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래 전, 어머니와 함께 상계동에 있는 외가에 갔다 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으셨던 어머니는

영등포에 있는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갈 엄두가 안 나 과감히 택시를 잡으셨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택시기사 안XX(당시 51세, 남)씨는 

긴 귀가길이 지루해질까 걱정했던지, 친절하게도 우리 모자에게 자기 인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의 장구한 라이프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대째 한의사만 해먹은 집안에서 출생, 자신 포함 모두 5남매.

자신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모두 한의사지만

운동이 좋아 운동의 길을 선택했으며,

그로 인해 아버지와는 의절상태.


유도, 합기도, 태권도등등 각종 무술의 유단자.

특전사, UDT, 북파공작원 등등

남들은 한 곳이라도 제대로 거치기 어렵다는 곳들을 다 돌아다님.

덕분에 맘만 먹으면 한두사람 정도는 간단히 요단강 너머로 보내 줄 수 있으며,

뱃가죽으로 칼을 튕겨낼 수 있는 스킬 또한 보유중.

(대략 여기서부터 듣기 싫어졌습니다)


21년 넘게 군에 복무했고, 준위에서 전역.

장세동, 정동영 등 전, 현 사회지도층 인사 몇몇과 친분이 있음.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두 딸은 숭실여대 졸업,

아들은 당시 해군사관학교 3학년.

아내와는 청와대 근처에서의 부대일정 중

아내의 친구가 담배피고 꽁초를 길바닥에 버린 것을 발견하여

홧김에 쌍욕을 해대며 꾸짗은 것을 계기로 만남. 

(이쯤에서 Shut the f*ck up!을 외쳐 과연 제가 그의 손에 짧은 청춘을 마치게 될 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아들 된 도리로 어머니께 아들이 피흘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까 두려워 관뒀습니다. 혼자였으면 했을 겁니다. 진짜로)


현재 그 아내의 친구는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으며,

결혼&출산을 늦게 한 탓에 꽤 미모가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일찍 늙어버렸음.

어렸을 때 억지로 뚜드려 맞아가며 공부한 한의학 지식이 꽤 상당한 수준.

그 덕에 Y대 교수로부터 강단에 서 줄 것을 제의받기도 함.

 

-그 외 그로부터 들은 얘기 중 생각나는 것 하나-

공수특전단에서는 몸에 상처가 있으면 자격박탈.

강하훈련시 상처가 벌어져 순대가 다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특전단 대원들은 오일 바르고 화장하는 등 깔끔한 신체상태 유지를 위해 노력하여

외모만 보자면 상당히 곱상한 자태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 증거로 자신의 손을 보이며 군인의 손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곱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날이 어두워져 잘 안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나이 자실 만큼 자신 분이 뒤늦게 중2병 컨텐츠에 빠지신 게 딱했지만(더불어 제발 좀 닥쳐줬으면 하고 바랐지만)

저 역시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그 가열찬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만은 가지고 싶습니다.

물론 재미가 없으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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