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장르는 시간여행+전쟁물...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알아서 감상에 지장이 올 리는 없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히려 기대치 설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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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정말로 '최후의 카운트다운' 맞습니다.)



 - 때는 1980년, 장소는 진주만의 군항. 항공모함 USS 니미츠호가 출항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요 배를 건조한 회사의 직원 하나가 탑승해요. 회장님께서 직접 배 운용을 지켜보며 이것저것 개선점을 알아 오랬다나요. 물론 배의 군인들은 요 민간인을 귀찮아 하겠죠.

 됐고 암튼 출항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시퍼런 색의 이상한 태풍이 몰아치고, 태풍을 뚫고 나가고 보니 갑자기 어디선가 제로센이 날아와 붕붕거리고 있네요. 타임 슬립!! 시기는 바로 일본의 진주만 습격 하루 전!!! 이거슨 역사를 바꿔 미국 최악의 굴욕적 기록을 삭째하게 해주겠다는 신의 호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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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신비로운 웜홀!!! 우주의 신비란!!!!!)



 - 그 시절엔 이렇게 아이디어 하나로 끝나는 영화들이 참 많이도 나왔던 것 같아요. 여기서 '아이디어 하나로 끝난다'는 건 참신해 보이는 아이디어 하나만 들이밀면 완성도가 좀 부실해도 영화로 제꺽제꺽 잘 만들어졌더라... 라는 얘기이고. 좀 더 부연하자면 그런 아이디어 하나에 올인한 영화들이 많다 보니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좀... 굳이 한 번 더 풀어서 말하자면 그 아이디어와 관련된 장면만 쏙 빼먹으면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는 영화들이 많았다는 얘기죠. 그리고 이 영화도 약간 그런 영화입니다. "아 지금 최강 전력 끌고서 진주만으로 가서 일본놈들 다 쓸어 버리면 기분 죽일 텐데!!" 뭐 이런 농담(?) 같은 생각을 굳이 영화로 옮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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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휴 그냥 이걸로 일본놈들을 콱!!!... 과 같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영화겠습니다만. 내용이...)



 -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최강 전력 타임슬립' 아이디어요. 그게 뭐 80년대에 위세를 올리던 미국의 군수 산업체랑 연관돼서 편하게 즐기기 찜찜하다든가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가 아니구요. 저 아이디어가 사실상 당시 관객들에 대한 사기극에 가깝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설정의 영화가 있다. 라는 걸 알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뭘 기대하겠어요. 미국의 최신형 항공모함에 가득 실린 톰캣, 크루세이더 같은 간지나는 최신예기들이 제로센 파리 잡듯 때려잡고 일본 항모 폭침 시키고 이러는 거 보면서 카타르시스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근데 그런 게 안 나와요. ㅋㅋㅋ 이 영화에서 사실상의 전쟁 장면이라곤 초반에 제로센 두 대 격추하는 것 하나 뿐입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일본의 진주만 습격 군단은 아예 코빼기도 안 비치구요. 흥행이 망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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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움짤 보셨음 영화에서 가장 화려하고 스케일 큰 액션은 다 보신 겁니다.)



 - 그럼 대체 100분이라는 런닝 타임동안 뭘 하냐면요. 대략 두 가지를 합니다.


 하나는 어쩌다 이 배에 승선해버린 40년대의 유력 정치인과 제로센 파일럿으로 인한 니미츠 관계자들의 갈등과 선택에 대한 드라마에요. 이건 자연스럽게 시간여행물의 필수 요소 타임 패러독스와 연결되구요. 간단히 말해 이미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개입을 해도 되냐는 것. 그걸 두고 우리 함장님께서 상식과 직업적 당위 사이에서 번뇌를 좀 하십니다만. 다 쓸 데 없습니다. 막판에 갑작스런 상황으로 그냥 선택의 여지가 없게 끝나 버리거든요. 등장 인물들 중에 캐릭터가 잘 잡힌 인물이 하나도 없어서 드라마에 신경도 안 쓰이구요.


 다른 하나는 80년대 답게 군에서 촬영에 적극 협조해준 덕에 가능했던 밀덕 TMI 다큐멘터리성 영상들의 향연입니다. 톰캣을 가장 간지나게 보여준 영화가 '탑건'이라면, 톰캣을 가장 자세하고 리얼하게 보여준 건 이 영화일 겁니다. 탈것 간지 영상 장인 토니 스코트가 수제로 한땀 한땀 빚어낸 탑건의 영상에 비해 정말 하찮은 v-log 수준의 영상 퀄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만. 그런 간지나는 영화들에서 굳이 안 보여주는 디테일한 부분들을 쓸 데 없이 자세하게, 길게, 자주 보여줘요. 전투기 뿐만 아니라 항공모함 내부 곳곳, 거기서 군인들이 생활하고 일 하는 모습들, 비행기 수납과 이착륙과 정비, 출동 준비 등등에다가 쌩뚱 맞은 공중 급유 장면들까지 다 실제 군장비로 실제로 일 하는 걸 그냥 찍어다 보여주기 때문에 뭘 몰라도 '리얼리티 쩐다'는 생각이 들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되겠습니다. 밀덕들의 바이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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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아아앙 톰캣!!! 꼬리 날개의 엠블렘 보시죠!!!!)



 - 그 외의 전반적인 영화 완성도는 뭐...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합니다.

 일단 다시 한 번, 영상미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 그나마 항공 모함, 전투기들이 나올 땐 밀덕 모드로 볼만합니다만.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정말 그냥 '상황 정보는 전해드릴게' 수준이구요. 스토리는 시간 여행물로서 최소한은 해주는데 저엉말 최소한만 합니다. 그것도 1980년 기준 최소한이니 요즘 기준으론 많이 미달이죠. 커크 더글라스에 마틴 쉰이 나오니 배우들이 약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워낙 캐릭터가 얄팍해서 건질 건 없구요. 기본이 안 된 망작과는 거리가 있지만 어딘가 칭찬할만한 구석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것도 좀. 그리고 뭣보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볼거리를 외면'해버리는 이야기 전개의 데미지가 큽니다. 이건 정말 작정하고 사기 치려고 만든 영화라고 해도 할 말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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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 이야기야 뭐. 그냥 밀덕 뽕빨 영상물을 영화라고 만들어 팔 순 없으니 들어가 있는 수준 되겠습니다.)



 - 그래서 결론은 간단합니다.

 어려서 티비에서 얼핏 봤는데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이런 분들은 걍 기대 내려 놓고 숙제하는 기분으로 보심 되구요.

 밀덕이시거나, 어렸을 때 전투기, 항공모함 이런 데 환장하셨거나, 아님 그냥 톰캣을 너무 좋아하신다거나 이런 분들은 보셔도 괜찮습니다.

 그 외의 분이라면야 뭐. 특히나 전부터 이 영화 얘길 들어오셔서 호기심이 있던 분이 아니라면 굳이 안 보셔도 됩니다.

 다만 저는 한 마리 톰캣 덕후로서 즐겁게 봤다는 거. ㅋㅋㅋ 게다가 해골 마크 단 톰캣이라구요!! 우왕!!!!




 + 당연한 얘기지만 이 영화에도 '그' Final Countdown 노래는 안 나옵니다.

 다만 시종일관 줄기차게 흘러나오는 bgm이 그 시절 엠비씨 뉴스 음악이라는 거. 그게 이 영화 ost인 줄은 몰랐네요. ㅋㅋ



 ++ 주연 배우 둘이 커크 더글라스와 마틴 쉰이니 각각 마이클 더글라스와 찰리 쉰의 '아빠 배우'라는 게 재밌습니다. 근데... 더글라스 쪽은 아빠가, 쉰 쪽은 아들이 성범죄를 저질렀군요. 험(...) 더글라스 쪽은 이 영화 보고 검색해보다 처음 알았어요. 그것도 상대가 미성년 시절의 나탈리 우드였다니. 이런 나쁜 놈이 100살 넘게 살아서 재작년에 죽었군요. 허허 세상...



 +++ 스탭롤 올라갈 때 한국인 이름이 눈에 띄어서 뭐지? 하고 찾아봤더니 나름 대사도 있고 스토리상 비중이 있는 유일한 일본인 캐릭터역이었군요. 악당입니다. 당연히 일본 말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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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오순택님. 필모를 찾아보니 거의 일본인, 중국인 역할만 하다 은퇴하셨군요. 한국인 역은 거의 없는데 뭐 활동 시기상 당연하달까...)



 ++++ 혹시나 MBC 뉴스에 나왔다던 ost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폭파 장면을 제외하곤 죄다 실제 비행기로 찍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현실감은 훌륭해요.)


 영화의 거의 유일한 진짜 '액션' 장면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아니 근데 진짜 F-14로 제로센 괴롭히기라니 이 비열한 놈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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