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0 20:37
모처럼 거의 실시간으로 달렸습니다. 거의요. 집 티비로는 지상파만 볼 수 있어서요.
이런 방식으로 보면 본의 아니게 내용을 먼저 알게 되는 일이 많죠. 저는 스포일러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인데다가 정말 오랜 만에 기다렸다 보는 프로가 생긴 거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루해서 일부러 미리 알고 봤지만요.
몰아보는 데에 익숙해지니까 시간 감각이 예전이랑 달라요.
원작은 꽤 어릴 때 읽어서 내용은 90년대 영화로만 기억합니다. 넷플릭스만 보고 빨간머리 앤이 커스버트가에 입양된 걸로 아는 사람처럼 아마 저도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을 거예요.
소설 내용이라고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갭니다.
하나는 셋째를 유리로 된 관에 안치하는 에피소드. 이게 장난이었는지 셋째의 소원이었는지 실제 일어난 일인지도 가물거리는데 아무튼 셋째가 일찍 떠나긴 했었죠.
그리고 친척 할머니. 둘째에게 꽤 차갑게 굴고 긴하게 부려먹었지만 유산으로 보잘것없는 뭔가를 남겼던 것 같아요. 반지였었나 문진이었었나 잉크병이었나 아무튼 유산이라기엔 별 가치가 없는 거였는데 이게 드라마에서는 많은 빚으로 나온 거라면 작가님께 박수를.
그런데 고모할머니는 초반 존재감에 비해서 거의 그냥 사라지시네요? 물론 아파트의 존재감은 대단한 거지만요. 저는 한정승인이라는 방식으로 세금문제와 다른 친척들의 소송을 피하기 위한 할머니의 큰그림을 상상했건만 그건 아니었네요. 할머니는 아파트 제공자 겸 금수저 청년 옆집 제공자 역할이었나 봅니다. 할머니뿐만 아니라 결말이 다같이 이런 식이긴 했어요.
금수저 옆집 청년 말이 나온 김에, 여기 나온 남자들은 왜 이렇게 순정파예요. 실시간 시청보다 더 오랜만에 남의 연애사에 설렜습니다. ㅋㅋㅋ 늙어서 안 설렌 게 아니라 그동안 제 맘에 드는 연애 얘기가 없었던 거였어요.
첫째 인주 캐릭터가 참 재밌어요.
가난한 집안 장녀인데 전형적인 듯 안 전형적입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속물근성과 고결함과 연애감정과 허당기가 있죠. 너무 당연한데 저는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가난을 그렇게 다루는 걸 처음 봤어요.
그런데, 저는 이 캐릭터가 싫어요. 잘 만든 것 같은 것과는 별개 문제로 싫습니다. ㅋㅋㅋ
그에 비해서 둘째는 좀 전형적이에요. 경험상 형제가 셋 이상이면 가운데 아이들이 야무지긴 하던데 이것도 선입견이겠죠.
이 캐릭터는 워낙 야무져서 보탤 말이 없습니다. 야무진 것에 대한 가치 판단 얘기나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많이 보던 스타일이어서요.
셋째는 실체가 잘 안 잡혀요. 효린 캐릭터하고 같이 있으면 그냥 판타지 보는 기분입니다. 결말마저 판타지.
드라마 외적인 얘긴데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더군요. 여자형제면 일단 대환영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언니로요.
쓰다 보니 좀 이상합니다. 저는 가족 타령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친구 같은 모녀간 이런 것도 질색해요. 그런 관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팔이 안으로 굽는 거야 당연한데 굳이 찬양까지...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유독 자매애에는 거부감이 안 든단 말이죠.
할머니가 붕 떠버린 것 말고는 큰 불만 없이 오랜만에 끝까지 재미있게 봤습니다.
베트남전 미화 이야기가 나오던데 흘려서 들었는지 이 이슈는 좀 찾아봐야겠어요.
+ 고 실장 너무 웃깁니다. ㅋㅋㅋㅋ 이 양반은 최도일 전부인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야비하고 잔인한 도시 여자, 근데 이제 퇴근 후엔 연애 리얼리티 과몰입을 곁들인...뭐 이런 걸까요.
고 실장을 빠뜨리다니. 이건 예의가 아니죠.
2022.10.10 21:15
2022.10.10 21:39
2022.10.10 23:58
이모할머니가 아니라 고모할머니 아닌가요?
결말이 다가올 수록 조마조마하면서 봤습니다. 뒷통수 거하게 맞고 장렬하게 후회하게 될까봐서요.
일단 완벽히 한치의 틈도 없는 닫힌 결말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쓸데 없이 폼 재지 않고 깔끔하고 유치찬란한 해피엔딩 너무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에 무지막지한 그 돈벼락 너무 좋아요. 겨우? 고모할머니가 남긴 아파트 한채 였다면 조금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2022.10.11 00:04
네 고모할머니였던 것 같아서 고쳤습니다. ㅎㅎ 작가 스타일이 사회 환원 뭐 이런 얘기는 안 나올 것 같긴 했어요. 덕분에 인경이가 시청자들한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던데 뭐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인경이라면. 헌데 백억...평생 만져도 못 볼 것 같은데 뭔가 조촐하단 느낌이 드니 큰일입니다. 정말 큰 돈잖아요.
2022.10.11 10:48
용두사미로 끝나는 내용전개가 꼭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2를 보는줄 알았어요 ㅋㅋ
2022.10.11 11:55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보고 싶어지는데요.ㅋㅋㅋ 전 판을 그렇게까지 키울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초반 이후에 스케일 커진 이야기 좋아했던 분들은 실망이 큰 것 같더군요 .
2022.10.11 12:25
제가 봤으면 문 님과 비슷한 후기를 썼을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ㅎㅎ
가족에 대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없는 여형제를 그리워하는 것도 그렇고요.
넷플릭스에 있으니 언젠가 때가 되면 볼 거 같아요.
2022.10.11 19:33
2022.10.11 13:21
2022.10.11 19:36
2022.10.11 13:44
작은아씨들 보고 느낀 점
1. 정서경 작가가 의외로 박찬욱영화에 기여한 부분이 많다
2. 박찬욱영화가 훌륭함에도 묵직한 깊이는 안느껴지는 것도 박&정 둘의 합작이구나 함 ㅋㅋ (평좋은 헤어질결심은 안봐서 이영화는 예외일수도)
작은아씨들 8회후반부터 우와! 하고 마지막회 12회때도 좋은부분 많았는데 막상 끝나니 여운이 0에 가까워요. 이럴수가 있나 싶을 정도. 유희적 작품으로서의 가치로 잘 매듭짓는건 박찬욱능력.
2022.10.11 19:40
2022.10.11 14:02
사블레님 평에 많이 공감하고...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ㅠㅠ 마무리였어요.. 판을 너무 크게 벌려서..
저도..보면서 시스터후드에 대한 로망이 커져갔습니다 ㅋㅋ 추자현이 아무리봐도 매기죠? 큰언니. 혈연은 아니지만.
원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거의 제목만 빌려오고 약간의 컨셉만 맞춘 수준이던데요. 작은 아씨들에 대한 애착이 특별한 사람들은 오히려 제목때문에 싫어하더군요..
저도 고실장이 점점 예뻐보였습니다 ㅋㅋ
돈을 나눠가진 결말은 시원해서 맘에 들었습니다. 생각많이 안 하면.. 맘에 들어요 ㅋㅋ
2022.10.11 19:45
2022.10.11 17:09
원작은 만화 유리가면에서 나온 연극 장면 밖에 모르지만 인물 설정은 많이 가져왔나 보더군요.
후반으로 갈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을 보여주는 점들은 좋았습니다.
마지막의 해피엔딩도 나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열린 결말로 애매하게 끝내는 것 보다는 앞의 복선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풀어주는 점이 추리소설 결말 보는 것 같아서 나쁘지는 않더군요,
나무위키에서 보니 막내의 끝 부분 모습은 박찬욱 영화 아가씨의 결말 부분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고 하네요.
2022.10.11 19:49
2022.10.11 18:00
원상아 엄마 감금하는 내용은 방용훈이 부인 감금하고 고문했던 사건이 생각나더라구요. 어렸을 때 봤다면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가 있냐고 했겠지만 현실이 더 소름이에요.
2022.10.11 19:55
어차피 안 볼 것 같아서 스포일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냥 다 읽었습니다. ㅋㅋ
제목하고 인물 구성만 살짝 따 온 줄 알았더니 그보다 겹치는 부분이 좀 많은가 보죠.
원작 소설은 뭐 그 시절 어린이들 필독서라 분명히 두 번 이상 읽었는데, 등장 인물들 이름과 성격 말고 다른 건 놀랍도록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놀라고 있네요. 어쩜 이렇게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죠. ㅋㅋㅋ 영화든 책이든 뭐든 언젠가 한 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