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5 22:54
저번 출장에서 여러권 한꺼번에 집어들고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과월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어렸을 때부터 참 좋아했던 잡지였지요. 처음에는 사진만 보면서 기사 내용을 궁금해 했었는데, 영어가 늘면서 차츰 내용을 읽을 수 있게 되어서 기뻤죠.
그래도 학생일 때는 너무 비싸서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운 잡지였어요. 그때는 서점에서도 잘 팔지 않았고, 정기구독을 하면 해외에서 직배송되어서 정기구독료가 왠만한 잡지의 서너배가 넘었지요 - 일년 구독료만 이십만원에 가까왔던 것 같아요. 비싼 돈을 내고 정기구독하던 잡지를 이사가 잦아지면서 버리던 날은 정말 피눈물 나는 심정이었어요.
그런데 몇년전 미국내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정기구독하는데 드는 비용을 알게 된 후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죠. 세상에나 세상에나.... 200불도 아니고, 150불도 아니고..... 15불. 한국돈으로 종이값도 안될 것 같은 고작2만원이었던 겁니다. 그 이후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못 샀어요. 서점에서 붙여진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이 돈이면 6개월 정기 구독을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나서요. 돈이 없는게 아니라, 왠지 바가지 쓴다는 생각을 하니까 못사겠더라구요. 게다가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처지라, 이 잡지를 사봐야 오래 보관도 못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구요.
올해 초, 미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잡지 프로모션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1년 정기구독이 10불. 한국에서는 한권 겨우 살까말까한 가격......
그냥 눈이 훼까닥 돌아가서 정기구독을 신청했습니다. 해외배송은 안되니까 미국에 있는 본사 사무실로 배달을 시켰죠. 미국 출장을 갈 때마다 그동안 배달와서 쌓여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몇권씩 들고 오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사를 더이상 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오면 다시 서재를 꾸미고, 책장 하나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노란 표지가 가득하도록 채울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