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전조와 국가의 소멸

2022.09.21 12:47

칼리토 조회 수:734

시간이 참 빠릅니다. 벌써 9월도 막바지로 가네요. 추석 연휴도 지나고.. 살고 있는 아파트는 드!디!어!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엘리베이터라는 문명의 이기가 없으면 고층 아파트 거주는 악몽이 되죠. 요즘은 마치 탑에 사는 라푼젤 아빠가 된 기분인데요. 집까지 300개 가까운 계단을 오르고 나면 땀이 흠뻑 납니다. 한달 넘게 억지로 운동을 하면 하체가 튼튼해질지 무릎 관절이 먼저 나갈지 알수가 없네요. 


신문과 티비를 안 본지는 좀 됐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뉴스들만으로 충분히 우울해집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대보다 더 빠르게 더 다양한 면에서 실망과 공포를 안겨주고 있어요. 가장 실감이 나는 일중에 하나는 나이드신 아버지가 소일 삼아 용돈 벌이를 하시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예산 삭제로 내년부터는 없어진다는 거죠. 돈 안되는(실제로는 공영목적이라 이윤이 많이 안남는) 공기업을 민영화 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리구요. 


우울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비단 못살고 없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나 보수 기득권층의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윤의 행보는 어쩌면 조기 탄핵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잠시 해봅니다. 이건 정의와 불의의 문제가 아니라 밥그릇이 깨지냐 마냐의 기로라고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레 그런 이야기도 나오겠죠. 지난 박근혜 탄핵을 돌아봐도 촛불 시위가 기폭제가 되기는 했지만 잽싸게 갈아탄 건 결국 기득권층이었다고 생각해요. 언론 권력과 여당의 반동 세력들. 이번에는 촛불이 아니라 횃불 정도는 들어야 할지도.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이다 보니.. 어렸을 적의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었던 세상에 대한 전망이 점점 암울해지는데는 출산율도 한 몫합니다.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81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이 디폴트값이 아니고 가정을 꾸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연애 자체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예요. 그리고 이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거 같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게 너무 빠르고 격렬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민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거나 아이를 많이 낳고 키우는 것에 국가가 대부분을 책임지지 않는 한 한국이라는 나라는 소멸을 향해 다가갈 미래가 보입니다. 앞으로 10년만 지켜봐도 알 수있겠죠. 그렇게 되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민들을 각자가 해야 할 거예요. 


10년후면 완연히 노년에 접어들지만 그때도 은퇴해서 편하게 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라도 해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이 암울한 미래와 소멸하는 국가를 어떻게든 살려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은 암울하기만 해서.. 끔찍한 블랙 코미디의 한복판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원래는 아이유 콘서트 다녀온 후기를 쓰려다가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요. 콘서트 이야기는 다음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8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52
121268 에이미 와인하우스 사망???? 이거 진짠가요? [12] Mr.brightside 2011.07.24 5207
121267 독재자의 딸이라는 외신보도에 50대의 반응.jpg [25] 필런 2012.12.21 5206
121266 올 봄에 왠지 유행할것만 같은 패션(19금).jpg [4] 흐흐흐 2013.01.18 5206
121265 타진요에 가입했더니.. TooduRi 2010.10.02 5206
121264 듀나인] 전문의 수련? 전문의 수료? 전공의? [7] 토토랑 2014.03.04 5205
121263 100% 사견 바낭) 요리에 대하여 [54] MSG 2012.12.27 5205
121262 김문수인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jpg [15] fan 2011.12.28 5205
121261 '나의 ps파트너' 듀나님이 살리나요? [11] 자본주의의돼지 2012.11.28 5205
121260 어제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방청 후기 ("나가수"에 대한 얘기 포함) [11] the end 2011.04.28 5205
121259 믿기 힘든 청룡영화제 결과 [14] 감동 2010.11.26 5205
121258 명대사의 괴력 ⑫ 007 스카이폴 - M의 詩 .Ulysses(by Alfred Lord Tennyson) [6] 무비스타 2013.02.06 5204
121257 (19금?) 니 힘으로 물리쳐라 [5] 레드훅의공포 2012.10.30 5204
121256 앙드레김 선생님 별세 [55] mii 2010.08.12 5204
121255 '미개'란 단어를 운운할 수 있는 멘탈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17] -@-.- 2014.04.21 5203
121254 미국 내 NC-17등급 받은 영화 박스오피스 탑10 [4] 감자쥬스 2013.10.03 5203
121253 불후의 명곡2에 나온 허각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12] Shearer 2011.08.28 5203
121252 여기는 직장상사 욕하는 듀나 대나무 숲이 맞음 [18] chobo 2010.12.08 5203
121251 악마를 보았다 심의 최종결론 어떻게됐나요? [2] 자력갱생 2010.08.06 5203
121250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관련 질문 드립니다. [23] Tara 2010.06.08 5203
121249 올 여름 달리는 설국열차 인물 스틸 [9] 김레디 2013.04.06 52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