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1 00:30
- 2001년에 나왔습니다. 1시간 46분. 이번에도 스포일러 있어요. ㅋㅋㅋ
(폰트가 좀 구린 느낌이지만 걍 고해상도 사진 때문에 이걸로 골라봤습니다.)
-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중에 더 유명한, 그리고 더 인기 많은 영화는 뭘까요?
그 시절 기준으로 생각하자면 뭐... 아마 개봉 당시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판정승이 될 것 같았습니다. '봄날은 간다'는 보고 나와서 영화 내용이 뭐 이러냐고 실망하고 짜증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거의 대동단결에 가까웠던 대호평 분위기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죠.
그런데 재밌게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사람들, 정확히는 제가 알고 만나는 사람들이나 제가 가는 커뮤니티 등지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좀 탑골스런 이미지인데 반해 '봄날은 간다'는 오히려 연애 영화의 기본, 디폴트, 바이블 뭐 이런 이미지에요. 언급도 훨씬 많이 됩니다. 라면 때문일까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는 문제도 있구요. ㅋㅋ
그래서 아무 합리적 근거 없는 <<<<<제 느낌>>>>>으로는 2022년 현재 둘 중에 더 존재감이 큰 영화를 골라 보라면 '봄날은 간다'인 것 같아요.
(영화의 전반에선 내내 졸거나 자거나 졸립고 피곤한 상태인 우리 영애씨.)
-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봄날은 간다'가 이룩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신파 정서와 뽕끼를 뺀 정갈한 멜로드라마라는 당시 한국에선 보기 드물었던 새 장르를 개척했다면, '봄날은 간다'는 리얼리즘 로맨스랄까... 실연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흔한 클리셰나 미화를 줄이고 그 상황을 맞은 자들의 찌질함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또 그걸 그냥 매우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무언가로 묘사한 영화였죠. 나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낭만적인 것도 아니고.
뭣보다 사랑의 배신자(...)를 그렇게 묘사한 영화는 흔치 않았어요. 아무 낭만적, 운명적, 불가항력의 핑계 없이 그냥 단순 변심으로 배신했는데도 전혀 나쁜 사람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 말이죠. 갑작스런 리얼 '연애질' 다큐 분위기에 '8월의 크리스마스'식 로맨티시즘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던 많은 관객들이 성질을 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사랑이 변하는 건 그냥 자연의 섭리라는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왜 변하냐고 따지는 건 니가 아직 덜 커서 그래!! 라고 일갈하는 로맨스 무비라니. ㅋㅋㅋ
(술 먹고 보고 싶다고 새벽 서너시에 무작정 달려가는 민폐를 저질러도 서로 마냥 좋기만한 그 봄날. 은 결국 가게 마련이지요.)
- 여전히 남성 입장의 이야깁니다. 저번 영화의 한석규에 이어서 이번엔 업그레이드 한석규(...)라는 평을 듣던 유지태를 캐스팅해서 이 젊은이 입장을 따라가죠. 그렇다보니 당시 관객들 중 상당수가 이영애의 변심을 이해 못하고 유지태의 당혹스러움에 감정 이입해서 이영애 캐릭터를 비난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진짜 옛날 이야기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남녀로 갈려서 '이해 안 돼!!!', '왜 그게 이해 안 돼!!?'라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당시엔 이영애의 입장을 거의 보여 주지 않았던 감독의 실수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이게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어차피 유지태 입장의 이야긴데 유지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관객들에게 굳이 설명해줄 필요는 없었겠죠. 오히려 그래서 더 리얼하단 느낌도 들었구요.
(3년이란 세월 동안 한국 영화판도 질적으로 급변했을 것이고. 또 바뀐 촬영 감독의 스타일 영향도 있었겠죠. 암튼 때깔이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 한 가지 놀라운 건 화면빨입니다. 전작으로부터 고작 3년 후에 나온 영화인데 때깔이 완전히 달라요. '8월의 크리스마스'가 방화 시절 분위기로 뽑아낸 최대치의 훌륭한 비주얼이었다면 이 영화의 비주얼은 그냥 현대적이에요. 21년이란 세월이 거의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같은 넷플릭스에 있는 버전으로 연달아 보면 정말 차이가 확연하거든요.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살짝 구식 느낌 드는 비주얼은 그 나름대로 그 영화의 톤에 완벽하게 어울리구요. 이 영화의 쨍하고 선명한 비주얼은 또 그대로 이 영화의 분위기에 찰싹 달라 붙습니다. 뭐가 낫고 뭐가 못하고를 따질 필요 없이 그냥 둘 다 좋았어요. 특히 초반 대나무밭 장면에서 둘이 녹음기를 가운데 두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장면에서 빛과 그림자가 두 사람 얼굴을 스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네요. 마지막의 벚꽃 재회씬도 좋았구요.
(사실 가장 애틋하고 낭만적인 장면... 인데 고해상도 짤이 없네요. ㅠㅜ)
- 전작에서 정원의 아버지, 영정 사진 할머니를 통해 표현했던 애틋한 정서를 이번 영화에선 유지태의 치매 할머니를 통해 뽑아내죠. 이번에도 참 적절하게 잘 먹혔던 것 같습니다. 곱게 꽃단장 하고 젊은 시절의 기억 속에서 걸어가던 할머니의 뒷모습 장면은 주인공들의 리얼 다큐스런 연애에 비해 몇 배로 로맨틱하고 그만큼 더 먹먹했어요. 영화 제목도, 인용한 노래도, 그 안에 담긴 정서도 모두 요 할머니 이야기로 집중되며 압축 제시되는 느낌이었구요. 물론 결국엔 주인공들의 그 리얼하고 하찮은 사랑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구요. 저번 영화도 그랬지만 참 빈틈 없이 잘 짠 이야기였네요. 농담이 아니라 한국에 허진호만한 멜로 장인이 또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해봤구요.
(조오오오오오~~~~ㅎ을 때죠. 좋을 때야. 몇 달만 지나 보렴. 으하하.)
- 또 저번 영화와 마찬가지로 두 배우 모두 좋은 연기 보여줍니다만, 역시나 캐스팅과 연기 지도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특히 이영애를 보니 그렇더라구요. 이 분은 화면에 잡힐 때 몸짓, 손짓, 표정 하나마다 다 디테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냥 배우가 본인 느낌대로 연기한 것 같지가 않아요. 아니 물론 배우는 잘 했구요. 그냥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얘깁니다. ㅋㅋㅋ
(리즈 시절 비주얼의 이영애 필살의 예쁜 척 연기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래도 안 반할꼬야? 라는 듯한 이 확신의 교태!! ㅋㅋㅋ)
- 전편(?)의 사진사에 이어 이번엔 녹음 기사라는 전문직을 등장시키고 있는데요.
'8월의 크리스마스' 때처럼 주인공의 직업이 캐릭터와 작품의 주제까지 한 큐에 꿰어 버리는 위엄을 보여주진 못합니다만. 그래도 참 잘 써먹었어요. 그 핑계로 남녀 주인공이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광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도 자연스레 설명이 되고. 정원이 찍은 다림의 사진처럼 여기선 이영애의 '사랑의 기쁨' 허밍 녹음이 나오죠. 흘러가버릴 순간을 잡아두고 간직하는 것. 그 시절 로맨스물들에서 뭔가 튀는 직업을 등장시키는 게 유행이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걍 '폼나는 무언가'로 얄팍하게 화면 꾸미는 정도로만 써먹고 마는 데에 비해서 허진호는 참 설정 잘 잡아서 집요하게 잘 써먹는다 싶었습니다.
덧붙여서 음악도 이 영화가 더 잘 활용했어요. '미워도 다시 한 번'과 '사랑의 기쁨'을 조금씩 변형해가며 계속 반복 등장시키는데, 그때 그때 참 절묘하게 튀어나와서 분위기 잘 잡아주더라구요.
(나는, 바람이 될 거야!!! 라는 다른 영화 대사가 떠오릅니다.)
- 암튼 참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갓 연애 시작한 커플들이 보면 안 될 영화'라는 당시 평가대로 사랑이란 감정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또 결국엔 그걸 로맨틱한 무언가로 표현해내는 게 절묘했구요. 전작에서 철저하게 가둬두었던 사랑의 그다지 아름답고 깔끔하지 못한 측면을 이야기 전면에 확 드러냄으로써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단아하게, 아름답게 영화를 빚어내는 실력도 감탄스러웠어요. 또 그냥 전편 대비 허진호의 실력이 성장한 측면도 보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편집 타이밍이나 이야기 측면에서 아주 살짝 군더더기 같은 게 보였는데 이 영화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어디 하나 흠을 잡아내기가 어렵더군요.
결론은... 이제와서 두 편을 연달아 보고 나니 제 취향은 확실히 이 영화였다는 거. ㅋㅋㅋ 옛날에 재밌게 보고 다시 안 보신 분들 계시다면 시간 날 때 다시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 때보다 지금 보니 더 훌륭해 보이는 영화였어요. 잘 봤습니다.
(참으로 아름답읍니다.)
+ 그 전설의 '라면' 장면에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실제 대사는 그냥 '라면 먹을래요?'였더군요. 게다가 진짜로 라면 먹고 그냥 잠만 잤어요!!! 물론 유혹의 대사였다는 점에서 맥락은 기억대로입니다만 디테일이 달라서. 아마도 이후에 코미디 프로 같은 데서 수십 수백번 반복되는 걸 보면서 제 기억이 왜곡됐나 봐요. 전 당연히 '라면 먹고 갈래요?'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무슨 차인데;;
++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 뇌리에 가장 강력하게 박혔던 장면은 유지태가 이영애 차를 긁다가 현장에서 발각되는 부분이었어요. 극장에서 보다가 제 몸이 실시간으로 배배 꼬이는 고통스러운 기분이었는데. 역시나 다시 보니 그냥 피식 웃음만 나오더군요. 짜아식...
+++ 개봉 당시 이영애의 캐릭터가 많은 관객들에게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문제의 이 장면.
역시 지금은 그냥 끄덕끄덕하며 납득하게 됩니다. 아마 그 때 화 내던 사람들 중 대부분도 저와 같지 않을까 싶구요. ㅋㅋ
근데 이걸 지금 다시 보니 '애니홀'의 마지막 장면 생각이 좀 나더군요. 감독은 미워해도 작품은 미워할 수가 없... (쿨럭;)
++++ 역시 '8월의 크리스마스' 때문일까요. 제작 투자부터 요소요소에 일본 회사와 사람들이 참여한 게 눈에 띄더군요. 아시다시피 엔드 크레딧에만 흘러 나오는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도 일본인 작곡이구요. 나중엔 배용준 데리고 영화 찍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니었나 싶고...
2022.10.01 01:26
2022.10.01 02:29
봤던 영화들은 어지간하면 다시 안 보는 게 컨셉(?)인데 하나를 건드리니 줄줄이 보게 되네요. 그 시절 로맨스를 몇 개 더 볼까, 아님 걍 허진호 필모를 더 훑어볼까 고민 중입니다만. 그 사이에 봐 둔 호러들이 몇 개 있어서 로맨스 시리즈로 더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ㅋㅋ
정말 그 때 소개팅해서 갓 연애 시작한 친구들이 극장 가서 이거 봤다가 분위기 쌔~ 해졌다는 경험담도 듣고 그랬어요. 사실 사랑과 연애에 대해 냉소를 던지는 이야기는 절대 아닌데, 그렇다고해서 땃땃하게 사랑이 넘치는 모드의 연인들을 위한 영화도 아니긴 했죠. 하하.
별 차이 없긴 한데 뭔가 뉘앙스가 다르죠. '라면 먹고 갈래요'가 아니라 '라면 먹을래요'. ㅋㅋ 방금 뭐뭐 위키에서 보니 이게 또 이영애의 애드립이었다네요. 원래는 라면이 아니라 커피였다고. 영화를 한 차원 더 강력하게 살려낸 애드립이었던 듯.
맞아요. 요즘엔 김종관이 이어 받은 '한국에서 여배우 가장 매력적으로 찍는 감독'의 원조가 허진호였던 것 같더라구요. 사실 당대의 미인 배우들만 골라서 캐스팅한 사람이긴 했지만 (심은하, 이영애, 손예진, 임수정, 장쯔이에 장백지 등등)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잘 살려서 미모도 훨씬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김희애랑 수현을 캐스팅해서 또 영화 찍는다네요. 근데 주인공들은 장동건 설경구... 음...?
2022.10.01 02:01
이 당시의 유지태는 덜 느끼하고 덜 잘생긴 금성무 같습니다 이영애가 종이에 손이 베여서 유지태를 떠올리는 장면이 좋았네요
2022.10.01 02:32
당시엔 소년처럼 순수하고 귀여운 얼굴에 장신 근육질 몸매를 겸비했다는 언밸런스 조합으로 여성들에게 섹시함을 뽐내던 캐릭터였죠. 요즘엔 뭔가 자꾸 '다 예상되는 뻔한 반전 빌런'스런 캐릭터들로 이미지 고정이 된 것 같아 좀 아쉽네요.
그 장면 저도 괜찮았어요. 허진호 이 시절 영화들이 뭔가 그런 섬세한 디테일들에 강했죠. 전개는 뻔한데 그걸 뻔하지 않게 보여준달까요.
2022.10.01 07:48
2022.10.01 10:55
그러게요. 보다보니 제가 이 영화에 애정이 있었구나 싶더라구요. 그런 것치곤 20년 동안 안 봤지만... ㅋㅋ
김윤아 노래 좋죠. 김윤아는 참 다양하게 곡 만들고 능력도 좋네... 했는데 다른 작곡가 곡이었고. 하하. 이 영화랑 올드보이까지 나왔을 때가 유지태의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요즘엔 연출 쪽에 꽂혀서 그런지 배우 활동 쪽으론 별로 야심이 안 보이네요. 그래도 여기저기 계속 나오긴 하는데 임팩트가...
2022.10.01 11:10
2022.10.01 15:59
확인해보니 마지막으로 연출을 한지 꽤 됐네요. 단편만 네 편을 찍었는데 대체로 평가는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탭들 대우도 잘 해줘서 칭찬받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 외엔 1~2년에 한 편 정도 출연할 정도로 좀 띄엄띄엄 활동하는데 잘 나갈 때 벌어 놓은 게 많은 건지 김효진이랑 함께 하니 둘 다 띄엄띄엄 활동해도 먹고 살만한 건지... 암튼 뭔가 큰 욕심이 없어 보이네요. ㅋㅋ
2022.10.01 09:00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영화예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별 내용은 없지만 대사와 디테일이 살아 있죠. 저도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일본 영화스러운 과한 절제로 밍숭맹숭하고 봄날은 간다가 훨씬 좋네요.
제가 알았던 남자들은 그 당시 다 이영애를 욕했었는데, 저는 사랑, 연애가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생각하며 이영애를 왜 욕하는 건지 의아했어요.
500일의 썸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마 서먼이 주연의 '프라임 러브'와 '미셸 윌리엄스가 나오는 '우리도 사랑일까'도 좋아해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문제지만, 이영애와 유지태가 느꼈던 그런 감정은 변할 수 밖에 없죠. 그동안 문학과 영화에서 Happily ever after의 신화를 너무 강요해 왔던 것 같아요.
2022.10.01 10:57
맞아요 뭔가 연애 다큐스러우면서 디테일들이 참 좋아요.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 대비 등장 인물들이 뭔가 진짜 같은 감정들을 드러내는 게 좋더라구요. 그쪽은 절제를 너무 열심히 했어요. 상대적으로. ㅋㅋ
변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또 상우와 은수가 서로 다른 인생 시기를 살고 있었던 게 근본적인 한계였던 것 같아요. 은수가 당장 원하는 걸 상우는 줄 수 없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관계였죠. 잠깐 불타오를 순 있어도 지속될 수는 없는 관계였던. 은수는 그걸 금방 눈치채고 먼저 정리하는데 반해 상우는 어려서 아직 그걸 모르고 이해도 못 했죠. 다시 보니 그런 게 되게 잘 드러나 있는 이야기였더라구요.
말씀하신 영화들 중엔 '500일의 썸머' 밖에 본 게 없는데, 나머지 영화들도 기억해 두겠습니다!
2022.10.01 12:33
사실 500일...도 그렇고 사랑의 자연스러운 감정변화는 잘 캐치했는데 결국 다 남성감독이 남주에 이입해서 만들다보니 이렇게 두 주인공이 이뤄지지 않는 결말을 내면 높은 확률로 남성관객들은 그냥 여주를 썅년이라 욕하더군요. 건축학개론도 그랬던 것 같고
우리도 사랑일까 저도 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여기선 그래도 미셸 윌리엄스 캐릭터의 감정선이 잘 표현됐는데 당연히 여성감독인 사라 폴리였죠 ㅎㅎㅎ
2022.10.01 15:54
다른 건 그렇다 쳐도 건축학개론은 여주인공 욕하긴 좀 그렇지 않나요. 엄태웅의 환타지 스토리잖아요. 부잣집 고준희랑 결혼하면서 잠깐 옛사랑 한가인-수지 만나서 뜨거운 밤(...) 보내고. 일 맡아서 해줬으니 돈도 벌었고. ㅋㅋ 제 주변에선 수지를 욕하기 보단 수지가 과연 유연석과 했냐 안 했냐(...)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이 봄날은 간다의 경우엔 다시 보니 은수가 왜 상우를 떠나는지 그냥 훤히 다 보이더라구요. 그 시절엔 젊어서 몰랐던 것. 하하;
2022.10.01 17:23
그걸 했으면 수지가 X년이다 이런 논리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건 종종 봤습니다;;; 일단 키스 시도할 때 확실히 거절을 하는데(이제훈은 하필 거기서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못보지만) 만약 뭔가가 있었다면 당연히 술취하고 의식이 없는 틈을 타서 유연석이 강간했다고 이해해야하지 않나요 ㅋ 남주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괜찮지만 어떤 부분에서 오해했는지를 다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마저 남주랑 똑같은 수준으로 이해해버리면;;;
2022.10.01 20:11
그니까요 대체 왜 이영애를 욕하는 건지 이해가 안가죠. 그 이후에 나온 많은 "괜찮은 연애영화"들에도 꼭 그런 이상한 남성 중심의 시선과 지긋지긋한 자기연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적어도 남성 관객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만한 요소가 있었든가요. 제 지인도 이영애, 썸머, 수지 등등을 거론하면서 ㅆㄴ이라는 단어를 썼더랬죠. 프라임 러브는 못본 영화군요. 찾아봐야겠어요. '우리도 사랑일까'는 개인적으로는 세스로건의 위치에 놓였던 적이 있었어서 정말 몰입해서봤어요. 덕분에 오랫동안 원망했던 그사람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요.
2022.10.01 09:03
그리고 이영애 연기 잘하지 않나요.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도 이영애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잘했을까 싶었거든요.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아쉬운 배우예요.
2022.10.01 10:59
잘 하죠. 대한민국 원탑 이런 건 아니어도 그 비주얼에 이 정도 연기면 종합해서 탑 먹을 정도는 충분히 됐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근데 이 시절 '트로이카' 배우들이 다 경력이 아쉬워요. 이영애도 심은하도 결혼으로 너무 일찍 떠나 버렸고. 고소영은 그냥 잘 안 됐고(...)
2022.10.01 09:20
2022.10.01 10:59
아드레날린이라고 하시니 뭔가 액션 느낌이네요. ㅋㅋㅋ
시월애-동감 이후 잠깐 쉬어가시는 것 같더니 또 그 시절 로맨스 갬성으로 빠져들게 하시는군요 ㅋㅋ 저도 제가 당시 애정했었던 한국 로맨스 영화 연애소설이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이 급 땡깁니다. 마침 각각 웨이브, 왓챠에 있네요.
허진호의 필모에서 흥행성적이나 완성도에 대한 관객 각자의 호불호를 떠나서 가장 많이 오래 회자될 작품은 바로 이거겠죠. 그 주옥같은 대사들도 그렇고 단순히 남녀 주인공이 맺어지지 않는 로맨스 영화는 종종 있지만 이렇게 처음 무방비로 본 관객들에게 내상을 입히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임팩트가 있죠. 그러고보니 그 악명(?)높은 <500일의 썸머>가 나름 봄날은 간다의 롬콤 버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베꼈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 느낌이 ㅋ
근데 라면 먹고 갈래요가 실제 대사가 아니었다구요???? 동감 주제곡이 너를 위해가 아니었다는 것에 이은 2차 쇼킹이군요. 역시 사람의 기억이란 참 믿을 것이 못되는... 그나저나 8월의 크리스마스 글을 보고 또 이걸 보고 필모를 좀 뒤져보니 허진호가 참 여배우들 이쁘게 잘 찍은 것 같네요. 원래도 이쁜 사람들이지만 더욱 매력을 극대화시킨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