25 5267
121230 30대초 여성 첫차 구입 도움 부탁드립니다.(리플 감사합니다) [36] 신윤주 2013.02.12 5267
121229 결혼적령기 성비불균형 [33] 생강나무 2011.05.14 5267
121228 모임 참석여부를 문자로 알려달라고 왔는데 답장이 살짝 이해가 안갑니다. [11] chobo 2014.06.02 5267
121227 시간강사인 저의 경우 연말정산 어떻게 하는것인지요? [4] 트리우즈 2011.01.28 5267
121226 남자 나이 마흔에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 [5] 사팍 2017.05.22 5266
121225 창녀라는 말이 왜 좋지 않은 거죠? [24] 도야지 2011.01.30 5266
121224 [바낭] 유지태 & 김효진 커플 [8] 별가루 2010.09.13 5266
121223 내 곁에 있어줘 [17] Bigcat 2015.12.26 52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